쓰기의 감각 - 삶의 감각을 깨우는 글쓰기 수업
앤 라모트 지음, 최재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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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지금까지의 인생에 많은 영향을 끼쳐왔고 앞으로는 그 이상 영향을 끼칠 요소다. 어린 시절 독서를 좋아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쉽게 글쓰기에 입문했다. 일기, 독후감, 백일장 등 글과 관련된 활동을 통해 글쓰기를 시작했으며 교내 수준이었지만 꽤 좋은 결과를 냈다.
학창시절에도 작문 활동은 계속되었다. 하지만 이전과 비교했을 때 작문 양은 현저히 줄어들었는데, 이는 나는 입시의 틀을 벗어날 수 없는 대한민국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거나, 어떤 생각을 해서 이를 글로 표현하고 싶어도, 그것이 당시 절대 진리와 같던 주요 과목(국, 영, 수)을 이기지 못했다. 결국 당시의 생각들은 쓰이지 못한 채 기억 저 편으로 건너가 버렸다. 하지만 한편 내가 제대로 작문의 기초를 다진 시기 역시 이 때다. 때는 고3 여름, 수시로 논술을 쓰기로 결정하면서 여름 방학부터 3달 정도 집중적으로 논술 공부를 했다. 그래서 그 기간 동안 지금까지 정리되지 않던 나의 글쓰기에 뼈대가 잡혔다. 물론 많은 고생을 했지만 그만큼 글 쓰는 능력이 향상되었고, 입시 결과와 상관없이 작문에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학교 입학부터 지금까지 글쓰기는 내 삶에 이전 어느 시기보다도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인문계열, 그중에서도 꽃이라고 불리는 문사철 중 하나를 전공으로 삼으면서 글쓰기는 어느덧 내 대학 생활의 전부가 되었다. 인문학에서는 전공 지식을 아는 만큼 이를 글로 풀어내는 능력 역시 중요하다. 모든 시험이 내가 그 과목에서 배운 것을 집약해서 글로 풀어내는 형식이었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받길 원한다면 반드시 좋은 글 실력이 필요했다. 아무리 지식이 많아도 이를 표현하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었으며, 반대로 자신이 가진 지식을 다 표현한다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 당연히, 글쓰기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 없이 중요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출을 위한 글쓰기가 아니라, 이제는 나 자신을 위한 글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두루뭉술하게 쓰던 일기에 내 삶을 그대로 녹여내려고 했으며, 내 개인적인 공간에 순간의 생각 조각들을 새겨 넣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문장이 잡히기 시작했고, 글이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발아(發芽), 지금껏 씨앗에 머물렀던 내 글이 자라기 시작했다.

                        
                     

그래서 글쓰기와 관련된 책 하나를 소개하고 싶다. 앤 라모트가 저술한 '쓰기의 감각'이다. 지금껏 글쓰기에 대한 다양한 책을 읽었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책의 레퍼토리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지만 '쓰기의 감각'은 그들과는 다른 특별함을 지닌다. 나는 이 책이 지닌 특별함을 순수함이라고 정의한다. 가식적인 글쓰기에 미쳐있는 세상에서 작가는 독자에게 발가벗은 글을 쓰라고 요구한다. 그는 모든 걸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풀어갈 때, 가장 강력한 글이 나온다고 말한다. 나는 이 부분이 참 인상 깊었는데, 단지 그가 세상의 흐름에 순응하는 대신 자신의 방법으로써 세상을 마주했기 때문은 아니다. 대신, 작문에 있어서 앤 라모트의 핵심 가치관이 나와 유사하며 차이가 있다면 나는 이를 타인에게 설득력 있게 풀어내지 못하는 반면, 그는 풀어냈으며 세상에 이를 성공적으로 증명했기 때문이다. 25년간 아마존 글쓰기 분야 베스트셀러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겠는가. 때문에 그가 인상 깊었고, 이를 넘어 부럽기까지 했다.

 

 

 

 

본문에선 이를 시작으로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나오지만 나는 그보다 앞서 언급된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본질을 강조하고 싶다.
특히 작문에 입문하는 사람이나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은데 손이 따라주지 않아 고민인 사람들이라면 이 메시지를 더욱 마음에 새겨야 한다. 뭐든지 기초가 가장 중요한 법이다. 그들이 앞으로 얼마나 글을 쓸지 몰라도 그 근간을 바로 잡아야  계속해서 좋은 글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위 과정은 그 무엇보다도 우선시 돼야한다.
글은 가장 순결한 상태일 때 빛이 난다. 가식,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를 표현할 때 글은 힘을 지닌다. 남들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다. 남들을 위한 글 자체가 넌센스 아닌가. 글은 나를 위해 쓰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글을 쓰기 위해서 그 어떤 것보다도 본질을 잡는데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한다. 뼈와 살을 붙이는 건 부차적인 요소다.

이 책을 통해 작문의 '초심'을 발견하길 바란다. 주어 서술어 일치, 두괄식 등 글 쓰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그 근본을 이루는 초심을 먼저 잡았으면 한다. 이를 깨달음으로써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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