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탑빵 1
보담 글.그림 / 재미주의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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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에 있는 조그만 빵집에서 일어나는 일을 담은 책, 옥탑빵.

빵 한 조각과 차 한 잔에 오늘날 사회의 고뇌를 녹여냈다.

특히 이 책이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에스프레소보다 진한 위로가 될지도 모르겠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소한 옥탑빵이다.

위치는 옥탑이요, 케이크 종류는 하루에 하나고, 빵도 얼마 없으며, 음료도 가장 기본적인 메뉴들만 판매한다.

그럴만한 게, 주인공은 애초에 세상적 성공을 바라고 빵집을 시작한 게 아니다.(그랬으면 퇴사를 하지 않았겠지.)

그녀는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빵을 만드는 일.

하지만 그녀는 이미 직장이 있었고, 자신의 삶을 어느 정도 완성시킨 상태였다.

지금까지 쌓아둔 것을 엎어버리고 새로운 일을 도전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터.

때문에 그녀는 아마도 이상(제빵)과 현실(직장) 사이에서 엄청난 갈등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최종 선택은 이상이었다.

과감히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했던 일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그녀는 세상과 다른 길을 가기로 마음먹었고 이 만화는 그 시점, 즉 그녀가 본격적으로 세상과 다른 길을 가기 시작할 때부터의 이야기를 다룬다.

 

작가는 이야기 속에 다양한 인물을 배치한다.

자신의 이상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사람,

이상과 현실에서 갈등하고 있는 사람,

이상을 애써 외면하고 현실에 머물고 있는 사람,

현실에 지친 사람 등

세상의 길과 자신의 길 사이에서 고민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보여준다.

상황은 약간씩 다르지만, 이들은 모두 세상적 가치관과 자아가 일치하지 않아 고민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작가의 해답은 무엇일까.

 

 

작가는 우리에게 하고 싶은 걸 하며 살라고 말한다.

사는 데 답이 없기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라고 말한다.

여기까지는 요즘 젊은이들이 추구하는 욜로(Yolo)와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작가의 메시지와 욜로 모두 세상의 기준 대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둘은 완전히 다르다. 겉만 비슷할 뿐이다.

그리고 그렇기에 나는 이 웹툰을 읽을 때 참 많은 위로를 받았다.

      

작가는 그 길이 힘든 길이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알려준다.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만큼 그 길이 힘든 길이라는 걸 말한다.

주인공이 하던 일을 그만두고 빵집을 차린 건 분명 큰 도전이다.

그리고 분명 이를 시작하기 전에 충분히 고민했을 거고, 나름의 확신을 가지고 시작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작가는 끊임없이 흔들린다.

지나가는 사람 말에, 손님의 말에, 심지어 친구의 말에 상처받고 자신이 선택한 길에 회의를 느낀다.

작가는 확실히 말한다. 남들과는 다른 삶, 쉽지 않다고.

   

 

주인공뿐만 아니다. 작가는 주인공을 둘러싼 사람들의 마음 또한 잘 표현했다.

이상을 억누르고 현실에 자신의 몸을 끼워 맞추는 사람, 평범하게 살고 싶지만 세상의 차가움에 고생하는 사람 등,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속으로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명한다.

그들이 혼자 남겨졌을 때 했던 고민을 독백으로 나타냄으로써 마치 독자와 11로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작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고민하는 이들에게 위로를 주는 동시에 세상을 뚫고 나갈 수 있는 힘을 불어 넣는다.

주인공이 엄청난 해결책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 단지 정체성을 지키며 자기 자리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 모습 자체만으로 회복을 경험한다. 주인공이 자기와 같은 고민을 했고, 그 삶을 실제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빵집에서 용기를 얻고 회복을 경험한다.

 

우리 또한 이런 삶을 살면 어떨까.

남들이 대기업, 의사, 변호사, 공무원이 좋다고 해도, 나와 맞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게 더 행복하지 않을까.

나도 꿈이 있고, 꿈을 위해 노력하지만 분명 만화 속 인물들처럼 고민하고 방황할 때가 찾아올 것이다.

그때 이 책이 나에게 위로이자 추진력이 되기를 조심스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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