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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 그리워졌다 - 인생이 허기질 때 나를 지켜주는 음식
김용희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4월
평점 :
밥이 그리워졌다
-인생이 허기질 때 나를 지켜주는 음식-
몸으로 삼키는 따뜻한 추억
"모든 음식에는 이야기가 있다"

속이 든든해야 일도 잘한다. 그런데, 먹어도 먹어도 허기가 진다라는 말은 영혼의 허기를 단순히 음식으로 채울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여러 음식에 대하여 개인마다 각각의 다른 추억과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김용희의 음식 에세이 [밥이 그리워졌다]는 우리 인생에서 '기억할 만한 음식' 50가지를 한 상 가득 차려주며 이야 해준다. 양푼비빔밥, 삼결살, 떡볶이, 라면, 짜장면, 돈가수, 메밀묵....... 어느덧 마음은 따뜻해지고 추억을 향해 달려가게 된다. 작가는 작가대로 읽는 이는 읽는 이대로의 이야기가 동시에 펼쳐진다. 알게 모르게 음식에 위안을 받는다. 누구와 자주 먹었는지, 언제 먹었는지, 그 음식을 먼기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나하나 쫒아가며 읽다보니 나만의 이야기 책이 한 권 더 만들어진 느낌이다.
제1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한 끼
제2부 사랑이 떠나도 그 맛은 남으니까
제3부 외로움이 내 마음을 두드릴 때
제4부 내 영혼의 허기를 채워줄 한 끼

언제나 학교 앞에는 떡볶이집이 있었다. 강렬한 삶의 상징처럼 청소년기를 불태워주고 있었다. 빨간 양념 국물에 떡을 찍어 먹고, 뛰김만두를 찍어 먹고, 순대를 비벼 먹고.......떡볶이는 청춘의 혼란스러움을 빨간 눈물로 감싸주던 매혹이었다.
그럴 때 세상은 남자에게 충고한다. '원래 첫사랑 다 실패하는 거야.' 첫사랑이니까. 첫사랑은 떡볶이처럼 뜨겁고 맵고 달고 고소하니까 떡볶이 하나에 청춘의 설렘이, 떡볶이 하나에 첫사랑의 아련함이, 떡볶이 하나에 뜨거운 눈물이 서려 있다. 첫사랑이 떠오르면 가슴 뜨거운 떡볶이 한 접시를 먹음직도 하다.

그래도 라면이 있기에 청춘의 삶은 계속된다. 수많은 자취생과 혼족을 위로해주는 음식, 배고픈 청춘들의 소울 푸드, 나는 상상하기 싫다. 이 짭조름하고 맛난 것이 없는 세상을. 외국 여행 갈 대 고 챙기는 필수품, 눈 온 스위스 융프라우산 꼬대기에서 먹는 간식, 군대 선임이 야식으로 끓여오라는 그것, 돈 궁할 때 한기는 면발만 먹고 다음 끼는 국물에 밥 말아 먹을 수 있는 가성비 최고의 음식, 라면이 있기에 삶은 지탱된다.
음식에 관한 방송이 넘쳐나는 요즘, 화면이 아닌 글로 접할 수 있어 좋았다. 눈이 먼저 느끼고 나면 생각이 풍부해지지 않는데 글로 읽으며 아련한 추억을 하나 둘 떠올리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우리가 오랜만의 누군가를 만나면 '언제 밥 한번 먹자'하는 말을 한다. 왜 하필 밥일까? 아무 생각없이 그냥 정말 밥 먹을 생각도 없으면서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럼에도 삼시 세끼 챙겨먹는 그 밥을 이야기한다. 부모님을, 형제를, 친구를 , 직장 동료를, 학교 선후배등을 떠올리며 알 없는 그리움과 뭉클함을 느끼루 있었다.
요즘 식구들의 활동 시간대가 다르다보니 하루 한끼도 다 같이 모여 먹기가 힘들다. 각자 먹고 싶은 취향대로 먹고 한 끼를 해결한다. 그래서 밥이 그리워졌다라는 제목을 보고 순간 떠오른 것은 가족과 단란한 식탁이었다. 나도 밥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