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위로 - 산책길 동식물에게서 찾은 자연의 항우울제
에마 미첼 지음, 신소희 옮김 / 심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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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위로

현대를 살아가면서 가벼운 감기처럼 우울증에 시달리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 정도의 차이라고나 할까.  우울증이란  단어에 눈길이 한번, 너무나도 고운 책표지에 또 한번 눈길이 갔다.

에마 미첼은 무려 25년간의 기나긴 우울증을 앓았고 그것을 치유해준 것은 자연이다. 우울증의 처방전은 바로 야생의 산책으로 위대한 자연의 힘을 활용하여 자연과의 친밀한 교감을 통해 자기 안
강력한 회복탄력성, 스스로 나을 수 있는 힘을 발견한다. 가벼운 무기력증에서 자살 충동에 이르기까지 우울증의 다양한 양상을 경험하며 그런 때마다 자신을 위로했던 자연의 모습을 생생한 글과 그림, 사진으로 옮긴 자연 관찰 일기라 할 수 있다.
동식물을 관찰하고 스케치하고 사진으로 찍는 과정이 쌓여 가장 힘겨운 날에도 견딜 수 있는 힘이 되었다.
10월, 시월, 가을에서 시작해 겨울을 견뎌내고 새삭이 움트는 봄과 작열하는태양의 뜨거운 여름을 지나 다시 가을로 돌아오는 여정에 자연과 계절의 변화와 함께 작가 겪는 감정의 변화까지 담고 있다. 조심스럽고 섬세한 문장은 동물을 관찰할 때 숨차 멈추며 지켜보는 느낌이다. 조화롭고 아름다움을 뽐내 사진과 스케치, 그리고 수채화는 우리에게도 그 보고 느낀 자연을 온전히 만끽하게 해주고 마음이 여실이 드러난다.



 이 책은 일 년 동안 우리 집 주변을 거닐며 관찰한 자연물에 관한 것이다. 햇살과 새들의 지저귐이 나를 부르고 모든 것이 좋아 보이는 날이 있는가 하면, 산책하러 나가는 것조차 너무나 힘겨운 과제처럼 느껴지던 날도 있었다.



내가 가을의 속임수를 증오한다는 걸 고백해야겠다. 가을은 종종 올해는 겨울이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암시로 시작된다. '이거 봐, 뱀도랏 꽃이 아직도 피어 있어. 게다가 날씨가 6월처럼 따뜻하잖아.' 하지만 난 녀석의 속임수를 잘 알고 있다.


스노드롭 수백 송이가 만발하여 근사한 광경을 이루고 있다. 갓 빨아 넌 리넨이 식물로 변신한 것처럼 상쾌하고도 깨끗한 모습니다. 나는 근처에 차를 세우고 스노드롭 사진을 찍는다 이 엄첨나게 거대한 꽃 무더기에 흥분하고, 뚜렷한 계절 변화의 신호에 안
도감을 느끼며 즐거워한다.

나는 우울증에 붙들릴 때마다 내가 가진 모든 무기를 동원해 맞서 싸우고, 간신히 벗어나 서서히 회복하 다시 인생을 살아나가려 애쓴다. 벗어날 수 없는 진 빠지는 악순환이지만.
오늘도 나는 굳건하게 견디고 있다. 나는 우울증을 일관된 하나의 존재로 여기지 않는다. 이곳에서 저 복잡미묘한 노랫소리를 듣고 있으니 그간 억눌러왔던 생각들이 마음속에서 폭발한다. 내가 이 상태를 완전히 벗어날 가능성이 없다는걸 안다. 이 병은 내 인생의 절반이 넘는 시간에 걸쳐 삶을 온전히 누릴 능력을 빼앗았다. 나는 새삼 내가 우울증을 얼마나 증오하는지 느낀다.


산림욕을 하고나면 개운한듯 숲사이를 걸으면서 안정감을 갖게된다. 걷고 생명체를 찾아 나서보면 기분을 바꾸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답답한 실내에서 핸드폰 액정이나 tv속 화면이 아닌 살아 숨쉬는 자연을 가까이 할 때 우리는 그 속에서 진실로 살아있음을  느끼게 되는 것이리라. 작가의 고통과 그것을 이겨내 위한 노력이 절절이 느껴진다.  이 순간에도 힘들어하는 든 이들에게  속의  '오늘도'라는 짙은 글자처럼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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