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으로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인물의 모습과, 그 일상적인 흐름 속에서 스며 나오는 슬픔의 깊이가 느껴진다.
딸의 결혼식을 준비하는 엄마의 행동은 한편으로는 무모하지만, 동시에 그 무모함조차 이해할 수 있게 한다.
그런 엄마의 행동 앞에서 난감해하면서도 아픈 엄마를 바라보는 딸의 시선이 그려진다.
그때 자기도 모르게 수정은 울컥하고 울었다. 나중에 이날을 기억할 때 엄마가 도는 저 모습이 기억날 거란 걸 수정보다 수정의 눈물기관이 먼저 깨달은 것 같았다. 아, 어떡해. 장갑으로 얼른 눈가를 훔쳤다. 하지만 나쁘지 않잖아, 수정은 생각했다. 엄마의 강인함도, 엄마가 맨날 부리던 억지도 이상하게 저 사락사락함으로 가억날 것만 같으니까.
“결혼식이자 장례식이었다. 근사한 장례식이었다.”라는 문장은 삶과 죽음, 이별과 축하의 경계를 절묘하게 포착하며, 작품이 지닌 균형감각과 정서의 조화를 잘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