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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식물상담소 - 식물들이 당신에게 건네는 이야기
신혜우 지음 / 브라이트(다산북스) / 2022년 5월
평점 :

이웃집 식물상담소는 그림을 그리는 식물학자, 식물을 연구하는 화가인
신혜우 작가님의 에세이입니다. 신혜우 작가님의 식물 상담소에서 만난 여러 상담자들의 이야기와 작가님의
생각을 읽으며 묘하게 위로를 받게 되었어요. 신혜우 작가님의 따뜻하고 섬세한 글과 책 중간 중간에 그려진
식물과의 조화를 보는 재미도 솔솔 하답니다.
p. 82
“직장을 그만두고 산과 바다로 많이 다녔어요. 자연 속에 있다 보니까 ‘어떻게든 먹고 살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용기를 얻었어요. 식물에게서.”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진 사연자의 이야기에 고민이 많았던 나의 20대가
떠올랐어요. ‘아프니까 청춘이다’ 라는 말이 있듯, 나의 20대는 방황과 혼란의 연속이었던 것 같아요. 직장도 여러 차례 옮기며 한 곳에 정착을 하지 못 했죠. 서울살이가
고될 때, 마음이 힘들 때마다 저의 발 걸음은 늘 덕수궁으로 향했어요.
덕수궁 밖은 사람도 자동차도 많은 소음이 가득한 곳인데, 이상하게 덕수궁 내부로만 들어가면
다른 세상 같았거든요. 이질적인 모습이 너무나 좋았고, 초록
초록한 나무들 곁에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용기도 생기곤 했죠.
p.67
자연을 가까이에서 느끼며 살아갈 때, 자연의 순환 속에서 우리도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고 불필요한 결핍과 불안에서 좀 더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그런 것 같아요. 인간이 만들어 놓은 편리함을 잘 이용하다
가도 불쑥불쑥 튀어 오르는 불안감이 엄습할 때면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 자연으로부터 위로를 받고 일상생활로 복귀하죠. 나이가 들수록 자연의 위대함을 느낀다고 할까나…
p.91
“지금 키우고 있는 식물이 잘 자라지 않는다면 사랑을 줄여 보길 권합니다. 사랑을 조금 줄여보면 우리 인생에도 관계에도 기다리던 꽃이 필지 모를 일입니다.”
사랑하는 엄마의 생신, 결혼 기념일엔 새빨간 장미꽃을 선물로 드렸습니다. 어린 내가 드릴 수 있는 엄마를 향한 사랑의 표현 방식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께서 활짝 핀 꽃을 보는 건 너무나 행복하지만, 지고
난 후 너무 속상하시다고 하셨어요. 그 말을 듣고 난 후부터 저는 어머니를 위해 싱그럽고 아름다운 꽃
집의 화분을 종종 선물을 드렸습니다. 꽃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기분 좋아지고, 행복한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그런데 저와 엄마는 식물을 잘 못 키우더라고요. 나름 관심과 사랑을
준다고 했던 내 행동들이 꽃들을 시들게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몇 번의 실패를 하고 나니 식물을 키우지 않게 되었습니다. 말을 못하는
식물도 생명을 가졌는데 식물이 시들어 가는 모습을 볼 때 죄책감이 생기더라고요.
다시는 식물을 키울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저의 소중한 보물
꼬맹이가 유치원에서 가지 파종을 가져왔어요.
햇살 잘 드는 베란다에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물을 주고.
가지가 생명력이 강한 건지, 잘 자라고 꽃도 피었습니다.
가지의 꽃은 보라색이고, 잎 사귀는 뾰족한 가시가 있더라고요.
처음보는 가지 꽃과 가지 잎사귀의 가시를 보며 어찌나 신기하던지…
내 사랑을 조금 줄이니, 가지의 꽃이 피었듯이 아이를 향한 나의 걱정스러운
마음과 조바심을 조금 내려놓아보려고요. 한발자국
뒤에서 아이를 지켜보다 보면 꼬맹이도 멋진 어른으로 성장해 있겠죠?
p.216
좋아하는 건 자연스럽고 행복한 일입니다. 커다란 이유가 필요하지도
않지요. 나에게 소중하고 감격스러운 작은 순간들이 무언가를 좋아하게 되는 큰 이유가 되기도 하니까요.
어렸을 때부터 식물을 좋아했던 작가님. 전학간 학교의 구석진 곳까지
찾아가며 어떤 식물들이 있는지 살펴보셨다고 해요. 저는 이제 한 아이의 엄마라서 그런지,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하며 행복함을 느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 아이가 작가님처럼 좋아하는 것을 찾고 소소한 행복에
감사할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건 자연스럽고 행복한 일이니까요.
Thanks to. 다산북스
<본 포스팅은 다산북스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