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뚝배기를 닦아 뿌링클을 사다 - 조져진 세대의 두 번째 페르소나
이용규 지음 / 좁쌀한알 / 2022년 2월
평점 :
「 #뚝배기를닦아뿌링클을사다」
#조져진세대의두번째페르소나
#이용규 / #좁쌀한알
#신간도서 #협찬도서
1.
제목에서 좀 세다는 인상이 풍겼다. #뚝배기 #뿌링클 #조져진 이라는 키워드가 두 눈에 띄는 탓이다.
이 책의 시작점은 ‘세대론’에 있다. 세대론을 바라보는 자와 세대론의 주인공의 관점이 다르다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MZ 세대. 그들은 쿨하고 멋대로고 자유만 좇아간다?
- M 세대 (81~95) Z세대 (96~10)
처음 이 책을 읽을 때 말투가 좀 툭툭 내뱉는 것이 약간 건조함을 넘어 비아냥거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대상은 다름 아닌 자신이었다. 본인이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니, 자조였다. 추천사(장서연_변호사,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때로는 자조적으로 자신의 경험과 생각, 좌절과 콤플렉스를 들려주는 저자의 글(…)’에서 말하듯 무척이나 크게 다가왔다. 개인적으로는 ‘아 이제는 타인의 편향되고 제 입맛에 맞추는 대로 휘둘리는 게 아니라 자기 어필을 해야만 하는 시대가 왔구나’하는 시원하고도 씁쓸한 감정이 올라왔다.
저자가 나와 같은 삶을 산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감하는 것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이며, 공감이 된다는 것이며, 딱히 지금 내 삶이 그다지 이 책의 모양과 새롭지 않다는 데 있는 것 같다.
본문의 ‘시간을 팔아 돈을 산다.’(p.23)를 바꾸고 싶다. 시간을 팔아 꿈을 산다. 그런 삶을 살고 싶다. ‘그런 삶이 참 힘들구나, 그렇지만 뭐 살아내야지’이런 어조가 이 책의 뉘앙스이다. 우리가 이렇다는 것을 이야기할 뿐 누구의 탓을 하고 싶진 않다고. 다만 저자의 어조 속에 이 책을 읽는 이전 세대, 다음 세대가 조금이라도 우리를 이해하길 바라는 작은 바람이 깔려 있지 않을까.
2.
궁핍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드러나는 것이다. (…) 이를테면 궁핍은 그들의 시간 계획표에서 나온다. 아침에 일어나 지하철을 타고 거의 매번 아침을 거르고 때로 점심까지 거르며 수업을 듣고 아르바이트를 한다. 늦게 귀가해 공모전을 준비하고 주말 아침에는 스터디에 출석한다. 여유가 없고, 세상에 맺힌 것이 많고, 상실감과 박탈감에 빠진, 이것이 오늘 우리들의 정신이다. 시간을 쪼개는 법이나 최선 아닌 차악에 만족하는 법, 성공보다 실패하지 않는 법, 그럴듯한 외양이라도 갖추는 법 따위를 모색하는 데 익숙하다. 시간을 팔아 돈을 번다고 자조하지만 알고 보면 둘 다 박탈당한 것이다. p.291
물론 (…)‘이렇게 사는’ 20대가 ‘이렇게 살지 않는’또 다른 20대의 단면을 SNS로 지켜보는 것은 상실감과 박탈감을 가열히 촉매 한다. (…) 요는, 우리가 그 상실의 감정을 어디서 보상받는가 하는 것이다. (…) 버스비 2,000원에 벌벌 떨면서 철마다 무신사 도메스틱 옷과 프라이탁 가방에는 너그러우며(…), 휴대폰 요금 낼 돈도 없는 주제에 돈을 박박 긁어 뿌링클을 시켜놓고 집 앞 편의점으로 걸어 나가 맥주를 사 오는 까닭이 이것이다. 마케팅 업계에서 만들어낸 말을 빌리자면 ‘나심비’, 또는 ‘시발비용’이겠지만 진실은 내적 품위 유지, 사치품으로 상실감을 보상받기라 해야 옮다. (…) 올바른 것일까? 당연히 아니다. (…)
이것이 바로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다. (…) 빈곤한 청년들이여 단결하라. 그대가 잃을 건 쇠사슬뿐이지만 얻을 건 온 세상이리라…. 그러나 뿌링클을 포기해야만 쇠사슬을 끊어낼 수 있는 거라면, 그건 고민해 볼 일이다. pp.291-293
먹방이 대세인 이유는 어쩌면 뿌링클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쭉 읽으면서 책으로 담아낸 삶을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평범한 청년 세대의 삶을 누군가는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영역이 이렇다고 할 수 없고 같은 나이라 해도 저자의 삶을 이해하기 어려우리라는 생각도 든다. 다만 독자로서 떠오르는, 정리하지 못한 채 나열해 보자면, ‘우리 때는 다 그랬어.’라던가 ‘요즘 애들은 왜 이래?’라는 지극히 협소한 질문에서 부디 벗어나길 바란다는 것과 ‘자조적’인 목소리를 듣고 진정한 의미로의 이해의 한 걸음이 필요한 때라는 것이다.
이런 삶을 산다.
그러니 조금은 이해할 필요가 있다. 뿌링클로 시간을 사는 세대를.
#책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글 #서평 #리뷰 #독서 #독서습관 #도서 #꿈글 #인문교양 #세대론 #mz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