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하우스
전지영 지음 / 창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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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영 작가의 소설집, <타운하우스>는 ‘말의 눈’, ‘쥐’, ‘난간에 부딪힌 비가 집 안으로 들이쳤지만’, ‘맹점’, ‘언캐니 밸리’, ‘소리 소문 없이’, ‘뼈와 살’, ‘남은 아이’ 총 10 작품이 실려있다.

개인적으로 제목부터 끌린 작품은 ‘난간에 부딪힌 비가 집 안으로 들이쳤지만’이다. 간단 명료한 다른 소설 제목들과는 다르게, 상대적으로 긴 문장으로 이루어진 제목이 눈에 띄었다.

난간에 부딪힌 비가 집안으로 들이쳤지만의 주인공은 윤석과 혜경 부부이다. 두 사람 사이에는 두 아들이 있고, 둘째 아들을 사고로 잃었다. 어느 하나 잘못한 사람은 없지만, 원망의 대상이 필요한 채 그들은 어느새 은퇴 이후의 삶을 살아내고 있다.

전기화 해설은 ‘전지영의 소설은 상당히 고전적인 아취를 풍기면서도 동시대적인 생동감 또한 가지고 있기에 묘한 매력을 지닌다. (p. 282)’ 라고 표현하였는데, 내가 느낀 감정과 굉장히 유사하다.

둘째 아들의 시신은 정주못 산책로 북쪽 2.7킬로미터 지점 갈대 더미 사이에서 발견되었다. 전날 내린 폭우 탓에 수면이 10센티미터가량 높아진 상태였다. 아들의 몸은 알아보지 못할정도로 물에 퉁퉁 불어 사람이 아닌 물체처럼 보였다. 바다에 떠 있는 낡고 오래된 스티로폼 부표 같아 보이기도 했다. 입고 있던 청바지와노란색 맨투맨 덕에 겨우 신원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 윤석은 시신앞에서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손을 대면 살이 두부처럼 부서질까봐 무서웠다. 아들의 죽음 앞에서 슬프기보다 두려웠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p.84

아버지로서 아들의 시신을 마주하는 윤석의 심경은 감정적인 동요보다는 사실 그 자체를 나열하듯 차분하기만 하다. 어쩔 수 없는 느낌과 상황을 나열하는 문체는 독자에게 윤석의 감정에 이입하기보다 그의 감정을 이해하게 한다.

혜경과 윤석은 아들을 잃은 시간에서 멈춰 있다. 그리고 소설의 말미, 그들은 그전까지와는 다르게 서로를 향해 화를 내고, 울음을 터뜨리고, 쏟아낸다.

작가는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은 건조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하나, 되려 그 때문에 인물의 내재적인 상처가 외재적으로 폭발할 때의 순간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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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소설을 읽었다. 전지영 작가를 알게 되어서, 다시 또 소설을 읽어나가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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