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사랑
베로니크 드 뷔르 지음, 이세진 옮김 / 청미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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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다.

정말 오래된 기억이지만,

어렸을 때 안네의 일기를 읽으며 안네의 시선을 따라 시간을 함께 했던 것처럼 다시 만난 사랑을 읽으며 그런 기분을 느꼈다.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오랜만에 대화하는 느낌.

 

그 감정이 되살아 날 수 있었던 건 함께 티 타임을 즐기며 조용히 읊조리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친구 혹은 가까운 손님이 된 것 같아서, 였다.

 

감정은 그대로, 오롯이 남아 있어요. 일흔세 살에도 엄마는 스무살이에요.(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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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사랑은 엄마를 사랑하는 딸이 써 내려가는 황혼의 아름다운 엄마를 담았다. 오래되었지만 포근하고 깨끗한 공간에 둘러 앉아 사랑스러운 엄마를 담아내는 이야기를 쭉 따라 올라가다 보면, ‘, 이러 글을 만나고 싶었구나.’하는 감정이 든다.

 

작가 베로니크 드 뷔르의 전작 체리토마토파이의 입소문만 듣고 사실 제대로 읽어보지 못했는데, 다시 작가가 써 내려가는 그 시선을 따르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그리고 독서 내내,

나의 부모를 떠올릴 때 나도, 이렇게 사랑스럽게 묘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이 되살아났다.

한 사람을 바라보는 데에 사랑이 가득하다는 것은, 서로의 못난 점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지 않은 점까지도 관계에 대해 내가 원하는 규정을 하는 것에서 비롯될지도 모른다.

 

이 책을 덮으며 비슷한 장면을 담은 내가 본 몇 안 되는 영화 중 하나인- <레터스 투 줄리엣>이 떠올랐다. 로맨스 영화하면 제일 먼저 언급하는 이 영화의 배경은 이탈리아다. 주인공 소피가 이탈리아 여행을 하며 작가의 꿈을 이룰 수 있었던 건 황혼에 첫사랑을 다시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기 때문이었던 것 같은데 (벌써 영화 본 지가 14년이 지나서 가물가물 하다.) 나도 그 때 작가라는 꿈을 더 구체적으로 그렸던 것 같다.

 

다시 만난 사랑 속 엄마가 사랑으로 나이를 잃어버리고 반짝 반짝 빛이 났던 것처럼, 그리고 딸이 엄마의 두 번째 여행까지 담담히 끝맺은 마지막까지 이 따듯하게 감정을 건드리는 작품을 만나 나도 조금은 물든 것 같은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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