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예술로 빛난다 -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대답
조원재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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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예술로 빛난다>는 <방구석 미술관>시리즈의 조원재 작가가 ‘예술을 매개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관에 이야기하는 책이다.

요새 집안일에서만큼은 바지런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그렇다고 회사에서 일을 할 때처럼 ‘일이 너무 많다, 바쁘다’라는 느낌이 드는 게 아니라 그냥 집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그 자체가 좋다.
나를 깔끔하게 대하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 걸까.
한 편으로는 상대적으로 외부의 일들에 나태하게 대하는 나를 발견한다. 너무 할 일이 많으니, 오히려 머리로 생각하는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인데, ‘도대체 여기서 어디까지 바빠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종종 든다. 그러다 보니 그 공간이 주는 과부하 스트레스(?)로 멈춰 있을 때는 기절할 정도로 피로감이 몰려온다. 1분 1초를 쉬지 않고 2~3가지의 일을 계속 돌리며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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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함의 진실(p.106)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나태함’을 부정적인 것으로 여긴다. 게으르고 굼뜬 사람을 사회적으로 비생산적인 것을 떠올린다. 그렇기에 피해야 하며 절대 그래서는 안 되는 것으로 보통 인식한다. 그렇지만 뒤샹은 ‘나태함’을 일반적인 관념과는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았다. 그는 자기 자신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성찰한 결과, 자기 내면 깊숙한 곳에 ‘나태함’이라는 것이 ‘거대하게’ 자리 잡고 있음을 자각했다. 그는 그것을 부끄러워하거나 애써 외면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p.109)

(사진)

뒤샹은 나태했다. 그래서 파리를 속속들이 채우고 있는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며 느꼈다. 그는 뉴욕을 돌아가지 전 뉴욕에 있는 친구에게 줄 선물을 고민하다 약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거기서 혈청을 하나 사고는 약사에게 혈청을 쏟아 버리고 빈 유리벼안 달라고 주문했다. 그 빈 유리병은 매우 오묘하고 독특한 형상이었다. 한편 기괴해 보이기도 했다. 뒤샹은 빈 유리병을 가지고 뉴욕으로 향했다. 그리고 친구에게 분리수거를 해야 할 것 같은 그 유리병을 주며 말했다. 이것이 ‘파리의 공기 50cc’라고.
일하는 것보다 살고 숨쉬는 것을 더 좋아했다. 그런 그는 자신의 삶을 곧 예술로 여기며 살았다. 그렇기에 자기 삶에서 나오는 부산물이 예술작품이 되었다. 거대한 나태함 때문에 유리병을 만드는 것은 제약회사에 맡기고, 그 유리를 비우는 일마저 약사에게 맡겼지만 말이다. (pp.113-114)


Y 씨의 글은 이러했다. 얼마 전까지 그는 강박증이 있을 정도로 부지런히 일했다고 했다. 그런 탓에 언제나 두통에 시달렸고, 가슴이 아팠고, 숨이 막혔다. 그러다 최근에 일을 내려놓았고, 나태함이라는 것과 친구가 되어갔다. 그러다 최근에 일을 내려놓았고, 나태함이라는 것과 친구가 되어갔다. 그 이후 신기게도 두통이 없어졌고, 살이 쪘으며 그런 자신을 본 지인들이 편안해 보인다 말해주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태함이라는 것이 결코 나쁜 아님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천천히 살고, 숨 쉬고, 여행 다니고, 마르셀 뒤샹 전시를 보러 다니고, 맛있는 것 먹으러 다니고, 깔깔 웃고, 해옥에 배시시 웃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가방에 약봉지 없이 집을 나선 것을 뒤늦게 알아차려도 불안하지 않다고 했다. 이젠 아프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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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왜 나태함에 관한 책의 내용을 읽어보며, 우리 사회가 ‘여유’를 바라보는 잣대를 알 수 있었다. 여유가 있다는 것은, 지금 부지런하지 않고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뒤샹이 나태함을 예술이라고 설명하는 이유는 ‘해야 할 사회적 책무가 아니라, 어쩌면 개인이 누리는 것’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인 바지런함이 우리 삶에 100%을 채우는 게 아니라 언젠가는 사회적 근면과 개인적인 오롯이 내 생활로서의 근면이 5:5가 되는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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