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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21.7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21년 6월
평점 :
품절
월간샘터 SAMTOH
우리 동네에서 만나요! / No.617 2021.07
주제에 걸맞게, 우리 동네에 생긴 카페에서 표지 사진을 찍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나에게 안성맞춤인 우리 동네의 카페.
#물방울서평단 으로서 첫 활동, 월간 샘터 < #SAMTOH >의 No.617 호 주제는 [우리 동네에서 만나요!]이다.
문득 대화의 희열3에서 밀라논나가 게스트로 나왔다. 그의 집에는 100년(120년? 130년?)이 넘은 고가구들이 늘 있던 자리에서 쓰이고 있었다. 조부모 때부터 물려받은 가구와 부모님의 옷,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사람의 손길을 받으며 오래되었으나 낡지 않은 채로 세월을 품고 더욱 멋을 자랑하고 있는 모습이, 유행하던 Slow Life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이번 권호의 주제가 우리 동네인데, 밀라논나가 생각난 이유는 p.16 <남해에서의 ‘맛있는’한 달 살이> 에서 20년 된 백반 집의 정(情)이 생생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루는 인테리어만 레트로풍이 아니라 진짜 20년 된 백반 집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노릇노릇 튀겨진 가자미 구이를 열심히 발라먹고 있는데 주방에서 나오신 사장님이 “모자란 반찬은 없어요?”하고 물었다. 사장님의 호의에 기분이 좋아진 나는 “괜찮아요. 생선구이도, 밑반찬들도 다 맛있네요”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평생을 고향인 남해에서 사셨다는 사장님은 내가 삼시 세끼를 꼬박꼬박 지어 먹을 스타일로는 보이지 않으셨는지 이내 처음 만난 외지인의 밥걱정을 해주셨다. 여기서는 젊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외식 장소가 읍내에나 나가야 있다면서 소매를 걷어붙이셨다. “김치 좀 싸줄까? 겉절이 어때요?” 정말 감사했지만 초면에 큰 신세를 지는 것 같아 손사래를 쳤다. 여러 차례 실랑이 끝에 겉절이 대신 사장님 부부, 둘째 아드님 모두와 양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나서야 가게를 나설 수 있었다. pp. 17-18
한 자리를 오래도록 지킨다는 의미는 그 세월의 경험과 이야기가 담겼다는 것과 같은 의미로 다가온다. 밀라논나의 오래된, 멋이 스민 물건과 오래도록 그 자리를 지킨 백반 집의 포근함이 겹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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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라는 말은 나와 네가 포함된 따듯한 단어이다. p.60 <그리운 추억이 될 ‘오늘’이란 시절> 은 #느린여행자의휴식 (사진 #백홍기 )이라는 제목의 밤의 덕수궁 돌담길 사진이 있다.
“오늘 점심 어때? 한 시간 뒤 덕수궁 앞에서 보자.”“그래, 신발은?”“운동화!”“좋아!”수십 년 지기의 친구와는 약속을 성의 있게 잡을 필요가 없다. 그냥 만나고 싶을 때 만나면 되고, 사정이 맞지 않아 못 만나더라도 서운하거나 눈치 볼일 없기 때문이다. 내게는 그렇게 만나는 아주 오랜 친구들이 있다. p.61
|평범하지만 소중한 오늘
…우리가 서로에게 잊히는 건 아무래도 너무 슬펐다. 우린 멈춰 서서 돌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네모반듯하게 정리된 돌들이 가지런히 쌓여 있었다. 시시한 농담과 특색 없는 식사를 한 오늘이 그냥 이렇게 저물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오히려 별 것 아닌 날들이 가파르게 요동치는 생의 그래프를 완만하게 이어주는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평범한 날들이, 보통의 우정이, 시시한 농담들이 그토록 애틋하고 소중한 건지도 모른다. p.63
old friend, 오래된 친구가 주는 소소함, 안정감, 당연함이 있다. 나에게 돌담길은 고등학생 시절 더운 여름날 밤, 친구와 함께 걸었던 기억이다. 청와대 뒷길을 걷다 경호원이 우리가 누구인지 물었던 것도 기억나고, 예쁜 카페를 보며 나중에 가보자고 했던 기억들.
우리가 함께했던 그 동네에서의 기억은, 그 공간에 여전히 저장되어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동네도, 몇 년 뒤에 나에게는 오래된 공간처럼 그런 소소함, 안정감, 당연함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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