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은 소품처럼 놓아두어야지
홍성민.최효종 지음 / 보름달데이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내 사랑은 소품처럼 놓아두어야지

#홍성민 #최효종 / #보름달데이

#신간도서 #협찬도서 #에세이

 

무용無用에 대하여

내가 힘겹게 쟁취해낸 이 아픔들이 내게 있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 아픔들은 무용하다. 무용한 것으로부터 와 철저한 무용함으로 끝을 맺는다. 세상엔 무용한 것들과만 연결되어 있는 영혼들이 있다. 아마도 우리라는 뜻을 모르고 살아가는 이들. 내 무용함이 좋아 다가온 이들은 나의 무용함에 질려 떠나간다. 그럴 때마다 소매가 긴 옷을 입고 마중을 나간다. 나는 내 자신과만 손을 잡으려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자신의 반려견이 되어버린 날들이 나의 삶이다. 꼬리를 흔들며 자의적인 학대들을 견딘다. 견디다보면 어느새 나는 살아있다. 고래의 위장이 나의 집이요, 내 어미의 자궁이다. 내 정신과 이어진 탯줄을 찾는 일이 최대의 욕망이다. 누군가는 새빨간 목장갑을 낀 손에 가위를 들고 커팅식을 하기도 하지만, 그곳엔 내 손으로 쌓아올린 것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세상으로 나오지 못한 채로 끝없는 세포분열을 이곳저곳에 나열한다. 그리하여 나는 다만, 힘겹게 쟁취해낸 이 아픔들이 얼마나 무용한지 설명하고 설명하고 명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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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 쓸모없음

유용: 쓸모있음

명멸: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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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무용에 꽂혔다.

이 책의 제목 내 사랑은 소품처럼 놓아두어야지라는 의미에 무용이 들어 있는 느낌이었다. 소품의 뜻 중 변변치 못한 물건이라는 뜻이 있는데, ‘무용이라는 제목과 맞물려 쓸모없는 것처럼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이미지가 연상되었다.

저자의 말처럼, 금세 무용해지는 소중한 것들에 관한 느린 고백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도 무용 자체에서 느껴지는 허무한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질문, 무용함이라는 것이 소품이 되고 사랑이 된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소중한 것은 그 존재를 늘 드러내지 않음이다. 가시적이지 않으며 감각적이지 않다 끝에는 무용하게 여겨지게 된다. 사실은 존재에 속해 있기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무용함이 걸렸다. 존재하지만 느껴지지 않는다고 무용함이라 말할 수 있는가?

 

 

|출판사 소개말

타인의 냄새, 어떤 날의 분위기, 스쳐 보냈던 꽃이나 별것 아니었던 나뭇잎 잎사귀 하나까지. 유용했던 것들은 금세 무용해지고 무용했던 것들은 어느새 유용해지지 않나요. 그러니 세계를 잔뜩 채우고 있는 것들은 모두 무용하고 그래서 애틋하게 아름다울 수 있겠죠. 세상은 누군가의 무용함에 귀를 기울이지 못할 만큼 바쁘게 흘러가지만 그 세상에는 무용함을 사랑하는 누군가들도 함께 살아갑니다.내 사랑은 소품처럼 놓아두어야지는 그렇게 탄생한 무용함입니다. 탄생한 것이 소멸되어 갈 때쯤 우리는 무용이라는 단어를 가만히 되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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