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 헬스클럽 - 나는 운동한다 고로 존재한다
현상필 지음 / 을유문화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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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헬스클럽

#현상필 / #을유문화사

#도서협찬 #도서제공 #인문학 #신간도서

나는 운동한다. 고로 존재한다.”

생각하기에 존재한다는 로댕의 말이 이렇게 쓰일 줄이야. 소크라테스 헬스클럽의 핵심 문구이다. 이번 표지 색감도 재미있다. 핑크+블루의 느낌은 철학과 인문이 주는 무거움을 감추고, 유혹하는 느낌이 든다.

 

들어가기 전에, 우리 세대의 문화적 강점을 체감했다. ‘만화로 보는 그리스로마신화가 초등학교 시절 엄청난 유행을 탔던 후광을 보는 느낌. 첫 장부터 헤라클레스의 레슬링 실력과 그 모험에 따른 인물을 쫙- 나열하는데 내 지식을 확인했다.

세월은 가고, 만화 그리스 로마 신화는 남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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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자기 몸을 돌보는 임무를 등한히 하여, 자신이 신체적으로 가장 아름답고 가장 강하게 되는 것을 보기도 전에 늙는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네. 자신을 등한히 한 자는 이런 것들을 볼 수 없을 걸세.”_ #소크라테스 p.16

 

막상 소크라테스는 플라톤과 함께 영혼을 육체보다 고귀한, 이성을 가진 불멸의 신적 존재로 여겼다고 하나(p.98) 몸을 돌보는 것 또한 중요한 것으로 보았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전통적으로 정신과 육체를 하나로 보았다. 둘은 반으로 쪼개진 것이 아닌, 원래부터 한 덩어리였다. 그리스어 프시케Psyche 영혼을 뜻한다. 프시케는 숨 쉬다Psycho’라는 단어에서 유래했다. 우리가 죽음을 말할 때 숨이 끊어졌다는 관용구를 사용하듯, 영혼은 생명의 호흡을 의미했다.육체를 뜻하는 소마Soma는 영혼이 떠나고 없는 빈껍데기, 시체에 불과하다. 기원전 8~7세기에는 살아 있는인간의 육체와 영혼을 구분하는 말도, 그러한 관념도 없었다. p.98

 

정신이든 육체든 중요한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몸을 단련하는 일은 철학을 채우는 일보다 중요했다. 물론 그 시대상 전쟁의 시대니, 이런 생각을 굳이 바꿀 이유도 없었겠다는 개인적인 생각도 든다.

그 시대는 그렇고, 2021년을 살아가는 우리가 이 책을 보며 공감 거리를 찾아야 하냐는 질문이 괜히 내 생각을 들쑤셨다. 그리고 몇 장 넘겨서, 이 책이 원하고 논하고자 하는 바를 찾을 수 있었다.

 

본성상 우리는 아첨의 감미로움에 취약하다. 체력 단련을 통해 자신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기보다는 화려한 치장술에 더 매료되기 십상이다. p.131

 

정해진 운동 루틴을 빠짐없이 지키며, 정크 푸드처럼 근성장을 방해하는 식품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나는 근육을 만들어서 어디에 쓰는가?”라는 질문을 종종 듣는다. 이 물음에 나름의 이유를 들어 답할 수 있다. 인간은 원래 쓸모없으면서 아름다운 것을 사랑한다. 무용(無用)과 무익(無益)은 동의어가 아니다. “예술이 제 본디 힘과 가치를 가지는 조건은 쓸모가 아니라 쓸모와의 거리다.” 만개한 꽃과 반짝이는 별은 우리와 그 어떤 이해관계로도 엮여 있지 않다. 우리는 읽을수록 돈이 되지 않은 시와 소설을 통해 삶의 위안을 얻는다. 오로지 유용함을 추구하는데 인생의 대부분을 할애해 왔던 우리는 쓸모 있는 삶의 의무와 중압감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품격을 되찾을 수 있다. p.129

 

의무로 점철된 삶보다 권리를 누릴 줄 아는 것이 일종의 품격이라는 말인 것 같다.

 

#생각 #철학 #인문

이왕 인용하며 읽은 김에 토를 달자면,

쓸모 있는 삶의 의무와 중압감에서 벗어날 때 품격을 되찾는다는 말보다는 예술의 가치를 알아보는 눈, 아름다움을 공감할 수 있는 여유야말로 품격이 아닐까 한다. 아름다움은 눈으로 볼 수 없는 부분도 많기 때문에. 특히 외적 아름다움과 함께 이너 뷰티를 중요하게 여기는 요즘, 예술이 아름다움이라면, 예술이 갖춘 품격을 두고 고민해볼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어쨌든 돌아가서, 조금 더 속 깊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미적 판단 기준을 고민하게 한다.

 

신체의 탁월성은 건강함이다. 그는(아리스토텔레스) 건강이란 그 어떤 질병에도 구속받지 않는 상태에서 신체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우리는 미적 판단을 강요하거나 정당화하는 그 어떤 기준이나 개념을 거부할 자유와 권리가 있다. 본래 아름다움에는 위계가 없다. pp.133-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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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관에서 바벨을 들어 올리거나 스파링을 하며 자신의 한계를 경험하는 것도 교양의 일환이 될 수 있다. 이런 몸에는 자신감뿐 아니라 잠재력에 대한 깊은 신뢰, 숱한 실패에서 얻은 겸손을 아우르는 품위 같은 게 배여 있다.”(본문인용)

 

신체 능력, , 아름다움, 그런 이야기를 흡입하는 그리스인이 몸을 대했던 이야기들을 볼 수 있는 소크라테스 헬스클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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