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회의 527호 : 2021.01.05 - #2021, 마스크를 쓰고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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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국출판마케팅 연구소에서 한 달에 2권씩 출간되는 <기획회의>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를 바라보는 논점과 콘텐츠, 책이 아우러져 있는 잡지이다.

감사하게도, 1년간 본 기획회의 잡지를 볼 수 있는 서평단에 선정되어 이번 527권 호부터 읽고, 리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이번 특집은 ‘코로나19’와 ‘마스크’였고 현재 나의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보니 깊게 공감되는 주제였다.

코로나로 인한 급격한 생활 전반의 변화는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본질적인 질문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자연스럽게 누렸던 일상을 특별했던 때로 떠올려야만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우리는 생명과 당장의 생계까지 마주해야 했다.

이런 측면에서 신년특집 주제는 복잡한 현실을 객관적으로 정리하고, 비관적 관점을 틀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해 볼 수 있었다.


1. 뜻밖의 사적 영역 확보


|우리는 어떤 심적 마스크를 쓰고 있는가?

- 성취할 사람은 마스크를 써야 할 때다

성공이나 성취를 이뤘다기보다는 이를 위해 달려 나가야 하는 분들이 더 많을 것이다. 이분들은 이제 다양한 심리적 마스크를 써야 한다. 왜 그럴까? 사람의 수명은 길어졌고 사회는 다변화됐다. 한 사람이 태어나서 한 가지의 정체성만 가지고 일관적인 모습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가르치던 시절은 끝나도 한참 전에 끝났다. 왜냐하면 장수와 다변-다양성이라는 중요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중략)… 사회는 훨씬 더 복잡해졌다. … 현대사회, 특히 한국과같이 엄청난 양과 빈도의 사회적 접촉을 온 오프라인 모두에서 해야 하는 문화에서는 그야말로 수십 가지의 역할과 자아를 한 사람이 요구받는다. p. 29


처음 마스크를 쓰고 다닐 때는 숨이 답답하다, 외에는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서로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 표정 짓기도 어렵고, 말을 하는데 입 모양을 볼 수 없으니 시끄러운 공간에서는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장점은 있을까?

얼굴이 가려지니 훨씬 편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특히 식사 후 입을 가리고 웃던 내가 마음 편하게 웃는다든지 하는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대화에서 표정이 차지하던 비중이 줄어드니 내 얼굴을 덜 신경 쓰게 되는 것이다. 물론 비대면 때는 화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표정에 신경을 쓰겠지만, 실제 만나서 대화하는 것보다 부담이 덜 되고 화면상의 왜곡이 포함되기 때문에 또 다른 ‘보이는 마스크’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는 개인의 영역에 머물러야 할 것들까지 지나치게 신경 쓰지 않았을까. 상대의 표정이 나를 향해 있지 않을 때도 신경을 써야만 하는 문화가 나에게 피로감을 줬던 것이 떠올랐다.


사람은 누구나 일정한 크기의 사적 영역과 적정한 길이의 혼자 있는 시간을 필요로 한다. p. 28


2. 본캐, 부캐


|멀티 페르소나

부캐는 언제 주로 필요하고 그에 따라 설정되는가? 첫째, 전혀 다른 종류의 다양한 ‘우리’들을 만날 때다. 둘째, 먼 거리의 느슨한 관계를 만났을 때다. …(중략)… 특히나 온라인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 우리는 훨씬 더 창의적으로 변화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왜냐하면 상대적으로 먼 거리의 친구들은 나의 문제를 훨씬 더 객관적이고 넓은 시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pp. 30-31


mbc <놀면 뭐해?>라는 프로그램은 유재석의 또 다른 캐릭터를 보는 맛이 쏠쏠하다.

유재석의 부캐 유산슬은 트로트 열풍을 타고 <합정역 5번 출구>를 히트 쳤다. 심지어 신인상까지 받았으니, 어쩌면 신기한 풍경이다. 시청자도, 연예계도 개그맨이자 톱 MC로서 가수로 보지 않고 ‘유산슬’로서 보았기에 가능했다.

지난여름, 우리에게 큰 여운을 남겼던 프로젝트 그룹 싹쓰리는 이효리와 비가 유재석과 함께 부캐 멤버를 만들었다. 린다G, 비룡, 유두래곤 이 세 명은 지난 9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전반적으로 레트로 열풍을 잘 탔다는 평도 있으나, 원래 자신의 모습이 아닌 다른 캐릭터로의 활동은 코로나로 집에만 있어야 했던 많은 사람의 시선을 긍정적으로 분산시켰다.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써야만 한다. 우리는 물리적으로 사람들을 만나기 어려워졌다.

이럴수록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안정적이라는 우리의 5G 네트워크를 통해 코로나19 이전까지는 별로 엄두가 나지 않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신기하게도 그 사람들이 나에게 보여주는 다양함만큼 나 역시 다양한 심리적 마스크를 쓰고 그들을 만날 것이다. …(중략)… 그 하나하나의 마스크가 거짓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발상이다. 왜냐하면 그 각각이 우리 마음에 내재돼 있던 모습들이기 때문이다. 본캐라는 가장 두껍고 자주 쓰는 마스크에 눌려 있어서 쓸 생각을 못 했던 것뿐이다. p.31


우리는 사람이 가진 다양성을 까먹고 지낼 때가 있다. 이야기 속 주인공처럼, 평면에 갇혀 단정 짓고 속단하기 쉽다.

일할 때 과묵한 사람도 가족들과 있을 때는 수다쟁이가 될 수 있고, 요리를 잘 못하는 사람이 칼질을 잘할 수도 있다. 내 안에 어떤 캐릭터가 숨겨져 있는지 찾아보는 것이 이 시대를 바람직하게 활용하는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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