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서 온 외계인 보고서 - SF 우주선부터 인조인간까지
박상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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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F 잘 아는 사람?

도대체 저런 질문은 왜 하는 걸까?

SF는 Sicence Fiction, 공상과학 아니던가.

본질적으로 과학을 Fiction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 '공상'과 '과학'이 합성어가 된다는 것은 인간의 상상력에 조금이나마 사실을 보태려는 노력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 생각이 드는 찰나에, 을유문화사에서 나온 미래에서 온 외계인보고서 책을 읽었다.

알록달록한 표지는 'SF'의 기존 이미지를 한층 더 '공상'과 '현실'에 가깝게 구현한 느낌이 들었다.

솔직하게 말해서 요새 책의 기능은 활자를 담는 것보다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디자인이 중요한데, 이 책은 그 점을 아주 잘 활용한 것 같았다. 읽지 않더라도, 이런 색감이라면 몇 번이나 펴 보기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어가는 글 - '과학적' 상상력 그 너머

우리의 미래가 지금보다 더 나아지려면 사회 구성원들의 과학 문해도 (Science Literacy) 수준이 더 올라가야 한다고 믿는다. 과학 문해도가 높다는 것은 단순히 과학 지식을 더 많이 아는 게 아니라 확증 편향을 멀리하고 평균 회귀라는 자연의 원리를 이해하는 과학적 사고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을 뜻한다. 독자분들이 이 책을 읽고서 그런 가치관을 더 다지게 된다면 정말 기쁘겠다. p. 6


들어가는 글에서 저자는 '과학적 사고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라는 바람을 담았다. 덕분의 나도 SF 장르가 가지는 상상력의 근원이 과학지식을 바탕으로 한 문해도에 있다는 점을 알고 책을 읽었다. 각 차례별 미래 보고서의 내용 중 인상 깊었던 부분을 중점적으로 인용했다.


I. 우주를 여행하는 엉뚱하고 흥미로운 미래 보고서

인간의 윤리라는 것도 냉정하게 말하자면 사회적 생존 전략의 발로일 것이다. 개체 및 집단 간의 미래를 보장하기 위한 신사협정이 철학 체계로 발전한 셈인데, 과연 그것이 외계의 지적 존재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까? 일정 수준 이상의 문명을 이룩한 존재라면 마땅히 그에 걸맞은 윤리관도 지니고 있으리라 기대해도 될까? p. 69


II. 외계인에 얽힌 엉뚱하고 흥미로운 미래 보고서

따지고 보면 외계 생명체라는 주제는 서론부터가 매우 길고 깊을 수밖에 없다. 과연 '생명'이란 무엇인지, 그것부터 명확히 규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너무나 방대한 논의가 필요한 주제가 아닐 수 없다. p.114


III. 로봇과 엉뚱하고 흥미로운 미래 보고서

그렇다면 인공지능은 어떻게 성숙하게 될까. 먼저 알파고가 인공지능에 대한 막연함을 상당 부분 걷어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알파고의 예를 통해 일반 대중들도 인공지능이 어떤 과정을 통해 똑똑해지는지 꽤 구체적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이 주목받게 된 것이다. 기계 학습이란 한마디로 인간의 경험을 방대하게 반복, 모방하면서 최적의 해법을 찾는 과정이다. 즉, 인공지능의 모델은 인간이다. p.127


기계 학습이 인간의 성취를 반복, 모방하면서 최선의 해답을 찾는 과정인 만큼, 인공지능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고도로 복잡한 상황을 계속해서 접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시점에선가 인공지능은 '인간의 존엄성'을 스스로 깨달을 가능성이 높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인간을 건드려서는 안 되는 일종의 상수로 인식하게 된다는 말이다. p.128


우리가 완벽한 인공지능을 만들고자 하면 할수록, 우리 자신부터가 과연 어떤 존재인지 더 심층적인 탐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p.129


IV. 휴먼을 둘러싼 엉뚱하고 흥미로운 미래 보고서

여기서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은 인공동면과 냉동 보존을 구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공동면은 체온이 아주 낮아져서 최소한의 신체 신진대사만을 유지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걸 하이버네이션(hibernation)이라고 하는데, 아마 낯익은 용어일 것이다. 컴퓨터의 최대 절전 모드를 가리키는 것도 마로 이 단어다. 그러니까 인간의 인공동면은 컴퓨터의 최대 절전 모드와 마찬가지로 최소한의 에너지만 소비하는 신체 상태를 뜻한다. 반면에 냉동 보존이란 글자 그대로 몸을 얼려서 보관하는 것이다. …그런데 진짜로 이런 방법을 써도 될까? pp.169-170


알코어 재단의 냉동 신체들이야말로 인공동면이 왜 아직까지 현실에서 가능하지 않은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반례이다. 이들은 일단 사망 선고를 받은 사람들이기에 냉동 보존이라는 실험적 기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반면에 인공 동면은 살아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적용하려는 기술이다. 그렇다면 인공동면 실험을 하는 과정에서 영영 깨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 p.170


팬데믹(pandemic)이 신인류의 출현에 일조할지도 모른다. 팬데믹이란 치명적인 전염병이나 감염병이 세계적으로 번져 대규모 희생자가 나오는 경우를 일컫는 용어다. 이는 SF에서 재난 서사의 주요 소재 가운데 하나이며 이른바 '생물학적 재난'의 설정으로 즐겨 쓰인다. 그런데 이러한 생물학적 재난 중에는 인간이라는 종의 정체성과 그 변이에 대한 흥미로운 문제 제기를 던지는 작품들이 많다. …<아웃브레이크>,<컨테이젼>,<감기>…p.199



V. 상상을 현실로 바꾸는 엉뚱하고 흥미로운 미래 보고서

우연은 과학의 대상이 아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골상학처럼 의사 과학, 혹은 유사 과학에 속한다. 하지만 우리가 우연이라고 부르는 현상이 사실은 어떤 미지의 인과관계로 엮여 있는 것이라면, 과연 어떻게 접근하고 연구해야 그 원리를 규명할 수 있을까? 이처럼 과학과 비과학의 경계에 있는 듯한 분야는 우연 말고도 많이 있다. 세월이 더 흐르면 그중에 어떤 것은 과학의 영역으로 편입될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외계 생물학이나 외계의 지적 생명체 탐사(SETI)는 칼 세이건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주류 과학의 바깥에 있었다. p.266

VI. 상상을 현실로 바꾸는 엉뚱하고 흥미로운 미래 보고서

1. 영화 <스타 워즈>는 좋은 SF 인가, 나쁜 SF 인가?

SF는 'Science Fiction'의 약자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좀 냉소적인 의미를 담아서 'Science Fantasy'라고 풀기도 한다.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마치 가능한 것처럼 묘사한다고 해서 '사이언스 판타지'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스타 워즈>다.

… <스타 워즈>나 <스타 트렉> 같은 작품들을 통해 SF의 세계에 입문한 사람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들은 이야기 속 캐릭터들의 드라마만큼이나 광선검, 로봇, 초광속 우주선, 외계인, 순간 이동 등의 과학적 상상에 즐거워했다. 그러면서 시공간적 시야를 넓히고 다른 SF에도 눈을 돌리게 되었다. SF라는 장르를 확실하게 각인시키면서 숱하게 많은 생각거리들을 던져 준 것만으로도 이 작품들은 너무나 좋은 SF라는 찬사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pp.289-292


처음부터 끝까지 각 주제별로 흩어진 내용들이 하나의 책으로 묶여있다 보니 어떤 부분은 생소하기도 하도 어떤 부분은 상당히 반갑기도 했다. 특히 마지막 '스타워즈'와 같은 SF 영화에 관한 저자의 평가는 상당히 후하다고 생각한다. 스타워즈로 인해 SF라는 장르가 세대를 초월한 팬덤을 가지고 있는 점은 사실이며, 적어도 판타지적인 요소 또한 미래 과학자를 꿈꾸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루어 낼 수 있을 거라는 희망(혹은 희망고문)을 보여줄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책에서는 주로 많은 소설과 영화를 중점으로 언급되며, 과학적 지식이나 사실이 스며나오며 자연스럽게 연계되어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과학적 지식에 더 익숙한 나 같은 독자들은 과거의 SF 작품에 관한 흥미가 생기고, 현대 SF 작품들이 어떤 뿌리를 가지고 만들어지고 있는지를 상상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소설 쓰기의 모든 것 : 3 인물, 감정, 시점」에서 언급된 SF 장르 소설의 초점이 생각났다. 결국 과학이 스민 모든 작품의 초점은 '인간'에게 있다.


SF 소설과 판타지 소설은 모험과 특수효과가 아니라 인간의 진실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상상에 근거한 문학작품의 성공은 정교한 플롯보다 인물에 달려 있다.

소설 쓰기의 모든 것 : 3 인물, 감정, 시점 p.164



따지고 보면 외계 생명체라는 주제는 서론부터가 매우 길고 깊을 수밖에 없다. 과연 ‘생명‘이란 무엇인지, 그것부터 명확히 규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너무나 방대한 논의가 필요한 주제가 아닐 수 없다.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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