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와 자라' 라는 전래동화로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는 '별주부전'을 아이가 읽은 김에 나도 다시 읽어보았다.
요즘 나오는 책들은 겉모습도 세련되게 느껴지고 글을 읽을 때 훨씬 재미가 느껴진다.
웅진주니어 재미만만 우리고전 시리즈의 10번째 책이 <별주부전>이다.
겉표지에 보여지는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 보았다.
왠지 모르게 신나 보이는 별주부의 모습, 물속에 오긴 왔으나 눈이 튀어나오고 볼이 터질 듯한 모습으로 숨을 꾹 참고 있는 토끼의 모습, 호위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갈치와 고등어 등이 보인다.

웅진주니어 <재미만만 우리고전 시리즈>는 초등학생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등장인물 소개에 앞서 이야기의 흥미를 이끄는 부분이 책마다 펼쳐진다.
토끼 생김새를 몰라서 그림 한 장 들고 "토끼야 토끼야 산속의 토끼야"를 외치는 부분을 읽고 있으니 저절로 동요의 한 소절이 떠오른다.


등장인물 소개가 흥미롭다. '바다마다 용왕의 이름이 다르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별주부전은 '남해'의 이야기구나. 게다가 용왕이 병이 난 이유가 술판을 벌여 생긴 '술병'이었다니.
30년만에 처음 알게 되었다.
용궁 것들, 나이 많은 것들 이라는 묶음으로 소개된 부분은 이야기를 읽다보면 막 설전을 벌이는 부분들에서 이해가 된다.
바다에서 토끼의 간을 구할 신하를 뽑을 때 '용궁 것들'이 벌이는 언행은 겉과 속이 다르고,
육지에 올라가 동물들이 많이 모인 것을 보게된 별주부는 그게 포수가 들이닥쳐서 긴급 회의가 열린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목숨이 달린 중대한 문제에 육지의 동물들은 서로 '어른'이라고 우기고 있으니, 급한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고 그저 답답하게 구는 '나이 많은 것들'로 묶이게 된다.

웅진주니어의 별주부전에서는 별주부의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별주부의 뜻을 내가 잘 모르고 있었구나.
별 = 자라, 주부 = 벼슬 이름.
자라를 끓여 만든 보양식 이름이 '왕배탕'이라는 것도 처음알게 된 것 같다.
이 책에서 '왕배탕'이라는 낱말이 자주 나오는 편이다.

별주부전이 재미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바다 세상의 신하들 중 '누가 뭍에 나가서 토끼의 간을 구해올까?'를 논하는 부분에서다.
다양한 어종의 바다 생물들이 저마다의 이유를 들어 '충신인듯' 하지만 결국 몸을 사려 '나는 못가오'로 말을 하고 있다. 바닷물고기가 뭍에서는 사람들의 식량으로 다양하게 이용되는 모습이 다른 입장에서 보면 그저 '죽음' 한가지인 것이다.
그리고 어찌어찌 별주부가 발탁되어 뭍으로 나갔을 때 가장 처음 만났던 우생원 (소)의 이야기도 동물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억울할 지 생각해 보게 된다.
살아있을 때는 일 부려먹고, 죽어서는 남김없이 뼈,가죽,살을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을 동물의 입장에서 비꼬아 말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토끼와 별주부가 밀당을 하며 용궁에 데려가는 장면도 참 흥미롭다.
벼슬자리로 꾀어 용궁에 데려가는 별주부의 계략에 토끼가 넘어가고
용궁에 가서 용왕 앞에 간을 두고 왔다고 능청을 떠는 토끼의 순발력이 참 대단하다.

별주부전을 읽으면서 초등학생에겐 이 작품에서 무엇을 생각하게끔 해줘야 하나 나름 생각해 봤는데,
역시 해설지가 아니었다면 너무 1차원적인 생각만 갖고 있었구나 하고 창피할 정도다.
나는 별주부와 토끼의 성격에 대한 것, 그리고 바다 동물과 육지 동물이 인간 세상에서 겪는 고충 정도만 생각했다.
해설지에선 좀더 깊은 생각을 해보게 한다.
토끼의 간을 먹으라고 알려준 하늘의 지시는 정당한 건가 ---> 용왕 권력의 정당성
별주부의 거짓말과 충성심 --> 토끼는 간을 놓고 왔다고 거짓말 했지만 별주부 역시 바다에 가서 벼슬을 주겠다고 거짓말을 한다. 용왕에게 충성한 별주부지만, 죄없는 토끼를 죽이는 데에는 별 거리낌이 없는 상황이 과연 옳은지?
토끼의 이기적인 모습 --> 이해관계에 따라 변하는 정치적인 성격
등을 짚어보라고 나와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읽은 별주부전을 아이는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로 읽었지만 나는 다양한 관점에서 토론할 거리가 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생각주머니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가이드가 있어서 참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