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생전 재미만만 우리고전 4
최나미 글, 이경국 그림, 한국고소설학회 감수 / 웅진주니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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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이 우리고전을 읽기 시작하는 시기는 사회와 한국사를 배우는 시기와 맞물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이르면 그냥 이야기로 지나가겠지만 적절한 시기에 우리 고전을 읽으면 사회,역사,문학적으로 풍부한 배경지식을 쌓아 아이의 생각그물이 더 넓게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래동화를 지나 우리고전으로 처음 들어설 때,

나는 웅진주니어의 <재미만만 우리고전>을 선택했다.

그리고 책을 받고 1주일 만에 초3인 아이는 짬짬이 7권이나 읽어버렸다.

 

 

 

 

그 중 오늘은 <허생전>을 소개해본다.

10권 (현재 총 20권까지 출간됨) 중 4번인 <허생전>은 조선후기 박지원의 작품으로 어른들에겐 이미 익숙한 내용이다.

 

 

 

 

뒷표지를 읽어보면 옛 조선시대의 사회풍자를 어떻게 다뤘을지 짐작이 간다. 

아이가 이 책을 읽고 어떤 느낌을 받을지 큰 기대는 안했지만 아이는 흥미로워하면서도 진지하게 이 책을 읽었다.

 


 

 

인물소개가 채 나오기도 전에 이야기로 이끄는 부분이 펼쳐진다. 
허생은 어떤 사람이길래...?

 

 

인물소개를 보면 어떤 성격의 인물인지 약간은 짐작이 될 것이다.

그리고 책 목록을 보면 작은 이야기로 나뉘어 있어서 한 번에 다 읽어도, 좀 쉬었다 읽어도 무리가 없다.

하지만 읽다보면 쉴 수가 없는게 참 재미있고 깔끔하게 이야기가 펼쳐져서 결국 한 권을 금세 다 읽게 되었다. 

 

 

이야기의 전개를 좀 더 재미있게 해주는 장치는 바로 활자의 다양한 모습일 것이다.

내용의 흐름에 따라 강조되기도, 비뚤어 지거나 부서져있기도, 음영이 생기기도 한다.

심지어 그림이 없는 페이지인데도 인물들이 대화를 하는 듯한 장면이 보이는 것처럼 읽을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

 

 

 

 

허생전은 글공부만 하고 다른 것에 관심이 없던 허생원이 생활고로 힘들어하는 아내의 성화에 못이겨 집을 떠난다.

그리고 동네에서 제일가는 변부자를 찾아가 할일이 있으니 만냥을 빌려달라고 하고 변부자는 그의 비범하고 대범한 모습에 아무 조건없이 누구인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만냥을 선뜻 빌려주었다.


 

허생원은 그 돈으로 온 나라의 과일을 다 사들였다.  상인들은 바가지를 씌워도 허생원이 과일을 사가고 시들한 과일도 제값을 다 쳐주니  '호구'로 여기고 좋아했다. 겨울이 되어 온나라의 과일이 떨어지자, 과일을 필요로 하는 양반들의 요구에 상인들은 자신이 팔았던 것보다  몇 배 비싸게 허생원에게 돈을 주고 다시 사온다.  또한 망건을 만드는 말총을 모조리 사들여서 양반들에게 비싸게 팔아 이득을 본다. 그렇게 해서 허생원은 변부자의 만냥을 십만냥으로 불리게 된다. 여기까지는 허생원이 나라의 매점매석을 실제로 실행해 보았으나 양반들의 욕심때문에 고통받는 것은 곧 백성이라는 것을 알고 매우 안타까워 한다.

 

그리고 한적하고 농경과 어업생활에 부족함이 없는 좋은 환경의 무인도를 찾아 놓은 다음, 백성들을 괴롭히는 도적의 소굴로 찾아들어간다.  도적들은 돈이 없어서 도적질을 하고, 하루 하루 버티기도 어렵기 때문에 가정을 꾸릴 수도 없는 처지였다.

허생원은 그러한 도적들을 모두 모아 자신이 번 돈을 풍족하게 나누어 주며 미리 봐둔 섬으로 가서 지내라고 한다.

새로운 섬에서 '똑같은 백성'이라는 떳떳함으로 도적질을 그만두고 농사를 짓고 고기를 잡으며 가정을 꾸리는 도적들은 허생원에게 한없이 고마워 한다.  

허생원은 도적무리 중 글을 깨친 자를 그 섬에서 따로 나오게 하는데, 그 이유는 같은 처지의 사람들 사이에서 글을 안다는 것은 불행의 뿌리이기 때문에 섬 밖에서 살게 한다고 했다.  '가진 자와 못가진자'의 불평등함을 미리 막으려는 허생원의 속뜻이었다.

허생원은 변부자에게 빌린 만냥을 결국 백만냥으로 불려 도적들도 먹여살리고 절반인 오십만냥은 바다에 버리기 까지 했다.

그리고 변부자에게 나머지 돈을 다 돌려주었다.  변부자는 허생원의 욕심없는 모습이 그저 신기하고 대단하게 보이는데 허생원이 왜 그런 삶을 사는지 스스로 설명하는 부분은 참 멋있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책 속에 별도로 들어있는 재미만만 우리고전의 <더 알아볼까> 종이에는 이 작품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자세한 설명이 나와있다.  허생원을 돈에 욕심없는 올곧은 선비로만 볼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허생전은 박지원의 열하일기의 한 부분에서 소개된 이야기인데 이는 중국의 명,청 교체기에 우리 조선의 답답한 상황을 풍자하고 백성들의 고통이 무엇인지 꼬집는다는 목적이 있다. 



<더 알아볼까>에서 추가로 설명한 것은 바로 <허생전>의 가치와 현대적 의의였다.  허생원이 일은 안하고 글공부만 하는 까닭은 당시 사회가 양반의 살림이 모두 부인의 몫이어서 양반이 관직에 나가 녹봉을 어느정도 받기 까지는 농사나 장사 같은 경제활동에 전혀 종사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보면 허생원이 참 멋져보일 수도 있지만 허생원 부인의 입장에 몰입한 나로서는 이야기일지라도 바다에 던진 돈도 너무 아깝고 변부자가 마다한 돈도 너무 아깝다.

 

일단, 내 입장은 그렇고 아이는 '매점매석' 부분을 참 흥미롭게 본 것 같다. 

온세상의 물품 한두가지를 다 차지하면 어떤일이 벌어질지 생각할 일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벌어지는 것은 처음 봤기 때문이다.

 

<허생전>을 재미있게 읽은 김에 허생전이 실려있다는 <열하일기> 까지 찾아보게 되었다.
마침 집에 두꺼운 열하일기가 있어서 그 부분만 찾아 보았는데, 역시 초등학생이 바로 읽기에는 좀 딱딱하다.

그래서 이렇게 재미만만 우리고전으로 탄탄하게 읽은 뒤 사회나 국사공부를 통해 시대적, 사회적 배경을 좀 더 보충하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더 알아볼까>에서 생각해 보기 코너의 마지막 문항이 바로 '이상향'에 대해 생각하기 인데 재미만만 우리 고전 시리즈의 첫 번째인 <홍길동전>과 <허생전>의 국가 이상향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보라는 질문이었다.


 

나도 논리정연하게 정리해서 말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정도로 수준이 높은 질문이지만 덕분에 아이의 독서력이 늘 수록 이런 접근도 해볼 수 있구나 하는 새로운 활용법을 알게 되었다.

 

 

*책세상 & 맘수다 카페를 통해 업체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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