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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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에서 새로 <앵무새 죽이기>가 출판되면서 그동안 읽어야지 읽어야지 했던 것을 큰 맘먹고 도전했다.

시기가 안좋았던걸까, 아니면 이 책이 나에게 안맞았던 걸까.  생각보다 두툼한 한 권을 끝까지 읽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이 책이 왜 유명한걸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나도 "앵무새 죽이기 읽어봤어"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에 꿋꿋이 읽어갔다. 

 

책의 전반부는 화자인 진 루이즈 핀치 (오빠인 젬은 이 주인공을  '스카웃'으로 부른다) 남매의 1930년대 어린시절을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  7살 전후로 보고 느낀 일상들, 학교생활 그리고 이웃들과의 크고 작은 이슈들이 그려진다.  백인이지만 마을의 왕따나 다름없는 '부 래들리'에 대한 내용에선 이 책이 미스테리 장르였나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책 후반에 활약한 부 래들리는 아주 인상적이었다.

 

후반부의 중심은 스카웃의 아버지 '애티커스 핀치'인데 화자는 역시 딸 스카웃이다.

딸의 눈으로 아버지가 백인 변호사임에도 불구하고 억울한 강간범으로 몰려 사형위기에 직면한 흑인 톰 로빈슨을 위해 묵묵히 재판을 준비하는 모습을 전달했다.

아이의 눈이라서 아버지의 행동이 왜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는지, 아버지는 백인 사회에서 받는 냉대를 왜 참으라고만 하는지 알듯 모를듯한 속마음을 비친다.  그런 과정에서 오빠이자 애티커스의 아들인 젬은 성장하고 스카웃과 또 다른 심적인 변화를 보여준다.

 

앵무새 죽이기를 읽는 동안 내내 들었던 생각은 이 책의 주제가 '인종차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정의의 편에서 책임감있게 변호를 하고 자녀들에게 자상하고 부드러운 아버지의 모습이 아주 근사하고 멋있었다.  그리고 그 밑에서 자란 (엄마 없이도) 남매가 정신적으로 성숙하는 과정은 수십년이 흐른 지금의 내가 읽어도 가슴 따뜻해지고 대견한 느낌을 받는다.

 

스카웃 자매는 엄마가 없기에 그 자리를 대신할 가사도우미 '캘퍼니아' 아줌마가 있는데 캘퍼니아 역시 흑인이다.  고모인 알렉산드라는 캘퍼니아를 집에서 내보내라고 애티커스 변호사에게 말해보지만 애티커스는 캘퍼니아가 백인,흑인을 떠나 '가족'이나 다름없다는 말을 한다.

 

이 책을 자세히 쪼개어 생각해 보면 '흑인 vs 백인'의 구도가 아니라 사회적 강자와 약자의 대립구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부 래들리 같은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하는 사람, 흑인에게 강간을 당했다고 했던 메이엘라 유얼은 사실 폭력적인 아버지의 희생양이었고, 스카웃과 어린시절 함께 놀며 결혼을 약속한 딜이라는 소년은 양아버지를 잘못만나 수백킬로 미터를 도망쳐 나왔다. 

 

소설제목에 언급된 '앵무새'는 실제로는 지빠귀종류의 새인데 우리에게 익숙한 앵무새를 번역으로 옮긴게 굳어졌다고 한다.  책 속에서 애티커스가 아들 젬에게 새총 같은 것을 선물로 주면서 사냥은 하되 앵무새는 잡지 말라고 했는데 그 이유는 우리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해가 없는 이로운 새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애티커스의 흑인변호는 배심원들의 표를 얻지못해 결과적으로 실패로 돌아갔고 톰 로빈슨은 사형당하는 대신 탈출을 감행하다 총맞아 죽는다.  변호과정에서 드러난 톰 로빈슨의 무고함을 보며 앵무새와 다름없는 톰 로빈슨을 보호하기 위한 그의 노력은 그 지역 흑인들과 재판을 맡았던  판사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책 후반에서 알 수 있었다.

 

<앵무새 죽이기>를 좀 더 분석적으로, 재미있게 감동적으로 읽기 위해서는 미국의 1930년대 시대적 상황과 인종차별, 남북전쟁 이후의 상황 등에 배경지식이 있다면 더욱 좋을 뻔 했다.  나는 미국역사를 잘 모르다 보니 소설에서 그려진 흑인과 백인의 차별상황이라던가 '가문'을 내세우는 그들의 어떤 분위기가 한번에 확 그려지지 않았다.  내가 미국문화를 좀 알았더라면 등장인물의 이름만 보고도 흑인을 칭하는지 아닌지 알아채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1회독에 시간을 너무 많이 써버렸지만 재독이상 한다면  더욱 마음속에 오래 남을 책이 될 것 같다.

좋은 소설은 여러번 곱씹고 싶은 생각이 드는 책이라고 생각하는 바, <앵무새 죽이기>가 괜히 오랜 기간 유명한 책이 아닌 듯 하다.

 

최근 <파수꾼>의 출간에 힘입어 <앵무새 죽이기>가 재조명 되는 만큼 이 책에 대해 다른 독자들의 느낌도 검색해 보고 내가 잘못 이해한 곳은 없었나 점검도 해봐야겠다.

읽고 나서 '완독'의  뿌듯함이 들었던 소설책이었다.

 

참고로 겉표지를 분리하면 안쪽에 소설속 마을지도가 나온다.  다시 한번 주인공들이 그림 속에서 움직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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