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미와 가나코 - 역시 오쿠다 히데오!

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요즘 일과가 바빠져서 밤에 읽다보면 피곤해서 자꾸 잠들었어요.

마음은 단숨에 다 읽고 싶었는데 불켜고 잔게 며칠째인지 ㅠㅠ

오쿠다 히데오의 <나오미와 가나코>는 두께는 두껍지만 지루함 없이 빠져들게 되는 책입니다.

주인공 나오미와 가나코는 20대 후반의 대학동창 입니다.

나오미는 미혼에 백화점 외판부 (주로 vip 고객을 상대) 에 근무하고 가나코는 잘나가는 은행직원 다쓰로와 결혼하여 전업주부로 지냅니다.

나오미는 가나코를 살뜰히 챙기는데 가나코는 종종 알 수 없는 행동을 합니다.  바로 다쓰로의 무자비한 폭력 때문에 얼굴과 몸이 엉망이 되기 때문인데 이를 지켜보는 나오미는 자신의 일처럼 분노와 적개심을 느낍니다.  사실 나오미는 아버지의 가정폭력이 싫어서 독립을 했어요.  그래서 더욱 그런 어두운 기억에 맞서고자 가나코를 더욱 돕고 싶어 합니다.

나오미의 백화점 고객 행사 후, 고가의 시계가 없어졌습니다.  범인은 차이나 타운에서 식재료 사업을 하는 중국인 여사장 아케미.  백화점 상사의 지시로 인해 내키지도 않고 겁도 나지만 여러가지 증거를 가지고 나오미는 아케미를 찾아갑니다.훔친 시계를 내놓거나 구매하라는 나오미의 요구에 오히려 당당하고 뻔뻔한 중국인 아케미를 보며 묘한 끌림과 매력을 느낍니다.  읽는 동안 아케미의 뻔뻔스러움을 보며 같이 분함을 느꼈는데 이 캐릭터는 주인공의 행동에 중요한 동기를 부여합니다.

나오미는 남편의 폭력에 무기력해져 맞설 생각조차 하지 않고 오히려 이후의 협박이 겁나서 순응하게된 가나코를 보며 가나코의 남편 다쓰로를 '제거' 해야겠다고 마음먹습니다.  그리고 가나코를 설득합니다.

이들은 나름의 치밀한 작전을 짜고 실행에 옮깁니다.

하지만 어쩜 빈구멍이 많던지, 온갖 알리바이, cctv, 각종 전자 장치 등을 무시한 아날로그적인 작전에 나름 결말을 예상하면서 읽게 되었답니다.  하지만, 이 예상은 다 빗나갔어요. 

이 책의 큰 재미는 남편을 죽이는 두 여자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도 있지만, 아케미를 통해 간접적으로 보여지는 중국인의 문화, 중국여성의 사회적 입지, 특성 그리고 나오미와 가나코를 통해 보여지는 일본여성의 특성등을 비교하며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여성이 뻔뻔하고 안하무인이지만 수동적이고 움츠러드는 일본 여성을 오히려 ​나무랍니다.

또 다쓰로 '제거'를 위한 일을 벌이면서 가나코가 점점 나오미보다 대범해지는 모습을 보면 인물의 숨겨진 내면을 행동으로 이끌어낸 작가의 설정에 감탄하게 되었답니다.

스포는 더 이상 쓰지 않을께요.^^  나오미와 가나코가 범행을 저지르고 어떻게 주변인물들을 피해가고 증거를 숨겨가는지 읽다보면 어느새 책은 후반에 접어듭니다.

아, 그리고 이 책은 절반은 '나오미'의 관점에서, 나머지 절반은 '가나코'의 관점에서 쓰여졌어요.

인물들이 느끼는 내면의 갈등을 각각 보여주어서 책읽기가 더 속시원했던 것 같습니다.​

무더위에 따분한 책은 잠시 덮어두고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칠 수 없는 <나오미와 가나코>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이 책에서 눈엣가시같은 존재는 다쓰로의 여동생 (가나코의 시누)입니다.  ㅎㅎㅎ

기혼여성 독자에게 시원함을 안겨줄 것 같네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