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탐독 - 유혹하는 홍콩, 낭만적인 마카오의 내밀한 풍경 읽기
이지상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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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세이는 잘 안읽습니다. 왜냐하면 너무 '부럽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여행사진을 보면 나는 왜 여기에 있나 하는 무력감, 위화감에 화가 날때가 많았습니다.  언제 저런 곳을 가보나 하는 푸념도 당연히 따르고, 여행에세이를 내는 사람들은 일상생활은 어떻게 하길래 저런 호사를 누릴까 하는 생각이 더 많이 들어서 삐딱한 시선을 먼저 갖게 됩니다.

 

그러던 중, RHK의 <도시탐독>이 우연찮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자의 이력이 한두번 여행한 걸로 '잘난 척' 하는 것도 아니었고, 그럴듯한 사진으로 '감성팔이'를 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빼어난 절경이라던가 이국적인 풍경의 여행지가 아닌, 홍콩과 마카오가 이 책의 주무대라고 하는게 독특했습니다. 이 책을 읽기전 홍콩과 마카오가 중국과 어떤상황인지, 지리적으로 어디에 위치했는지 조차 모르고 있었으니 정말 '홍콩' 하면 홍콩영화, 쇼핑, '마카오' 하면 범죄조직,카지노만 떠오르더군요.

 

저자인 이지상씨는 25년간 홍콩은 13차례, 마카오는 5차례나 여행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 책에서 뿜어져 나오는 저자만의 경험, 연구가 축적되어 역사적, 문화적,사회적 설명에 푹 빠지게 됩니다.  제가 이 글의 부제와 같이 사진보다 글에 집중하게 되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저자의 이력때문이었습니다. 홍콩과 마카오, 언뜻 떠오르는 이미지는 숨가쁘게 바쁜 도시의 이미지인데 <도시탐독>을 읽고 있으면 이들의 빛과 그림자를 모두 조명하게 되어 새로운 매력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p.49 (홍콩 - 구룡반도편)  홍콩은 수많은 얼굴을 갖고 있다. 어디나 그렇지만 특히 홍콩에서는 돈 있으면 화려하나 돈 없으면 누추하고 피곤하다. 달콤하면서도 쓸쓸하고, 흥청거리다가도 소외감이 느껴진다. 그러나 그런 것들을 모두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이 도시의 매력이기도 하다.

 

p. 65 "홍콩은 볼 게 참 많아. 그런데 가끔 허무하고 쓸쓸해. 어딜가나 사고 싶은 게 많아. 그런데 다 살 수 없잖아.  그래서 내 처지를 알게되어 울적해." - 저자가 아내와 홍콩을 찾았을때 아내의 대화중에서.

 

p.69 그 모든 것을 소유할 수 없기에 결핍감과 소외감도 따라온다. 쇼핑의 즐거움과 함께 결핍감을 느기며 살아가는 것은 현재인의 보편적인 현상 같다.

 

상기 인용부분은 홍콩하면 떠오르는 '쇼핑의 도시'라는 이미지와 현실을 파악하게 되는 저자부부의 감정에 저도 공감했기 때문입니다. <도시탐독>을 읽으면 사람의 본성이나 사회적인 통념, 도시인으로서의 보편화된 삶에 대해 도시여행을 함께 하며 깨달음을 주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홍콩하면 80-90년대 우리나라에도 큰 유행을 몰고온 '홍콩영화'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자 역시 추억의 영화를 쫓아 촬영지였던 곳을 찾아갔는데 벌써 20여년이 흐른탓에 현지의 젊은 사람들은 왜 많은 한국인, 일본인이 기념사진을 '그곳'에서 찍는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나도 그 영화 아는데!!! 이 책에서 '홍콩영화'의 추억에 젖어 도시를 여행하는 부분을 읽다보면 다시 '첨밀밀', '화양연화' '중경삼림' '아비정전' '무간도' 등을 감상하고 싶어집니다.  또 저자만의 감성이 글로 나타나는데 그 매력에 같이 젖어드는 기분은 아주 좋았답니다.

 

홍콩의 지리적 위치에 따라 <도시탐독>의 약 70%는 홍콩이야기로 꾸며집니다. 구룡반도-홍콩섬-신계-란타우섬-람마섬-청차우섬의 순서로 여행기가 이어지는데 각각의 분위기와 특색은 비슷한듯 다르고 저자는 홍콩을 여러번 드나들다 보니 과거와 요즈음의 분위기에 대해 설명도 해주어서 더욱 이 책이 값지고 고마웠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홍콩의 국제적인 입장, 사람들의 변화에 대해 다양한 배경설명을 곁들여주기 때문에 국제시사에 무뎠던 저조차도 이런 내용에 흥미를 갖게 하는 점이 좋았답니다.

 

홍콩은 영국의 식민지였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마카오가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다는 것은 책으로 알았네요.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30곳이나 되는 이곳이 '마약과 범죄, 카지노의 도시'가 아닌 푸딩과 타르트, 다양한 길거리 음식이 매력적인 '아기자기한 먹을거리의 바다'라고 하는 걸 보니 마카오 에그타르트가 정말 먹고 싶었습니다. 여행기 곳곳에 등장하는 우리나라 드라마 촬영지, 예능방송 촬영지라는 설명을 보니 역시 타국의 여행은 아는 만큼 보게 되는구나 느꼈습니다.  그냥 방송에서는 이국적인 배경일 뿐이었으니까요.

 

리뷰에는 다 못담았지만 개인적으로 기억하고 싶은 곳들, 내용이 참 많았습니다.

같은 아시아, 빠르게 발전하는 도시인데 문화적, 사회적, 역사적 배경이 다르다 보니 멋도,맛도 다양함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어 즐거웠습니다.

이런 여행전문가를 곁에 두고 여행을 한다면 어느 인문교양 수업도 비교할 바 못될 것 같네요.

 

책의 마지막 부분이 인상깊었습니다.

 

p.421 아무리 떠나도 결국 우리는 돌아온다. 그리고 언젠가 이곳을 떠나 다른 차원으로 떠난다. 누가 그것을 피할 것인가. 그러니 삶이란 얼마나 덧없고 또 찬란한가. 그러므로 어디서든, 살아 있는 동안은 즐겁게 살아야 한다. 힘들더라도 웃어가며 살아야 한다. 꿈틀거림을 사랑하면서, 여행하듯이 살아간다면 뭐가 힘들겠는가. 삶은 잠시 여행하는 것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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