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한 파랑

불온한 파랑
정이담 지음 / 황금가지 / 2020년 12월

표지가 너무 이쁘고 몽환적인 느낌의 책이라 궁금했던 <불온한 파랑>..사실 <괴물 장미>의 정이담 작가님의 신작 SF소설이라고 하지만 전작을 읽어보지 못해서 오히려 더 궁금했던 책이었어요. 표지의 우주를 유영하는 고래가 너무 매력적이었던 책이었네요.

이 책의 시작은 정확하게 어떤 사고라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세월호 사고를 연상케하는 사고로 인해 잠수사였던 아버지를 잃은 은하와 언니를 잃은 해수의 이야기로 시작되네요. 그 사고로 인해 바다와 물이 무서워진 은하는 우주에 관심을 가지고 항공우주학과에 진학하고, 언니를 잃은 뒤 오히려 바다를 더 깊게 파고 들게 되는 해수는 해양과학부에 진학해서 이 둘은 장례식장에서 만난 이후 한참이 지나 기숙사 룸메이트로 재회하게 되네요. 너무도 다른 두 사람이지만 상실로 인한 고통을 같이 느끼기에 서로의 존재에 기대서 아픔과 고통을 치유해 나가네요.

두 사람은 함께 '하이드로-세슘'이라는 신물질을 발견하고 연구하네요. 그 물질을 이용한 잠수정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을 말을 하지만 들어주지 않고 결국 또 다시 사고가 일어나게 되죠.

은하는 낙원프로젝트로 인해 우주로 나가게 되고 해수와의 이별을 맞이하게 되네요. 낙원팀의 지구 복귀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지구에서는 AI문제와 변종바이러스로 인해 지구와 연결이 끊어지게 되요. 하지만 해수는 자신이 원하던 대로 귀신고래가 되었고 50년만에 지구로 귀환한 은하와 재회하게 되네요.

솔직히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일단 책의 시작은 여전히 아픈 이야기가 나오기에 심적으로 읽어내기가 힘들었던 것 같고 우주 이야기가 나오고 나서는 낯선 단어와 이야기들로 읽어나가기가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참사 유가족들을 더 힘들게 만드는 정치적인 움직임이나 책임소재를 떠넘기는 사람들의 작태, 인류의 생태계파괴와 생물들의 멸종들의 이야기 등 현실과 너무도 닮아있는 모습의 이야기에 또 마음 아프고 공감되기도 했어요.

'불온한' 이라는 단어에는 '온당하지 않다'는 뜻과 함께 '사상이나 태도 따위가 통치 권력이나 체제에 순응하지 않고 맞서는 성질이 있다' 라는 뜻도 있어요. 그리고 '파랑'이라는 단어에도 색깔을 의미하는 '파랑색'의 의미 말고 '잔물결과 큰 물결'이라는 뜻도 있다고 해요. 아픔을 겪었지만 서로가 있어서 위로받으면서 권력이나 체체에 순응하지 않고 맞서가는 파랑같은 은하와 해수의 삶을 이야기 하는 듯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책이었어요. 우주에서 낙원을 찾은 은하와 바다를 유영하고 있을 해수가 행복했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