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볼 1 (양장) 소설Y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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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운이 좋아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독서 캠프에 가게 되어 책을 몇 권 받아 읽었는데, (제목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영화에 대한 책이 있었다. 그 안에 한 꼭지로 <트루먼 쇼>가 있었는데, 영화의 줄거리과 설명을 읽은 것만으로도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생각해낼 수 있나 하고 소름끼쳐 했던 기억이 난다.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고 보니 누군가는 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가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멀리 가지 않아도,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은 어느 정도 트루먼 같은 삶을 산다. 인기있을수록 사생활은 존재하지 않고, 그의 삶은 마치 드라마처럼 전시된다.



<스노볼>은 <트루먼 쇼>를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스노볼이라는 도시가 존재하고, 그 도시는 얼어 버린 지구에 마지막 남은 따뜻한 안식처다. 스노볼에 거주하는 이들은 따뜻함을 누리는 대가로 삶을 전시해야 하는데, 그래서 스노볼 거주자들을 "액터"라고 부른다. 액터가 있으면 당연히 "디렉터"와 "프로듀서"등 다양한 이들이 스노볼에 거주한다.


여기까지만 해도 상당히 충격적이다. 한 사람도 아니고 도시의 거주자들을 비추는 드라마가 제각각 존재하고, 바깥 세상에서는 그 드라마의 시청료로 전기를 공급하는데 사람이 직접 쳇바퀴를 돌리며 발전을 한다. 소름이 돋는다... 그런데 소설은 폭주기관차처럼 전개된다. 앉은 자리에서 한 권을 뚝딱 해치울 수 있는 흡입력이다.



내가 아닌 타인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인간은 욕망하는 존재고, 누구든 자신이 가지지 못하는 것을 바랄 수밖에 없다. 구체적으로 누군가로 살고 싶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않을 수 있지만, 나보다 나은 어떤 존재, 똑똑하거나 아름답거나 부유한 누군가였으면 좋았겠다, 정도는 누구나 한 번쯤 떠올려봤을 법하다.


만약 실제로 내가 아닌, 나보다 훨씬 대단한 누군가로 살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떻게 행동할까. 웹소설에서 흔히 하는 빙의 말고, 나와 아주 똑같이 생겼는데 나보다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누군가와 내 삶을 바꿀 기회가 생긴다면. 게다가 누군가는 따뜻한 곳에서 부유하고 행복하며, 사랑받는 존재라면.


<스노볼>은 다양한 욕망으로 빚어진 사건이 연속되고 있다. 하루만 네가 되어 살고 싶어, 부터 시작해서 너를 구하고 싶어, 속죄하고 싶어, 이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욕망까지.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자아 실현 욕구─즉 욕망에서 시작되면 어떻게 개인의 삶을 망가뜨릴 수 있는지 엿볼 수 있다.


세상을 바꾸면서 개인에게 최대한 상처를 주지 않으려면(기득권인 개인이 기득권을 포기하는 상처 말고!) 자아 실현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것이어야 할까?



책을 읽고 크게 감동받았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걸까 감탄하면서 끝내주는 리뷰를 쓰고 싶었는데 말로 표현되지 않는 감동이다... 가제본을 제공받아 읽었지만 책도 따로 구매해서 소장할 만큼 끝내준다고 하면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을까? 아니면 나만 읽는 게 아니라 친구에게 한 세트 사서 선물했다고 하면 좀 나은가..! 모쪼록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함께 감동 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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