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어둠 - 극단주의는 어떻게 사람들을 사로잡는가
율리아 에브너 지음, 김하현 옮김 / 한겨레출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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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나에게 극단주의자란 미국 드라마에 나오는 악역에 가까웠다. 이 나이 먹고 너무 가벼운 생각인가 싶어 지금 약간 반성이 되긴 하는데, 아무튼 관심도 별로 없고 아는 것도 없었다는 말이다. (관심이 없으니 모르는 게 당연하긴 하다…) 뉴스에 종종 IS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고, 예전에 SNS를 더 깊게 할 적엔 풍문으로 반-페미니스트 집단에 대해 듣기도 했지만, 그들에 대해 더 아는 것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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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어둠>은 나처럼 관심사가 한정적인 이들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뉴스에 무지하고, 관심 있는 분야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으며(이런 사람들이 위험하다), 좋아하는 것에 엄청나게 몰두하는 사람. 잘못하다간 어? 어?? 하는 사이에 극단주의 집단에 발을 들여놓게 될지도 모른다. 사이비 집단도 극단주의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집단에 어어어 하는 사이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도망치거나 그 일원이 되는 사례가 많기도 하고.


저자는 여섯 장에 걸쳐 극단주의 조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설명은 전혀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스릴러를 읽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기까지 한데, 그가 직접 조직에 잠입한 경험을 토대로 하기 때문이다. (정말 겁도 없다. 그래야 큰일을 하나 보다) 흔하게 들어보았으나, 듣기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 조직들이 어떻게 신입을 모집하고, 그들을 교육해서, 활동에 동원시키는지 읽다 보면 무섭기까지 하다. 위에서 이야기했던 사이비 집단이 대학교 신입생들에게 하는 짓과 흡사한 부분도 많다.


내가 가장 무섭다고 느낀 부분 중 하나는 반페미니스트 집단 잠입기인데, 여기에서의 경험은 이렇게 서술되어 있다.


만약 그동안 내가 전부 잘못해온 거라면? 만약 남자들이 여자에게서 원하는 것들에 관한 이 여자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내가 지금 빨간 약을 먹고 있는 건가? 만약에 대해서는 그만 생각하라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이 커뮤니티에 말려들지 이제 알겠다. 빨간 약을 손에 쥔 이 여성들은 먼저 모든 것을 의심하게 만든 다음 세계관을 철저하게 비틀어버린다. 저 여자들이 네게 그렇게 하게 두지 마. 하지만. 만약. 여기서 나와야 한다. 지금 당장.


(중략)


나는 트래드와이브즈에서의 경험을 통해 정반대의 이념 성향도 극단주의자들의 조종 전략을 확실히 막아주지 못한다는 것을 배웠다. (중략) 계급이나 젠더, 인종, 정치적·종교적 견해는 그 사람이 극단주의자에게 길들여질지 아닐지를 결정하지 않는다. 약해진 시기에는 모두가 극단주의자에게 이용당할 수 있으며 취약함은 상당히 일시적인 개념일 수 있다. (3장 트래드와이브즈, 99p)


책에서도 서술하듯이, 요즈음은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와 연결되고, 모든 정보가 아주 빠르고 넓게 퍼질 수 있다. 최근 이슈인 가짜뉴스가 그렇고, 극단주의자들 또한 그렇다. 아무렇지도 않게 일반적인 커뮤니티에 섞여서, 극단주의 커뮤니티의 견해(보통 말도 안 되고 비이성적이나, 기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를 조금씩 흘린다. 다수가 그렇다고 믿고 그렇다고 말하는 정보는 시간이 지나면 진실이 된다.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극단주의 견해를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작가의 활동 범위가 유럽인 탓에 책에서는 유럽에 존재하는 극단주의를 설명하고 있지만, 우리 주변에도 극단주의는 얼마든지 있다. 트럼프가 당선되었던 당시 선거 때 극단주의자들이 인터넷에서 어떤 일들을 했는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읽는다면 다들 놀랄 것이다. 그건 놀라울 정도로 지금 우리나라 상황과 닮아 있으니까. 곧 선거가 폭풍우같이 몰아칠 미래를 앞두고 꼭 읽어야 할 책이다.




한겨레출판 서평단 하니포터1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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