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테러리즘과 미국의 세계질서전쟁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100
구춘권 지음 / 책세상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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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쿠자누스님이 올린 어이없는 서평을 읽고 그대로 침묵하는 것은 이 책을 흥미롭게 읽은 한 독자로서 이 책의 저자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이라 생각해서 글을 올린다.

이 책은 우선 9.11 테러에 대한 분석이 아니다. 9.11 테러에 대한 논의는 이 책에서 단 몇 문장도 차지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9.11이 미국의 자작극이라는 어이없는 주장--솔직히 필자는 이런 주장이 학문적 또는 사실적 반박의 대상이 아니라, 정신병적 치료의 대상이라고 생각한다--에 비해, 9.11이라는 사태가 왜 등장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훨씬 더 풍부한 국제정치적, 역사적 지식을 제공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 이 책의 저자가 테러리즘과 관련해 주장하려는 것은 다음과 같은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의 저자가 분석하는 것은 테러리즘의 발전과 변화이다. 한 국가의 국경 내에서 일어났던 과거의 테러리즘의 경우 통상 테러리스트들은 자신의 목표의 실현을 위해 영향력을 획득하고자 하는 지역 주민들 다수의 지지를 염두에 두었고, 따라서 이 지지를 훼손할 인명살상을 의도적으로 추구하지는 않았다. 요컨대 테러리스트들은 자신의 폭력을 통해 사회의 관심을 끄는 것을 원했지, 사람을 죽이는 것 자체를 원하지는 않았다고 이 책의 저자는 강조한다. 그러나 오늘날 국경을 넘어서 일어나는 지구화 시대의 테러리즘은 과거와는 명백히 다른 목표를 추구한다. 새로운 테러리즘은 자신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려는 것이 아니라, 적으로 설정한 사회를 충격과 공포의 상태로 몰아넣음으로써 정치권력에 대해 사회적 압력이 등장하는 것을 의도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능한 최대한의 무차별적 인명살상은 사회를 공황상태로 몰아넣기 위해 의도적으로 계획되고 준비되는 테러행위의 목표 그 자체가 된다. 9.11 테러는 두말할 나위 없이 이러한 테러리즘의 극적인 예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향으로의 발전은 9.11 테러 훨씬 이전부터 등장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고 이 책의 저자는 강조한다. 테러리즘의 발전과 변화에 대한 분석은 오늘날은 물론 과거의 테러의 대부분이 미국에 의해 기획되었다는 쿠자누스님의 주장보다는 훨씬 설득력이 있는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와 같은 새로운 테러리즘의 등장을 이 책의 저자는 경제적 지구화(세계화)가 주변부 국가들에 초래한 사회적 균열과 그 반작용으로서의 종교적 근본주의의 확산에 대해 주목한다. 따라서 미국이 자신의 압도적인 군사력만을 믿고 벌이는 <테러와의 전쟁>은 이러한 메가테러리즘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이 될 수 없으며, 보다 근본적인 대응으로서 사회적 균열을 치유할 수 있는 탈군사화된 조치가 필요하다고 이 책의 저자는 주장한다.


한 저술에 대한 정당한 리뷰는 그 책이 다루고 있는 내용에 한정해야 할 것이다. 테러리즘의 일반적인 발전과 변화를 분석하고 있는 이 저술에 대해 9.11이 미국의 자작극이라는 황당한 주장으로 대응하는 것은 정신병적 편집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은 테러리즘의 발전과 변화에 대한 논의 이외에도 훨씬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대안적 안보체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물론, 동아시아와 서유럽에서 미국 헤게모니의 역사적 변화에 대한 탁월한 분석, 21세기의 평화를 위해 실현가능한 시급한 조치들에 대한 제안 등 평화로운 세계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볼 주제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 책은 어떤 경우에도 유치한 음모론자 또는 9.11이 미국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하는 정신병자의 리뷰 대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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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자누스 2012-01-14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he was far more acute than Winston,

and far less susceptible to Party propaganda.

Once when he happened ... to mention

the war against Eurasia,

she startled him by saying ... that

in her opinion the war was not happening.

The rocket bombs which fell daily on London

were probably fired

by the Govemment of Oceania itself,

“just to keep the people frightened.”

– Orwell, 1984, 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