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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제국 ㅣ 상호의존성단 시리즈 1
존 스칼지 지음, 유소영 옮김 / 구픽 / 2023년 4월
평점 :
#우주서평단 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무너지는 제국』은 존 스칼지의 새로운 스페이스 오페라이자 상호의존성단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다. 상호의존성단에 속한 여러 행성들은 ‘플로우’라는 통로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 플로우는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닌 자연적으로 형성된 현상이다. 인류는 이 플로우를 통해 이동하고 무역하며 문명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황제의 명으로 행성의 끝, ‘앤드’에서 플로우를 연구하던 클레어몬트 백작은 충격적인 사실을 알아낸다. 곧 플로우가 붕괴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는 이 사실을 황제에게 알리기 위해 아들 마르스를 수도 허브로 보낸다.
과연 마르스는 수많은 방해와 음모를 뚫고 황제에게 진실을 전할 수 있을까.
소설에는 플로우 붕괴에 대처하는 다양한 인물과 세력이 등장한다. 모든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는 위기 앞에서도 각자의 이익을 우선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가문의 생존과 권력을 위해 진실을 묵인하려는 노하마페탄 가문, 혼란을 막기 위해 과거의 플로우 붕괴를 은폐했던 전대 황제, 사람의 목숨보다 제국의 안위를 앞세우며 권력을 유지하려는 집행위원회 등 소설 속 이야기이지만, 현실의 정치와 사회를 떠올리게 만드는 장면들이 많아 씁쓸함을 남긴다. 위기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욕망과 선택은 SF라는 장르를 넘어 현실적인 울림을 준다.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 깊은 인물은 단연 키바 라고스다. 그녀는 전형적인 영웅과는 거리가 있다. 나쁜 일을 하지는 않지만, 타인을 위해 자신을 완전히 희생하지도 않는다.
현실적이고 능수능란하며, 상황 판단과 대처 능력이 뛰어난 인물이다. 모든 선택에서 최대한 손해를 보지 않으려 하면서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은 분명히 지킨다. 이러한 태도가 오히려 더 인간적으로 느껴지며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드러나는 키바 특유의 행동과 대사, 그리고 유머는 이야기에 활력을 더하며 읽는 재미가 배가 된다.
『무너지는 제국』은 새로운 세계관과 설정 때문에 초반에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흐름에 익숙해지면 어느새 이야기 속으로 깊이 빠져들게 된다. 빠른 전개와 정치적 긴장감이 잘 어우러져 몰입도가 높고, 플로우 붕괴라는 거대한 위기 속에서 인물들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끝까지 궁금증을 놓지 않게 만든다.
플로우의 붕괴를 알아차린 이후,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상호의존성단 시리즈의 다음 책 『타오르는 화염』에서는 이 세계가 어떤 방향으로 무너지고, 또 어떻게 재편될지 더욱 깊이 다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SF와 정치 드라마, 인간 군상의 이야기를 함께 즐기고 싶은 독자라면 『무너지는 제국』은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