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리틀 브라더
코리 닥터로우 지음, 최세진 옮김 / 아작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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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분노해야 하는가?


  혹시 레플리카라는 게임에 대해 들어보셨나요최근 3월 10일 대통령 탄핵을 기념하여 국내 1인 게임 개발자 SOMI가 자신의 게임 레플리카를 하루 무료로 배포했었죠처음 들어보았지만 흥미로운 내용과 호평을 보고 관심이 생겨 해보았었습니다게임 시스템은 간단합니다. IOS 운영체제 핸드폰 화면이 전부고플레이어는 어플을 들어가고메시지를 보는 등 정보탐색을 하여 여러 가지 엔딩에 이르는 것이지요주인공 고등학생 톰 리플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핸드폰에서 이 핸드폰 주인의 테러 혐의를 찾아내라는 요구를 받습니다영문을 모른 채 구금되어 있는 톰에게 이를 잘 수행하면 자신을 풀어준다는 제안은 솔깃할 수밖에 없지요그리고 아주 사소한 정보부터 찾아나가며 정보를 수집합니다인터넷 검색 기록비밀 사진첩 속 사진친구들과의 문자 대화비인가 프로그램 사용 등정보를 수집하다 보면 어처구니없는 근거로 테러 혐의를 뒤집어씌우는 것을 보게 됩니다일례로정부에서 허락하지 않은 어플을 썼다는 이유나인터넷에 폭동이라는 단어를 검색했다는 이유만으로 말이죠.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작년 대한민국에서도 비슷한 논의로 나라가 떠들썩했던 일이 있었죠바로 대테러방지법’ 제정 문제였습니다. 정식 명칭은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입니다당시 이를 막기 위해 야당에서 2016년 2월 23일부터 3월 2일까지 필리버스터를 진행하여 가결을 막으려고 했으나결국 실패했죠해당 법안이 우려스러웠던 이유는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습니다. ‘테러방지법은 국가정보원에 과도한 권력을 집중시키고이로 인해 테러방지라는 명목으로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했습니다더구나 이전까지 국정원이 벌였던 중대한 실수들이 이러한 우려를 증폭시켰습니다찬성하는 이들은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의심할만한 행동을 하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니냐?’라고요자신이 떳떳하면 문제 될 게 없는데 왜 반대를 하느냐고 말하기도 하지요정말 그럴까요오늘 이야기할 책은 코리 닥터로우의 리틀 브라더입니다.

 

 

  『리틀 브라더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게임 레플리카를 이야기했던 이유는 레플리카의 많은 설정들이 리틀 브라더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되었기 때문입니다리틀 브라더를 읽었다면 레플리카를 조금만 해보아도 어떤 내용인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쉽게 알 수 있지요물론 실제 퀴즈를 푸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리틀 브라더』 제목을 보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고전 명작 조지 오웰의 1984를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으레 빅 브라더’를 떠올리실 것입니다. ‘빅 브라더라는 존재가 텔레스크린을 통해서 모든 것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사회1984는 모든 것이 정부의 통제 하에 놓이고 진실은 가려지는 디스토피아를 그린 작품입니다. ‘리틀 브라더의 의미는 이와 조금 다르지만 리틀 브라더내의 사회는 얼추 비슷한 모습을 보입니다.

 

  주인공 마커스 얄로우는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컴퓨터를 잘 다루는 고등학생입니다사용하는 아이디는 ‘w1n5t0n'으로 조금 생각해보면 윈스턴이라는 것을 잘 알 수 있죠그리고 윈스턴은 1984의 주인공 이름이기도 합니다마커스가 살고 있는 사회는 우리에게는 매우 익숙합니다스마트폰이 있고노트북이 있고인터넷이 활성화되어 있는 사회지요하지만 조금 이상한 모습들이 보이기도 합니다학교 내에 학생들의 행적을 추적할 수 있는 갖가지 요소들이 산재해 있죠예를 들어걸음걸이로 누구인지 파악하는 보조 인식 카메라가 교내에 설치되어 있다던가정해진 것들만 작동이 되는 스쿨북이라는 노트북을 제공하기도 합니다물론 주인공답게 마커스는 이 모든 것들을 어렵지 않게 피하지만요어떤가요이 정도의 장치는 그리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느껴지시나요그렇다면 이건 어떨까요?

 

  마커스는 친구들과 대체현실게임(ARG, Alternate Reality Game) 하라주쿠 펀 매드니스를 하기 위해 점심시간에 학교를 빠져나옵니다현실에 존재하는 장소에 찾아가서 힌트를 찾고 다음 단계로 진행하는 형식의 게임이지요그런데 마침 그 근처에서 테러리스트들이 베이교를 폭파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처음에 지진인 줄 알았던 마커스 일행은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다시 재회하지만 친구 데릴이 칼에 찔려 피를 흘림을 알게 됩니다그리고 낯선 자동차가 마커스 일행 앞에 서고수갑을 채우고 반항하는 이들을 곤봉으로 내리치며 차에 실어 어디론가 사라집니다처음에 마커스는 자신들을 데리고 가는 존재가 테러리스트라고 생각을 하죠하지만 좀 이상합니다.

 

테러리스트가 정확히 어떻게 생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텔레비전에서 보면 거창하게 수염을 기르고 면으로 만든 헐렁한 옷을 발목까지 늘어뜨렸으며 머리에는 비니를 쓴 갈색 피부의 아랍인이었다.

  하지만 우리를 붙잡은 사람들은 그렇게 생기지 않았다오히려 슈퍼볼 중간 휴식 시간에 나오는 치어리더들과 비슷했다뭐라고 딱 꼬집어서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이 사람들은 미국인처럼 보였다멋진 턱선에다가 군인과는 약간 다르지만 짧게 정돈된 머릿결의 백인과 흑인 남녀들이 트럭 반대편 끝에 앉아 테이크아웃 커피를 마시면서 자유롭게 농담을 하고 서로 미소를 주고받았다.

 

  스타벅스 종이컵을 들고 커피를 마시던 이들은 국토안보부(DHS)였습니다그리고 마커스 일행을 테러 혐의로 억류한 것이지요위치를 알 수 없는 곳에 도착한 이들은 이후 하나하나 심문을 하기 시작합니다그리고 이 과정을 보는 우리는 이해하기 힘든 질문들을 보게 됩니다머리가 짧은 여자가 마커스에게 묻습니다.

 

애야내 말 듣고 있니나는 네가 이 휴대폰의 암호를 풀고 메모리에 있는 파일들의 암호도 해제해줬으면 좋겠어그리고 네가 해명을 해줬으면 좋겠어왜 그 시간에 거리에 나와 있었지샌프란시스코 공격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을 털어놔.”

  “전 휴대폰 암호를 해제하지 않을 거예요.” 나는 화가 나서 말했다내 휴대폰 메모리에는 온갖 개인 자료들이 들어있었다사진이메일내가 설치한 해킹 프로그램과 모듈들. “그건 사적인 자료예요.”

  “뭘 감추려는 거지?”

  “저에게는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어요그리고 변호사와 이야기하고 싶어요.”

  “얘야너한테는 이게 마지막 기회야정당한 사람은 아무것도 감추지 않아.”

 

  머리 짧은 여자의 말이 맞나요정당한 사람은 정말 아무것도 감추지 않나요그럴 필요가 없나요단연코 아니라고 말하겠습니다무언가를 감추는 것은 사생활의 영역이지 절대 정당함과 관련된 영역이 아닙니다내가 남에게 보이기 싫은 무언가를 감춘다고 해서 범죄 혐의를 뒤집어써도 되는 것은 아니지요.

 

  그럼에도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겠습니다정부가 바보가 아닌 이상 혐의를 조사할 때에는 그럴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신중히 선별할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지요먼저 말하지만 정부는 결코 완벽한 존재가 아닙니다아무리 신중하게 노력하여도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분명 어디에선가 실수가 발생하기 마련이지요제아무리 노력해서 99% 확률로 테러리스트를 구분할 수 있다고 해도 1%의 피해자는 분명 발생하기 마련입니다책에서는 이를 허위 양성 반응의 역설을 통해 잘 보여줍니다.

 

  슈퍼 에이즈라는 새로운 질병이 있다고 치자슈퍼 에이즈에 걸린 사람은 백만 명 중 한 명이다누군가가 99퍼센트의 정확도를 보이는 슈퍼 에이즈 탐지기를 만들었다, 99퍼센트의 확률로 정확한 결과를 내놓는다는 이야기다검사 대상이 감염되어 있으면 참건강하면 거짓을 내놓는다그걸로 1백만 명을 검사한다.

  슈퍼 에이즈에 걸린 사람은 1백만 명 중 1명이다하지만 그 검사에서는 100명 중 1명이 허위 양성’ 반응을 보일 것이다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도 검사에서는 슈퍼 에이즈로 나오는 것이다. ‘99퍼센트의 정확성은 1퍼센트의 오류를 의미한다.

  1백만 명의 1퍼센트는 얼마인가?

  1,000,000/10 = 10,000

  슈퍼 에이즈에 걸린 사람은 1백만 명 중 1명이다무작위로 1백만 명을 검사하다 보면 진짜로 슈퍼 에이즈에 걸린 1명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하지만 그 검사는 1명이 아니라 10,000명을 슈퍼 에이즈 환자로 식별할 것이다.

  99퍼센트의 정확성을 가진 검사는 다시 말해 99.99퍼센트의 부정확성을 보여줄 것이다.

 

  재미있는 이론입니다그러니 결국 테러리스트를 잡기 위해 정부는 수없는 무고한 사람들 역시 잡아들여 괴롭혀야만 합니다그래도 괜찮은가요정말 그래도 되는 것일까요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시나요마커스 역시 그렇게 생각했었던 인물입니다테러는 먼 것이고 자기와는 관계없이 저 먼 타국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했죠하지만 단순히 그 근처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마커스는 억류되어야만 했습니다그리고 그게 무고한 누군가의 친구누군가의 가족그리고 내가 될 수도 있지요.

 

  그럼에도 국가 안보를 위하여 정부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흔히 잘못된 가정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바로 정부는 옳다라는 가정이지요정부가 하는 일은 필시 국민을 위하는 일로 국민 개개인은 반대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지요그게 일부 국민에게 불이익을 주는 경우라도 말입니다. ‘정부가 하는 일은 옳다라는 가정은 역사를 조금만 뒤돌아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가정입니다국민이 세운 정부가 반드시 옳았다면 그토록 수많은 정부의 몰락과 비극들이 존재할 수는 없었겠지요.

 

  그렇다고 정부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닙니다오히려 많은 부분 정부는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분명하지요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정부 역시 인간으로 이루어진 집단인 만큼 때로는 잘못된 일을 행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지요그렇기에 우리 국민은 우리 손으로 뽑은 정부라 할지라도 끊임없이 견제하고 감시해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국가를 위해 국민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국민을 위해 국가가 존재하는 것이지요시작부터 인간은 서로를 투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국가를 만들었습니다인간이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을 누릴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지요사회 시간 이러한 논쟁에 대하여 마커스는 짧은 글을 읽습니다.

 

읽고 싶은 글이 있는데요짧게 읽을게요. ‘이런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인류가 정부를 조직했으므로 정부의 정당한 권력은 피통치자의 동의에서 비롯한다또 어떤 형태의 정부든 이러한 목적을 파괴할 때에는 인민은 정부를 바꾸거나 폐지하고인민의 안전과 행복을 가장 효과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원리를 바탕으로 그런 형태의 권력을 조직해서 새로운 정부를 수립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이 글은 미국 독립선언문에 나오는 말입니다미국의 경우와 우리의 경우가 다르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기본권이라는 측면에서는 무엇도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기본권은 가변적인 것이 아닙니다언제나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절대적인 것이지요그리고 언제나 그러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고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최근까지 오랫동안 소위 애국보수를 자칭하며 정부에 반하는 시위를 보고 종북이니빨갱이니 욕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정부에게 저항하고 자신이 원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은 그들이 빨갱이라서가 아니라 국민이기 때문입니다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소리 내어 정부에게 인지시키는 것이지요그렇지 않으면 정부는 어떤 일의 문제와 그 중대함을 파악하지 못하고 넘어갈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기에 우리는 계속 정부를 감시하고 정부의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우리가 뽑았다고 하여 우리가 원치 않는 일을 제재 없이 하게 해서는 안 되지요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리고 논쟁도 생기겠지만 사회 구성원의 목소리를 들으며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들이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그 때문에 우리가 민주주의를 그토록 부르짖었던 것 아닌가요?

 

우리 대부분은 찍을 사람이 없어서 기권을 했습니다하지만 투표를 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우리는 자유를 선택해야 합니다부디 자유에 투표하세요.

  제 이름은 마커스 얄로우입니다저는 이 국가에게 고문당했습니다하지만 아직도 이 나라에 살고 싶습니다저는 열입곱살입니다저는 자유로운 국가에서 자라고 싶습니다저는 자유로운 국가에서 살고 싶습니다.


  『리틀 브라더의 내용은 조금 더 남았습니다협박과 함께 풀려난 마커스는 정부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고 마지막엔 통쾌한 복수를 보여줍니다그 과정을 지켜보는 독자는 손에 땀을 쥐는 긴장과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지요책을 읽다 보면 단순히 상상 속의 이야기라고 하기엔 우리 삶과 너무나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그러니 마커스의 이야기를 우리와는 상관없는 것이라고 치부하기엔 곤란하지요개인과 정부의 관계그리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서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가짧지 않은 책이지만 분명 손에서 놓기 힘든 책입니다이상 리틀 브라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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