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온도 - 나를 품어주는 일상의 사소한 곳들
박정은 지음 / 다온북스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나를 품어주는 일상의 사소한 곳들

[공간의 온도]

 

 

 

 

 

 

박정은 작가의 일러스트가 포함된 에세이집으로,

일상에서의 공간이 주는 따뜻함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나는 때때로 사물을 바라봄에 있어 그 갖추어진 형태 뿐만 아니라, 

그 속에 내재되어 있는 의미에 대해 생각하기를 좋아한다.

 

그렇기에 주변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대부분을 관찰하곤 한다.

 

도서 [공간의 온도]는 작가가 경험한 일상에 대해 다루고 있다.

집, 골목, 화방, 남산, 까페 등 작가가 걷고 가보았던 그 풍경에 대한 이야기로,

그래서인지 많은 편안함 마음을 준다.

 

 

 

 

1장 / 제자리 걷기 
책상 · 나의 인생으로 오롯이 물들어가는 공간 
책상 밑 ·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가게 하는 곳 
옷장 속 · 문만 닫아도 다른 세상으로 변하는 마법의 장소 
침대 밑 ·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을 몰래 쌓아두는 공간 
침실 · 내일은 괜찮을 거라는 희망을 갖게 하는 곳 
책장 · 언젠가는 닿고 싶은 꿈들이 쌓여만 가는 곳 
창가 · 노랗고 따스한 빛 속에 머물며 하루의 변화를 느끼는 공간 
소파 · 그리운 것에 대한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곳 
목욕탕 · 복잡한 머리를 쉴 수 있게 해주는 공간 
부엌 · 따뜻한 요리를 나누어 먹으며 행복도 함께 나누는 곳 
마당 · 어려운 일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는 용기를 알려준 곳 
창고 · 부모님의 옛날을 떠올리며 지금의 나를 돌아보는 곳 
베란다 · 창밖의 비를 바라보며 막막한 새벽을 견디던 곳 

 

1장은, 저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범위로의 공간에서부터 시작된다.

책을 읽으며 느낀것은 저자가 말한 [나만의 비밀공간] 이나 [나를 돌아보는 곳] 등 나에게도 집이란 오롯이 나만의 장소였다.

외로움을 잘 타면서도 집에서만큼은 혼자여도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편안했으며, 좀더 자신에게 집중 할 수 있었다.

어릴적부터 만화책을 좋아하던 나는 수집가를 자청할 정도로 ​수북히 모아온 만화책을 결국 처분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쁜것도 좋아하다보니 꼭 사물이며, 대사, 캐릭터 등 알록달록 오려내어 스크랩을 하곤 하였다.

​집안의 욕실은 비좁아 근처 대중사우나에 가서 목욕을 할때마다,

이상하리만치 온탕에서 생각을 정리해야 하면서도

신선놀음 하듯 잡생각을 떨쳐내며 목욕 그 자체를 즐기곤 한다.

읽다 보면, 저자의 홈그라운드의 이야기처럼

집이란 편안함과, 꿈과, 희망, 따뜻함을 주는 그런 곳임을 새삼 일깨워준다.

 

 

2장 / 가까이 걷기 
시계방 · 인생의 속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장소 
꽃집 · 꾸밈없는 순수한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을 때 
미용실 · 한 시기가 끝나고 새로운 시기를 맞이하기 위한 의식 
이용원 · 늘 그 자리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주는 위안 
만둣가게 · 몸도 마음도 따뜻하고 건강해지는 공간 
영화관 · 혼자라도 외롭지 않고 행복해질 수 있는 곳 
공중전화박스 · 작은 오해와 화해, 인연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곳 
열쇠가게 · 사람 사이에 필요한 노력이 담긴 곳 
화방 · 나와 딱 맞는 파트너를 만나기 위해 기꺼이 헤매는 공간 
카메라 수리방 · 깨끗한 렌즈로 보는 세상의 아름다움 
사진관 · 기다림의 시간이 주는 설렘과 행복 
세탁소 · 깨끗하고 바싹 마른 옷이 주는 기쁨과 감사함에 대하여 
편의점 · 다양한 물건들만큼이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 
동물병원 · 작은 생명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느끼게 하는 곳 
음반가게 · 나의 세상과 또 다른 하나의 세상이 만나는 경험 
학교 · 손에 쥔 것을 버림으로써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었던 곳 
분식점 · 어린아이가 된 듯한 그리움이 느껴지는 곳 
고시원 · 나의 삶에서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해준 공간 
빵집 · 삶의 활력소가 되어주는 빵력은 늘 100%로 충전! 
목공소 · 한 사람의 인생과 땀과 노력이 모두 담겨 있는 곳  

2장은, 저자​의 골목길의 이야기를 다루었달까! 학교를 오가면서 지나왔던 길, 분식집, 맛있는 빵집 등

일상​을 다루고 있다. 나뿐만 아니라 그 누구라도 자신의 일상을 파헤쳐보는 시간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 동네 안쪽에 위치했던 세탁소,

어릴적 친구 부모님이 운영하시던 곳으로 지금도 한 자리 차지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반가우면서

친구와 개구쟁이로 놀았던 기억을 떠올리곤 한다.

이제는 도심속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공중전화박스도, 그나마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

학창시절을 저절로 떠올리게 했다.

공중전화박스가 동전에서 카드로 사용 할 당시에도 많이 사용하지 못했던 아쉬움도 들고....

고등학교 앞 사진관은 또 어떻던가!

증명사진을 찍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꾸미고 치장해도 여전히 통통한 볼살과 체격, 그리고 어색한 미소까지

매번 사진관 앞에서 덜덜 거리며 마치 공포 체험을 하듯 긴장한채 사진관 입구에 들어섰던 기억들..

 

늘 그 자리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주는 위안...

 

난 이 부분이 무척 마음에 든다.

시간은 흘러 내가 지나온 길은 흔적조차 남지 않고, 내가 갔던 그 길은 새로히 변한 모습을 보며,

이전의 모습들을 떠올려보려 해도 쉽게 되지 않을때면 뭔가 적적함이 밀려 온다.

​변함과 변하지 않는 사이에서의 회상놀이를 하노라면, 자꾸만 '그땐 그랬지' 라던가 그리움이 들곤 한다.

아날로그적 감성이란 이런 것일까 싶다.​

퇴색하여 잊혀져가는 장소들이 점점  줄어드는 것은 참 아쉽다.

늘 한결같이 나를 반겨주는 장소가 있다라는 것은 어른아이인 내게는 큰 위안을 준다.

가끔 익숙했던 장소들을 지나칠때마다 외관은 달라졌어도

여전히 그 자리를 볼때마다 ​추억을 되새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3장 / 느리게 걷기 
: 카페 : 
이리카페 · 커피를 마시는 동안만큼은 고마운 작업실이 되어주었던 공간 
카페 공드리 · 잊었던 열정과 꿈을 되살려주는 곳 

: 골목길 : 
계동 · 느리게 흘러가는 풍경의 여유로움을 느끼고 싶을 때 찾는 공간 
이태원 · 포기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공간 
해방촌 · 외국을 여행할 때처럼 영감과 열정을 충전할 수 있는 곳 
연남동 · 아날로그의 맛, 흑백 필름을 현상해본 적이 있나요? 
북촌 한옥마을 · 오래전 옛날로 시간여행을 떠나게 해주는 공간 

: 재개발구역 : 
삼각지 · 냄새로 기억되는 공간, 공간으로 기억되는 냄새 
독립문 · 사라짐과 생겨남, 공존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곳 

: 서점 : 
교보문고 · 내 안의 깊숙한 곳에 숨어 있던 진짜 자신을 찾게 해준 곳 
헌책방 · 보물찾기를 하는 기분으로 설렘이 가득해지는 공간 

: 예술 공간 : 
소마미술관 · 문화를 느끼고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 
삼청동 · 늘 보던 익숙한 장소의 새로운 의미를 깨닫게 해준 공간 
예술의 전당 · 실패했던 과거의 나와 마주하며 다시금 큰 꿈을 꾸는 곳 

: 공원 : 
올림픽공원 · 가장 가까운 곳에서 편안함을 주는 곳 
효창공원 · 사랑하는 존재와의 기억들은 그 공간에 계속 머물러 있다 
하늘공원 · 탁 트인 하늘을 보며 마음을 정리하기 좋은 곳 

: 도서관 : 
종로도서관 · 시간과 함께 역사도 쌓여간다 
정독도서관 ·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아름다운 풍경 

: 교통수단 : 
지하철 · 편안하게 혼자 슬플 수 있는 곳 

 

 

 

 

 

 

 

4장 / 멀리 걷기 
정동교회 · 떠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익숙한 장소의 소중함 
길상사 · 고요하게 마음을 가라앉혀주는 공간 
명동성당 · 힘든 일이 있을 때 맘껏 기대어 쉴 수 있는 곳 
창경궁 · 도시 속의 작은 심장, 답답한 숨통을 틔워주는 곳 
경복궁 · 보고 싶은 것만 보기에 놓치는 것의 아쉬움을 느낀 곳 
창덕궁 · 현실에서 벗어나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곳 
덕수궁 ·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나가는 것의 소중함을 깨달은 곳 
어린이대공원 · 나도 몰랐던 나의 변화를 새삼 느끼게 되는 곳 
석촌호수 · 이제 나도 어른이 되었다는 실감을 하게 되는 공간 
한강 · 흔들리는 나의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싶을 때 
남산 · 마음속에 간직했던 긴 이야기를 털어놓기 좋은 공간 
성곽길 ·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싶을 때 

 

 

​3장-4장은, 저자가 여러 장소로를 오갔던 내용을 다루고 있다.

마음 속 비밀을 털어놓고나 잠시 기댈 수 있는 그런 편안한 공간들이란...​

나역시 이곳저곳을 걷고 또 걷는 것을 좋아하는데 저자와 난 참 공통점이 많은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에 대한 플랜을 짜다가 어차피 혼자하는 작업임에도 꼭 한번씩은 까페를 찾곤 한다.

까페에서 내리는 원두향과 흘러나오는 음악에 젖어들다보면 시간도 빨리 가고 즐거울때가 많았다.

 

저자가 아무래도 문화/예술쪽이어서인지 예술공간과 도서공간 위주로 간 듯 하다.

나역시 어릴적부터 책을 가까이 했고,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진 탓에 퇴근 후 또는 주말이면 어김없이

서울 도심지 탐방을 하곤 했다.

그러다보면 지하철 여행이 이런거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끝에서 끝으로 이동한적도 꽤 여러번이다.

20대 초반 공연쪽에 몸담고 있던 것을 계기로 지금까지도

공연을 포함한 문화쪽은 늘 관심안에 있다.

저자처럼 흑백필름도 현상해보았고, 북촌 한옥마을에서 한국인데도 이국적인 느낌을 받은때도 있었고,

한창 꽃다울 나이 20대 이태원에서 외국인 친구들과도 수다 삼매경이었던 때도 있었고,

 

옛 남자친구와의 남산에서의 야경을 감상해본적도 있었고..

그렇게 하나 둘 내 발길이 닿는 그곳은 종종 마치 무채색에서 유채색으로 변하듯

잊고 있던 또는 생각지도 못했던 기억들이 마구 쏟아져 나올때가 있었다.

 

 

이별은 늘 슬프다.

그러나 이별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내 경우 이별을 겪으면, 오히려 추억 어린 장소와 물건, 노래들을 더욱 가까이 한다.

슬픔속에 나를 꽉꽉 채우다 보면 오히려

거대하고 넓은 심연에 나혼자 고립되어진 것처럼 ​그저 한없이 작아지면서

그 슬픔 조차 수그러짐이 든다.

다른이들은 이해 못할 수 있을 것이다.

늘 새로운 공간과의 만남이란 마치 사랑을 시작하듯 설레이고 기대되고 반갑다.

​그래서 늘 사물이며, 장소에 갈때마다 나만이 알수 있는 의미를 부여하며

어느 곳이든 제2의 고향같을 정도로 기억을 심어놓아 종종 꺼내서 마주해보곤 한다.

그러면 그저 스치듯 지나간 길이 아닌 나에게는 생에 소중한 기억의 파편 일부가 되어진다.​

5장 / 다르게 걷기 
: 전주 : 
버스터미널 · 낯선 공간과 친해지는 방법은 길을 잃고 헤매는 것 
전동성당 · 사소하지만 오래도록 웃음 짓게 만드는 기억 
골목 산책 · 길에서 만난 작은 존재들이 주는 위안 
향교 · 나에게서 떨어져 나를 바라본다는 것 

: 부산 : 
감천동 ·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있어서 더 감동적인 풍경 
보수동 헌책방 거리 · 끝없이 쓰고 만들고 읽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해운대 · ‘엄마’라는 두 글자가 주는 울림 

: 제주도 : 
산방산 · 어떤 공간과 사랑에 빠진다는 것 
올레길 · 다르게 보는 시간, 걷기의 즐거움 
협재 해변 · 탑을 쌓는 사람들의 마음을 생각해보며 

천리포 수목원 ·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리게 하는 네 잎 클로버 

5장은, 익숙한 곳에서가 아닌 특별한 장소에 관한 이야기이다.

특별하다 해서 정말 남다르다기보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여행지에서의 풍경과 사람을 말하고 있다.​

내 생에 여행이란 것을 도전하기 시작한 것이 불과 3년전...

​여행을 갈때마다 타지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 그리고 낯선 풍경들을 접할때면

내게 소중한 것들에 대해 더욱 생각나는 시간이 되곤 한다.

 

 

 

그 중, 부산에서 '엄마'와의 에피소드들을 들려준 저자를 보니

나역시 엄마와 동행했던 장소들을 떠올려보았다.

동생 결혼 준비로 한복을 맞추기 위해 찾은 동묘,

내가 면허가 있더라면 렌트 해서라도 엄마와 함께 여행을 꼭 했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는 부산..​

부산은, 투석중인 엄마가 늘 와보고 싶어 했던 곳이라 불교신자였던 엄마를 위해 인근 관광명소에서 판매되고 있는

염주 하나를 사서 납골함 옆에 두었는데..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더욱 느끼게 하는 추억의 장소가 되기도 하였다.

나 또한 저런 생​각을 하였지라며

추억을 하나하나 쌓아올렸던 장소들을 떠올려보는 시간이었다.

거리를 거닐때마다 스마트폰을 한 채로 걷는 사람들이 많다. 고개를 떨군채 주변의 소소한 일상들을 보지 못하고

손안에 쥔 그 작은 물체에만 집중한 그들은 자신이 머물고 있는 공간의 가치를 과연 알까 싶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말한다.

"독자들이 나의 공간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자신만의 공간을 떠올릴 수 있다면 좋겠다.

공간에 대한 나의 이야기가 끝나지 않은 것처럼, 여러분의 이야기도 계속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이 바로 [공간의 온도]가 강조하는 바가 아닐까!

 

책을 읽는 내내 내가 가본 장소, 거리, 풍경, 소품들을 떠올리며,

마치 친구와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풀어헤치듯 맞아맞아 라며 공감하며 감정이입이 되었다.

저자 본인만의 공간에서 이젠 책을 읽던 나의 이야기가 되었으며,

이내 다른 이에게도 이어지지 않을까!!!!

 

기억속 장소들로 하여금 잠시나마 따뜻한 온기를 품었고,

그리움에 목이 메어보기도 하였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즐겼던

그런 찰나의 순간들을 떠올려 보라!

매순간이 감사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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