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여행기, 의미를 따지지 않고 본다면 정말 재미있는 책이이었다. 상상의 왕국에 대한 세밀한 묘사는 실제로 보고싶다는 강렬한 열망이 솟을 만큼 환상적이었다. 그러나 이 책의 진가는 재미보다 풍자를 통한 날카로운 현실사회비판에 있다고 하는데 나는 이 책의 상당수 부분에 동의할 수 없었다. 특히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분은 소인국에서 달걀을 깨는사소한 방식을 둘러싸고 전쟁까지 불사하는 장면을 그리며 독자의 비웃음을 유도하고 있는 장면이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우리는 우리의 현실정치를 되돌아보며 우리의 현실과 책 속의 정치시스템을 유추하여 비교하게 된다. 이 대목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이유는 이러한 유추의 과정에서 우리는 정치문제를 해결하려는 방향을 상상할 수 있기보다 `정치인들이란` 생각을 하며 정치혐오의 수준이 높아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이 책을 읽을 때 내가 아이들과 함께 읽어서 이 부분이 더 불편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물론 현실정치에 불만스러운 부분이 많지만 그렇다고 정쟁을 사소한 사건을 둘러싼 유치한 싸움으로 치부하며 정치의 중요성을 끌어내리는 듯한 뉘앙스는 참기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