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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 딸과 함께 읽는 미셸 오바마 이야기
데이비드 콜버트 지음, 박수연 옮김 / 부키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 부키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저만의 스타일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해 낼 거예요.
저의 꿈과 희망을 바탕으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면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고, 부담도 되고 불확실한 점도 있을 거예요."
- 부키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의 본문(p187) 중에서.
생각나는 대로 솔직하게 말하고, 그것이 그녀에게 유리할지 불리할지 생각하고 싶어하지 않는 미셸, 그녀 다운 말이다. 최초의 흑인 퍼스트레이디의 신화를 만들어낸 그들 미국인조차 그녀가 자신의 방식을 잃지 않기를, 수많은 정치인이나 배후자들이 보여 주었던 모습처럼 변하지 않고 그녀가 퍼스트레이디이건, 한 사람의 아내와 어머니이건, 희망으로 가득한 세상을 위해서 자신을 헌신하려고 하는 자원봉사자이건 사회운동가이건, 그녀가 어떤 자리에 있건 그녀의 본모습이 변하게 하지 않기를 원할 것이다. 그들 미국인들이 사랑한 것은 그녀가 퍼스트레이디였기 때문이 아니라, 미셸 오바마였기 때문이다. 그녀이기에 다르기를 희망할 것이다.
<딸과 함께 읽는 미셸 오바마 이야기>라는 부제가 좋았다. 하지만, 딸 보다는 어머니가, 어머니보다는 여성이 읽으면 더 좋을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쉽게 말할 수없는 것들이 있고, 이야기하므로써 더 불편해지는 주제들도 있다. 미국이란 사회가 자신들의 내부에 존재하는 불평등과 잘못된 역사들을 정치 한가운데로 끌고 나왔고, 그들 스스로 이젠 적절한 중재가 필요하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오바마와 미셸은 주목 받았는지도 모른다. 그들 역사나 정치, 사회의 불합리한 것들이 얼마나 크고 많더라도, 이번 선거는 용기있는 선택이였다. 서로 낯뜨거워지고 불편해지더라도 문제를 표면으로 끌어냈고, 가장 적절한 중재자들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우리사회에는 이런 불평등과 불합리가 없을까. 없기 때문에 태연히 그들을 지켜볼 수 있는 것일까. 물론, 그들만의 문제도 우리만의 문제도 아니다. 역사와 문화가 그런 불평등을 생산해냈고, 우리 중 대부분은 그것들을 묵인하거나 방관함으로써 동조하거나 무관심했다.
이 책의 대부분은 미셸이라는 인물보다, 그 인물이 있기까지의 배경에 대한 이야기가 차지하고 있다. "저는 노예와 노예의 주인의 혈통을 모두 받고 태어난 흑인 여성과 결혼했습니다."라던 버락 오바마의 연설의 한 부분처럼, 그녀는 당당하기 어렵거나 불편한 배경을 가졌지만, '진실은 과거에 있다.'며 일축한다. 그리고 그 불편한 과거에서 미국을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 힘을 이끌어 낸다. 오늘의 미셸을 만들고 다듬고 완성시킨 그녀의 가족사, 그리고 그녀의 과거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대부분의 내용이 그녀의 전기 담당관이나 그와 관련한 조사에서 이루어진 자료들을 토대로 짐작하고 예측하고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지만, 실제로 그녀와의 인터뷰나 그녀의 생각을 자주 만날 수는 없다. 그점은 아쉽다. 이 책은 그녀를 충분히 알기에 부족하다. 오히려 갈증을 불러온다. 그녀보다는 그녀의 가족사나 배경, 그녀의 성장과정에 초점을 맞추어서 독자로 하여금, '나는 어떻게 자녀를 가르칠 것인가'라는 의문을 가지게 한다.
인생은 공평하지 않단다. 그게 현실이야.
보상을 받을 만큼 충분히 노력했더라도 항상 좋은 결과가 따르는 건 아니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것을 얻고 싶다면 열심히 노력해야 해.
가끔은 노력해도 원하는 걸 얻지 못할 때도 있어.
열심히 노력하고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는데도 얻지 못할 때가 있단다.
- 부키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의 본문(p37) 중에서.
선생님을 존경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질문하기를 주저하지 마라.
우리가 너희에게 하는 말을 듣고만 있지 말고, 왜냐고 이유를 물어보렴.
- 부키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의 본문(p35) 중에서.
미셸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녀의 남매에게 자주 당부했던 말이다. 그녀의 부모는 불합리하고 불평등한 역사의 희생자였고, 거주의 자유도 없었고 가난했으며 교육을 충분히 받지는 못했다. 평생 장애인으로 불편하게 살아야 했던 그녀의 아버지는 자신 때문에 가족들이 책임감을 느끼는 것을 원하지는 않았지만, 두 남매가 언제 자신에게 닥칠지 모를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서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도록 하라고 말했다. 그녀의 부모는 정치를 믿지 않았고, 국가가 책임지고 교육을 시켜주라는 것도 믿지 않았다. 그 힘들고 어려운 상황속에서 자식을 보호하기 위해 미래의 환상만을 심어줄 수는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의 사랑은 달랐던 것 같다. 어린 자식들에게 냉엄한 현실을 제대로 알려주지만 실망하고 좌절하더라도 포기하는 비겁함을 가르치지는 않았다. 또한 경제적인 가난이 정신의 가난은 아니라는 것을 가르쳤다. 누구 앞에서라도 당당하라는 것, 그것이 내 아이가 가장 존경하는 선생님일지라도 그 앞에서 당당할 것을 당부했다. 행동만이 아니라 생각과 주장도 당당하라고 가르쳤다.
이 시대의 평범한 부모들은 우리의 삶이 자녀들에게 되물림될 것을 두려워한다. 부모의 경제력이나 사회적 배경이 곧 교육의 질로, 자녀들의 성공 여부로 이어질까 두려워한다. 그러나 부모가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은 물질적인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경제력이나 사회적 배경을 탕으로 한, 남들보다 좀더 유리한 기회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부모가 먼저 깨어있고 긍정적이며, 어떠한 순간에도 희망을 놓지 않을만큼 용기있다면, 그 자녀들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유산을 물려받을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말을 인용하기로 한다. 이 땅의 곳곳에서도 이 땅의 수많은 아이들이 이 아름다운 말을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이 땅의 어느 어머니가 어느 선생님이, 어느 정치가나 퍼스트레이디가 진심으로 아이들을 위해 이 말을 해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
" 너희들이 꿈꾸고 열심히 노력하는 한, 너희들의 성취에는 한계란 없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