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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내기 울 엄마 ㅣ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는 동화
임사라 지음, 박현주 그림 / 나무생각 / 2009년 4월
평점 :

- 생각나무 <동갑내기 울엄마>
"할머니도 엄마가 보고 싶어요?"
할머니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끄덕 하셨어요.
왠지 은비의 코끝이 새큼새큼해졌어요.
은비야, 은비는 일곱 살이지?
네 엄마도 은비 엄마가 된 지 일곱 살이란다.
'엄마 나이'로 겨우 일곱 살이니 모르는 것도 많고, 힘든 일도 많을 거야.
- <동갑내기 울엄마>의 본문(p 13)중에서.
동갑내기란 말이 사뭇 궁금하면서도 의아했었다. 딸과 엄마를 왜, 어떻게 동갑내기라고 표현했을까.
그런데 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면서, 코끝이 시큰해지고 눈물이 핑돌아 자꾸만 목소리가 흔들렸다. 참으
려고 애를 써도 나도 모르게 호흡을 고르기 힘들어지고 목소리가 흔들리고 가슴 한구석이 아파왔다. 동
화 속에서의 할머니의 말씀에 나는 나조차도 잊고 살았던 내 나이들을 떠올렸다. 내가 엄마의 딸로는 몇
살이고, 내 남편의 아내가 된지는 몇 살이고, 내 아이들의 엄마가 된지는 몇 살일까를 꼽아 보면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늘 당연히 잘 해야만 한다고 스스로 생각했었나 보다. 결혼을 했으니 그럴듯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잘 해내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고 믿었고, 내가 아이를 낳았으니 엄마로서 그만큼 잘 해
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말하면서 살았나보다. 누가 내게 강요한 사람은 없었지만, 그 스스로의 믿음이
나 요구가 때로 나를 얼마나 외롭게 하고 힘들게 하든 상관없이 나는 열심히 내 일을 하고 살아야 한다
고 믿으며 살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은비에게 말씀하시는 할머니는 마치, 내게 내가 무얼하든, 어떻게
하든 괜찮다고 말씀하시는 것만 같다. 때때로 내가 얼마나 어설프고, 잘 몰라서 실수하고 잘못하는 일
이 생겨도 그건 당연하다고 등을 두드려 주시는 것만 같다. 때때로 내가 얼마나 울었든, 어떤 생각을
했든 얼마나 힘들어 했든 모두 위로하고 이해 받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세상에 그 누구도 내게 해주
지 않았던 위로와 위안들을 할머니를 통해서 얻었다. 나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가슴을 누르고
있던 것들을 살며시 내려 놓아도 좋을 것만 같았다. 아이를 위한 동화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동화를
읽어주던 내게 위안을 주었다.

이 동화는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어야 할 이야기다. 딸이 엄마와, 딸이 할머니와 읽으면 더 좋을 동화.
아니, 아빠라도 상관 없을지도 모른다. 엄마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잘 알고 있다고 여기는 사람이라면
그가 누구든 상관 없을지도 모르겠다. 이 동화만큼은 적절한 연령이라는 말도 잠시 잊어버리고 싶다. 어
른들이 즐겨 읽는 시처럼, 간직하고 싶은 감동적인 몇 구절의 글처럼 동화는 누구의 가슴에든 이해와 배
려와 감동의 씨앗으로 자리잡아 두고 두고 그 힘으로 더 많이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는
아름다운 동화이기 때문이다. 글자 수에도 구애받을 필요가 없으며, 누구나 한번쯤 겪을 수 있는 소재라
소재의 어렵고 쉬울지도 구분지을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읽는 아이가 30개월쯤의 어린아이여도 좋고, 주
인공 은비처럼 일곱살이여도 좋을 것 같다. 때로는 그보다 더 높은 연령이여도 좋을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소중한 가족이 함께 읽고 서로를 더 많이 이해하고 배려하고, 아끼고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 더 중요하리라는 생각 때문이다.
나는 내 엄마의 딸이였고, 내게도 내 몸보다 더 소중한 딸이 있다. 그 딸에게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때로 내 사랑이 부족하거나 서툴더라도 그 정성이나 마음에는 변함이 없음을 이 동화보다 더 잘 말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까. 이 세상의 많은 어머니가 모두 사랑하고 아파하고 대견해하지만 한편으로 안
쓰러운 마음으로 딸을 키우는 그 마음을 이 동화보다 더 잘 말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또 있을까. 언젠가
는 곱게 예쁘게 자라서 나처럼 엄마가 되고, 할머니가 될 내 딸에게 들려주고, 언젠가는 내 딸의 딸에게
내 딸의 손녀에게 들려주고 싶은 아름답고 소중한 이야기. 나는 이 동화가 참 고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