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나의 엄마에게
피천득 외 174인 지음 / 샘터사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 샘터 <사랑하는 나의 엄마에게>

 

               어머니!
               눈 내리는 밤이면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다섯 식구 다락방에 포개어
               오돌오돌 새우잠 자던 창신동 언덕빼기에서
               이부자리 사이로 삐죽 나온 제 발을
               어머니 발로 밤새 녹여 주시던 그날 밤
               이렇게 하얀 눈이 소복이 내렸지요.
                 - <사랑하는 나의 엄마에게>의 본문(p11. 설빛뜨락 서울구로)중에서.

  

   내게도 그런 어머니가 계신다. 가난하고 추웠던 시절, 삼면은 모두 커다란 창이고 미닫이 문인데 하나
같이 이가 맞질 않아서 차겁고 매서운 바람이 불때마다 바람소리보다 더 크게 덜컹거리던 소리. 그 소리
보다 매섭게 뼛속까지 파고들던 그 바람을 잊을 수가 없다. 그런데, 그 바람소리는 내게 춥고 가난했던
소리여서 슬픈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따뜻한 냄새, 그 푸근한 온기로 더 훈훈했던 겨울 기억으로 남는다.
밤이면 추울까봐 당신 품안에 내 발을 꼬옥 품어주시며 잠을 청하시던 내 어머니. 그 어머니의 오래된
사랑을 되살아나게 하고, 그 아름다운 기억 언저리로 나를 데려다 주었던 책이다. 

 
    사람들마다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모두 다르다. 어머니의 모습이 어떠했고, 그 사랑이나 그리움에게
사람들은 저마다 짧고 긴 편지를 쓰고 있다. 누군가는 편지라기 보다는 쑥쓰러워 슬그머니 쥐어주고는
달아나고 싶은 쪽지 같기도 하지만, 그 글이 어떤 형태의 글이든 모두 어머니를 향하고 있다. 피천득이
나 이해인을 비롯한 유명인들도 있지만, 몇몇의 글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 세상 어디에선가 살아있거나
살아있었던 수많은 이름 모를 사람들의 글이다. 그러나, 글을 읽으면서 문득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나
다 말하지 못한 사랑을 이야기하는데 있어서 그 모든 경계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람이
쓴 글이냐 보다는 어떤 마음으로 쓴 글이냐가 훨씬 가슴을 울리고 와닿았기 때문이다. 
 

   이 글은 왠지, 따뜻한 차 한잔을 앞에 두고 아주 천천히 조금씩 읽고 싶다. 시는 아니지만, 살아가면서
문득 문득 소중한 것들을 놓치거나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가끔씩 내게 들려주고 싶은 몇 구절의 소중한
글귀나 마음을 울리는 시처럼 곁에 두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의 어느 부분이, 무엇이 그렇게 와 닿았는지
묻는다면 나는 딱히 할 말이 없다. 설명할 방법도 모르겠다. 그저, 내 기억의 어디에선가 잊혀져 가고 있
거나 잠시 묻어두고 바쁘다는 핑계만으로 정신없이 살다가, 나를 잠시 흔들어 깨워줄 수 있을 것 같은
몇 구절의 말들이 내게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고, 가슴 속이 잔잔한 온기로 채워질 수 있을 것만 같아서
욕심이 난다는 말 이외에는 할 수가 없다.
 

   어머니를 향하는 글에 어떤 이유가 있고, 어떤 특별한 사연이 있어서 아름답겠는가? 누군가의 어머니
는 아름답고 누군가의 어머니는 아름답지 않겠는가? 어쩌면 무의미한 의문들이다. 그저 가슴 한구석에
어머니란 이름을 품고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차가워질 수 없는 것처럼,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고향이
남겨져 있는 듯 느껴지는 일처럼, 그저 어머니를 향한 마음들이 생각들이 여기에 고스란히 모여 있다.
그 마음과 생각과 그리움들을 얼굴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 책에 남겨 두었다. 

 
 

'일 하다가 정 힘들고 외로우면 엄마 생각하고, 그래도 못 견디겠으면 꼭 돌아와라!'  

태어나 처음으로 어머니 곁을 떠나 돈 벌러 서울 가던 날, 어머니께서 건네주신 쪽지였지요.
어머니, 사랑합니다.
                        - <사랑하는 나의 엄마에게>의 본문(p 79. 경기 연천, 정기승)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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