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뜰루와 선생님의 꽃밭
에디트 파투 글, 트리샤 투사 그림, 조이수 옮김 / 예꿈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 예꿈 <뜰루와 선생님의 꽃밭> -
주로 청소년을 위한 판타지 소설을 쓴 미국작가, 에디트 파투의 글에, 뉴욕대학교 미술치료학 석사학위를 받고 미술치료선생님으로 활동하기도 했던 트리샤 튜사가 그림을 그렸어요. 물방울들이 묻어날 것만 같은 수채화 그림들은 따뜻하고 풍성한 느낌으로 와닿습니다. 마치.. 할머니 품안에 안기는 듯한 느낌... 그런 느낌이라면 적절한 표현일까요?
"꽃들아, 안녕? 너희들은 모두 예쁜 꽃이란다."로 시작하는 이야기. 뜰루와 선생님은 아이들을 꽃처럼 어여쁘게 여기고 정성으로 가꾸는 분입니다. 해마다 학기가 시작되면 교장선생님이 나눠주시는 꽃씨를 받아들고 기대에 부풀어 마음이 설렙니다. 달력을 보고 꼼꼼하게 계획을 짜고, 꽃씨가 잘 자라도록 흙을 부드럽게 일구고 물과 비료도 알맞게 줍니다.
잡초와 나쁜 벌레들을 쫒아내며, 각기 다양한 모습으로 자라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습니다. 뜰루와 선생님의 이야기는 그림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은유적인 표현들로 가득합니다. 어느 것 하나도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책속의 몇 장면의 정보가 없다면 유치원이란 사실도 까맣게 잊어버리게 되고 아이 자신이 바로 그 꽃씨였다가 새싹으로 자라 꽃이 되고 열매가 되어 떠난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기 쉬워요.

솔직히 말하면, 이렇게 은유적인 표현들로 가득한 그림책은 처음 접합니다. 이 낯선 경험이 '혹시 다음 페이지에는 설명이 약간 있을까?'라는 조바심을 만듭니다. 아이에게 읽어주면서, 자꾸만 아이를 들여다 보게 됩니다. 오히려 태연하게 그림을 보며, 엄마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아이는 느긋하게만 보이는데 엄마는 자꾸만 궁금해집니다.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무슨 뜻인줄 알까?'
마치 한 편의 애너벨리 같습니다. 그림책 하나가 한 편의 시처럼 느껴집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것이 어떤 형식의 동화인지, 이것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설명 같은 것은 없습니다. 동요나 동시와는 다른, 아이들을 위한 산문시처럼 마음을 담아 전해줄 뿐입니다. 아이는 책을 안고 와서 제 품안에서 몇번이고 이 책을 읽지만 저는 설명해주지 않았고, 아이는 설명해 달라고 하거나 묻지 않습니다.
뜰루와 선생님은 아이를 꽃처럼 사랑하며 가꾸는 분이고 아이가 유치원에 가면 뜰루와 선생님을 만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가 자기 나름으로 느끼고 즐긴다면 지금은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아이가 유치원을 가게 된다면, 어쩌면 제게 뜰루와 선생님에 대해 묻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예쁜 꽃과 나무가 가득한 꽃밭이나 공원에 가게 된다면 뜰루와 선생님에 대해 이야기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게 이 그림책은 지금 당장 읽고 감동을 느끼고 생각을 정리하는 책이 아니였습니다. 조금 독특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한 편의 긴 시처럼 잠시 마음에 잊은 듯이 담아 두었다가 아이가 원할 때, 아이가 원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책이였습니다. 아이에게 창의성이나 상상력에 대해 혹은, 시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된다면 그것들이 말로 쉽게 설명되거나 형태를 잡아줄 수 없는 성질의 것들인 것처럼 막연하지만 그 씨앗들을 아이의 마음에 심어줄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