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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스플랫은 유치원이 좋아! ㅣ 고양이 스플랫 시리즈 1
Rob Scotton, 이정아 / 살림어린이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 살림어린이 <고양이 스플랫은 유치원이 좋아> -
책을 읽다보면... 문득 어린시절이 생각나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번에도 먼저 헤아리지 못한 아이의 마음이 느껴져 안쓰럽고 미안하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늘 학교가 좋았던 것은 아니였다. 학교 가기 싫은 날은 내 마음이 변덕스러워서가 아니라,
엄마한테 속내를 충분히 털어놓지 못하고 혼자 끙끙대던 무언가가 있는 날이였다.
그럴때 엄마에게 울거나 떼쓰지 말고 도와달라고 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그럴때는 엄마가 내 마음을 먼저 알아주고, 내게 믿음을 더 주었더라면 좋았을텐데.
그런데, 그 안타깝고 여리던 마음을 나와는 상관 없으리라 생각하고 잊고 살았나보다.
엄마 냄새나는 엄마 품안이 세상 전부인줄 알고, 엄마 목소리에 가장 편안해 하는 어린 녀석을
나는 나이가 되었으니 세상에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고 떠밀고 있었다.
아이가 세상으로 용기있게 나아가고, 그 첫 경험들이 순조롭고 긍정적인 느낌을 가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나는 숫자에 불과한 아이의 나이나, 아이가 배울 것이 무엇이고 먹을 것이 무엇인지 골몰하기 전에
내 아이의 마음이 준비가 되었는지, 어떻게 마음을 준비시켜야 할지 먼저 헤아리고
아이가 충분히 준비가 됐다는 눈빛으로 신호를 보냈을 때, 엄마의 격려 속에 세상에 나가게 해야 했다.
아이는 처음 보는 까만 고양이 스플랫을 참 좋아한다.
그녀석이 예뻐서도 아니고, 사랑스러운 행동을 하거나 칭찬받을만한 행동들을 하기 때문도 아니다.
스플랫은 유치원 가는 첫날 아침, 참 많이 두려워했다.
엄마와 떨어져 낯선 공간에 낯선 사람들과 함께 섞여 무얼해야 할지 걱정했다.
유치원에 가지 않기 위해 온갖 변명을 하는 동안, 아이도 나도 자꾸만 웃음이 터져 나온다.
내년에 유치원에 가게 될 아이는 친구들이 많고 놀이터도 있다는 이유로 기대감에 부풀어 있지만
나는 아이에게 기대감만 가지게 했을 뿐, 아이의 다른 감정들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 않았나보다.
아이가 충분히 말하지 못한 마음 한구석에는 어쩌면 두려움도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일상속에서 내가 무심히 낯선 공간으로 떠미는 동안 아이가 느꼈을 그 감정과 비슷했을지도 모르겠다.
아이는 깔깔거리며 소리내어 웃지만, 눈은 자꾸 안쓰럽게 스플랫을 바라본다.그래서인지, 말도 안되는 변명들만 늘어놓는 스플랫을 이번만큼은 단 한번도 나무라지 않는다.
그냥 웃기만 하고, 눈을 떼지 못하고 안쓰럽게 바라본다.
내가 내 아이에게서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감정들을, 나는 스플랫을 빌어서 읽는 것이다.

정말 스플랫은 잘 해낼 수 있을까. 새 친구 스플랫을 환영해주는 개구장이 고양이들.
한 페이지 가득 우스꽝스럽고 장난스럽기만한 이 그림이 나는 정말 사랑스럽다.
우리 아이가 유치원에 가는 첫날, 이렇게 환하게 웃어주며 환영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혹시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그런 내 바램과 복잡한 마음들이 더 이 그림속에 눈길을 머물게 한다.
아이는 이 그림을 아주 천천히 보고 쉽게 넘기지 않는다. 무엇을 읽으려는 것일까.
왠지 나 마저도, 이 그림만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나도 한동안 멈춰있고 싶다.
우리 두 사람은 어쩌면 비슷한 꿈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닐까. 어쩌면 똑같은 위안을 얻고 있는 것은 아닐까.

스플랫만의 방법으로 친구를 얻고, 지식을 얻고, 사랑과 인정을 받는다.
누구에게나 해보지 않은 일을 경험한다는 건, 그 첫 경험은 떨리고 두려운 것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그 두려움과 긴장감을 이겨내고 첫경험을 치루지 않고서는 성장이란 없는 것이다.
스플랫도 그랬다. 이 녀석, 이제 유치원에 가는 아침이 기다려진단다.
나는 내 아이가 이 개구장이고 우스꽝스러워서 오히려 평범한 스플랫처럼 용기를 가지면 좋겠다.내 아이가 나이 뿐만 아니라, 마음으로도 충분한 준비가 되었으면 좋겠고,
떨리고 두렵지만 자신이 충분히 인정받고 사랑받을 수 있는 소중한 존재라는 걸 깨닫길 바란다.
아이는 흔히, 책 속에 나오는 것들은 무엇이든 진실이라 믿는 경향이 있다.
싫어쟁이가 되어버린 아이라도, 책속에 나오는 말에 '싫어' 혹은 '아니야'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의심없이 받아 들이고, 아끼고 지켜내려고 애를 쓴다.
그래서 나는 <고양이 스플랫은 유치원이 좋아>라는 책처럼 희망과 용기를 다룬 책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엄마 말보다 더 아이의 가슴에 오래 남을 수 있도록, 서툴고 부족한 엄마를 대신해
내 아이의 마음을 더 다독여주고, 웃게 해주고 함께 울면서 위안이 되주는 동화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
그것이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엄마가 품어보는 간절한 소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