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역사가 움직였다 - 알렉산드로스 대왕부터 빌 클린턴까지, 세계사를 수놓은 운명적 만남 100 ㅣ 역사를 바꾼 운명적 만남
에드윈 무어 지음, 차미례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어제의 만남은 내일의 역사가 된다.    - 서문

 
   우리는 매 순간마다 누군가와 만나고 헤어진다. 그 순간 의미를 가질 수도 있고, 쉽게 잊혀진 그 순간이 미래의 어느 순간에 의미있는 한 획을 그을 수도 있다. 또는 우리의 삶에서 그랬던 것처럼 기억과 삶에서 영원히 잊혀질 수도 있다.

  여기 특별한 사람들의 만남이 있다. 그 한 사람만으로도 역사는 움직였고,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되어주었던 사람들. 단테도 베토벤도, 엘리자베스와 포카혼타스도, 아인슈타인과 프로이트, 간디와 찰리채플린도 있다. 그들이 서로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잠시 두 사람 곁에 머물렀을 그 우연의 순간은 그들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때로 그들조차도 의식하지 못했던 그 의미는 역사에서 또 어떤 의미를 가졌을까. 그들이 그 한순간에 느꼈던 전율과, 분노와, 모멸감, 혹은 무관심과 존경. 그 감정의 소용돌이는 그들의 삶과 사랑과 작품과 사상과 정치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작가 에드윈 무어는 독특하다. 영국에서 풍자와 위트가 넘치는 작가로 유명하며, 가끔 영화나 드라마에 '장님', '미치광이 과학자' 같은 특이한 배역으로 연기하는 이색적인 경력을 가진 그의 이 작품은 <Brief Encounters>라는 원제로 발표되었고, 제목에서 보듯이 그렇게 거창한 사건과 메세지를 포함하고 있지는 않다. 해외의 언론매체들이 '역사라는 묵직한 주제를 위트로 승화시킨 걸작'이라고 평가했듯이, 묵직하거나 거창한 내용과 의미를 담고 있지는 않다. 

  우리글로 번역되면서 바뀐 <그 순간 역사는 움직였다.>라는 제목으로 인해 진지하고 묵직한 만남의 분석과 의미를 캐내고 싶다면 브리핑 형식의 짧고 간단한 만남의 소개만을 다루고 있는 이 작품에 쉽게 실망하게 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특별하게 기억되는 사람들, 역사가 기억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운명적인 만남 뿐만 아니라, 그들만의 엉뚱한 만남, 재밌거나 별 볼일 없는 만남과 같이 온갖 만남들이 쉽고 간략하게 때로는 위트있게 다뤄졌기 때문이다.  

   작가는 최대한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들을 억제하고,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노력들을 보여주고 있다. 역사 속에서 사람들의 소문들 속에서 너무나 사실처럼 알려져버린 이야기나 아름다워서 사실처럼 믿고 싶은 이야기조차도 정확한 근거를 가지지 못하면 과감히 삭제했으며, 그런 부분들이 우리가 기대할지도 모를 기대에 실망을 주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작가는 고집스럽게 자료를 분석하고 조사를 하며, 자신이 찾아낸 근거들의 관계를 조율하면서 진실의 진위를 가려내려고 한다. 또한 우리가 진실이나 사실이라고 믿고 있는 것들의 이면에 또다른 메세지나 사실은 없는지 찾아내려 한다.

   책속에서 만나는 인물들은 모두 역사 속에 있다. 그들이 특별했기 때문에 역사가 기억하고 있
었고, 그들 개인의 역사는 부분적이지만 역사를 움직였고, 때로 역사의 축을 이루는 아주 작은 부분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역사라 해봐야 상식선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대략적인 서양사의 흐름과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바탕되어 있지 않으면, 때로는 난해하게 느껴지거나 사건이 담고있는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다. 적어도 내겐 솔직하게 부분적으로 그런 부분들이 있었고, 그것은 이 책의 내용 모두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나만의 특권을 축소시켰다. 

        내 심장의 가장 비밀스러운 곳에서부터 떨리기 시작한 진동은 너무나 격렬해서
        내 전신의 가장 미세한 박동까지 거기에 맞추어 흔들렸다.
          ...... 나 자신보다도 훨씬 더 강한 여신과도 같은 존재다.
                 이제 곧 내게로 와서 나를 지배하게 될 존재다.
                                                                       - p 62. 

   그러나 나는 책속에서 유럽문학사에서 가장 유명하고도 짧은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만남을
보았다. 심장이 멎어버릴 듯한 단테의 고백을 들었고, 역사상 최고의 시로 평가되는 <신곡>의
탄생을 엿보았다. 또, 존 스미스의 애절한 사랑으로 알려진 포카혼타스가 실제로 사랑했던 존
롤프를 알게 되었고, 죽음 앞에서 그녀가 남긴 소중한 말 한마디를 들었다. 젊은 프리드리히
대제의 테스트에 응해서 바흐가 단 2주일 만에 세상에 내놓은 <음악의 헌정>이 서구음악사의
한 정점을 기록하는 순간이 있었고, 죽음을 며칠 앞둔 베토벤을 찾은 젊은 슈베르트의 흐느낌과
그의 음악이 다시 깨어나는 소리를 들었다. 베토벤의 장례식 행렬에서 횃불을 든 그를 보았고, 
베토벤과 나란히 누운 영원히 잠든 슈베르트도 보았다. 

  또한 '작은 마하트마' 간디도 있었다. 간디는 채플린과 조지 버나드 쇼를 만났고, 마리아 몬테
소리도 만났다. 그들은 어쩌면 치명적이었을지도 모를 그 순간,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듣고 무
엇을 생각했을까. 나는 여기서 멈출 수가 없는데, 시간을 거꾸로 흐르게 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
순간들은 그 역사적 사실들만을 남겨 놓은 채 영원히 침묵해버렸다.  

    '모든 것은 반드시 죽는다. 그러나 아이가 계속 살아간다.'        - p 102. 

   모든 책은 의미를 남기기 마련이다. 그것이 자신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남기거나, 인생을 어떻
게 바꿔 놓을지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있다. 어떤 글 한 줄에서 어떤 의미를 건져내는 것은 글을 읽는 사람의 자유이고 취향이다. 그것은 책속에서 만난 특별한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에서 겪은
수많은 만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대처했으며, 무엇을 느꼈는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가
느끼는 모든 감정, 우리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모든 행동은 우리 자신의 의지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 이 한 권의 책은 내게 예술가들의 열정을 남겨 놓았다. 나는 그들의 삶을 더 알고 싶고,
그들의 열정을 잊고 싶지 않다. 내 눈과 귀와 가슴으로 보는 작품들이 그들의 삶의 흔적이고,
치열한 열정이며 안타까운 노력의 한 순간임을 기억하려고 한다. 그리고 내가 보고 싶고 듣고
싶은 더 많은 이야기들을 좀더 깊이있게 다룬 다른 책들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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