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Ritournelle > * “설득력 있는 글쓰기 모둠학습이 비법”

* 한겨레(2006. 12. 29) / “설득력 있는 글쓰기 모둠학습이 비법”
대화·토론·협상과정서 논리 확장
일대일 첨삭지도 어려운 한계 절충
교수자보다 학생이 중심되는 교육
“글쓰기 요체는 독자 염두에 두기”
» ‘글쓰기 교육과 협력학습’
책·인터뷰 / ‘글쓰기 교육과 협력학습’ 쓴 정희모 교수

“글쓰기는 모둠학습이 무척 중요해요. 대화, 토론, 협상 과정에서 지식이 확장되고 논리가 세워지거든요. 그런 과정을 거친 글은 무척 설득적이죠.”

<글쓰기 교육과 협력학습>(삼인)을 쓴 연세대 정희모(46) 교수(학부대학 글쓰기전공)는 일대일 첨삭지도가 가장 좋기는 하지만 한반 정원이 30~120명인 우리나라 대학 현실에서 불가능하므로 모둠학습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한국의 대학교에서 글쓰기에 주목한 것은 2000년대 초부터. 그동안 대학작문이란 모호한 형식으로 넘어가다가 글쓰기 전공자를 두고 정식과목으로 채택하게 된 것. 미국에서는 이미 40년전부터 읽기와 쓰기의 중요성을 인식해 엠아이티의 경우 한해 수백만 달러를 들여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네 과목을 반드시 이수토록 하고 있다.

글쓰기는 일종의 지적인 표현으로서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일치한다. 하버드대에서 졸업생 가운데 사회의 리더로 활동하는 인사들을 조사한 결과 글쓰기 능력을 성공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작은 대학에도 라이팅센터를 두고 학생들의 상담, 전문연구자 양성, 프로그램 개발 등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센터를 도서관 내부에 두어 논문이나 보고서를 쓰다가 막히는 학생들의 상담에 즉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단다. 한국도 뒤늦게나마 글쓰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의욕적으로 전문과정을 개설하고는 있지만 교수진이나, 프로그램 등에서 미흡한 점이 많다고 정 교수는 전했다.

대부분의 교재들이 학문적인 배경과 철저한 이론을 바탕으로 쓰여진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어서 실질적인 학습 지침서 노릇을 못하고 있다는 게 그의 평가다. 그동안 <글쓰기>, <글쓰기의 전략> <과학글쓰기> 등을 써내 글쓰기 이론과 방법론이 일천한 교계에 교재를 공급해온 정 교수가 이번 책에서는 모둠학습에 대한 이론과 원리, 철학적 배경 그리고 모둠학습에 필요한 원리와 방법 등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 ‘글쓰기 교육과 협력학습’의 저자 정희모 교수
모둠학습은 교수자 중심에서 학생 중심으로 교육방식을 전환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학생의 관점에서 첨삭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목표와 과제에 맞게 적정수로 모둠을 만들되 구성원을 능력에 따라 안배한다. 과제를 할당해 개별초고를 모은 다음 토론을 거쳐 초고본을 완성한다. 스타일의 일관성, 논리성, 조직성을 따져 수정을 하여 수정본을 만드는 과정을 한두 차례 반복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완성본으로써 평가를 받는데 그동안의 과정 역시 평가에 포함한다.” 이와 같은 모둠학습을 거치면서 글쓰기의 능력뿐 아니라 글쓰기의 궁극목표인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함께 향상된다는 것이다.

“교양과목으로 학부생들을 가르쳐보니 재밌고 보람이 크다”는 정 교수는 학생들이 머릿속 논리와 표현의 논리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애초에 짠 얼개는 좋은데 막상 글로 옮기면 아주 미숙하다는 것이다.

머릿속 논리는 큰 얼개인 만큼 ‘생각뭉치’들 사이의 거리가 멀어도 상관없다. 하지만 구체화한 텍스트는 연관된 짧은 글들의 연쇄인 만큼 이음새가 촘촘해야 한다는 것이다. 촘촘함이 모자라면 논리비약으로 이어져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글쓰기의 요체는 독자를 염두에 두라는 것입니다. 글쓴이는 구상단계를 거친 만큼 독자들도 자신의 애초 구상과 동일하게 이해할 것이라는 착각을 하죠. 하지만 독자의 눈에는 구상과는 무관한 글의 전개를 볼 뿐입니다.”

그는 글을 잘 쓰려면 어려서부터 사고학습과 표현학습을 꾸준히 병행할 것을 주문했다. 일기, 감상문, 보고서 등 짧은 글을 자꾸 써봄으로써 자신의 사고를 표현으로 전환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글쓰기 평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대학마다 논술성적을 평가하는 잣대가 있을 터이지만 제3자가 보아도 수긍할 만큼 객관성을 갖고 있느냐는 알 수 없다면서 교육부에서 용역을 주어서라도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해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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