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Ritournelle > * 논술교육 99% 잘못 됐다.

“나 역시 요즘의 서울대 논술시험을 통과할 자신이 없다. 명색이 50년 동안 글을 썼다는 나도 이런 방식의 글쓰기 시험은 어렵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서울대 논술을 예로 들며, 현행 글쓰기 시험의 문제점에 쓴 소리를 날렸다. 등단 50주년을 맞아 진행한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다.

원조 문학평론가, 소설가, 국문학자, 일본문화 연구자, 언론인, 출판인, 88올림픽 기획자, 2002 한일월드컵 기획자, 그리고 이화여대 교수. 이름 앞에 놓이는 수많은 수식어가 그의 비판에 힘을 실어준다. 각 분야에서 특출한 업적을 남겨온, 최고의 지성조차도 현행 논술 시험이 어렵다 말하는데 일반 학생들은 오죽하겠는가.

몇 년 전 서울대 논술시험에서는 무려 70%에 달하는 수험생이 김춘수 시인의 ‘꽃’을 인용해 답을 써냈다고 한다. 특정 학원에서 논술 문제에 나올만한 작품들을 예상하고, 모법답안을 가르친 결과가 빚어낸 ‘씁쓸한’ 헤프닝이었다.

이 전 장관이 제기하는 문제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 출제 문항은 어렵고, 대학 입시에서 논술 비중은 날로 높아지니 ‘사교육’만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 그렇다고 일선 학원에서 가르치는 글쓰기 요령이 논술 준비에 도움이 되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논술공부 99%는 잘못됐다>(황금부엉이. 2006)의 저자 이상수는 “논술시장은 교육부가 용인한 대형 사기극”이라며 “주입식 학원 강의는 논술시험을 망칠 뿐”이라고 맹렬히 비판한다.

이상수는 스카이라이프, KBS 수능 강의 해설위원, 경향신문 논술언어 출제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교육 기업 (주)수교육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즉 <논술공부 99% 잘못됐다>는 사교육 현장의 중심에 서있는 저자가 ‘누워서 뱉은 침’인 셈. 그가 폭로하는 논술 교육의 실상은 대략 이렇다.

학원가에서 통용되는 논술 첨삭의 불문율이 있다.

'무조건 첫 주에 점수를 박하게 준다.'

1주차 50점, 학생들은 ‘내가 원래 논술 못하잖아’라고 스스로 자신의 점수를 인정한다. 2주차 55점, 3주차 60점, 4주차 70점. 점수를 조금씩 올리며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강사는 5주차 60점으로 슬쩍 점수를 내린다. 그리고 다시 6주차 70점, 7주차 80점, 마지막 주에 90점으로 마무리하면, 학생들은 8주간 논술 수업을 통해 실력이 향상되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논술 첨삭도 대부분 엉터리로 이루어진다. 학원은 편당 4~5천원을 주고 아르바이트 대학생에게 첨삭을 맡긴다. 학부모로부터 받은 첨삭료는 편당 1만원에서 1만 5천원선. 이윤이 2~3배나 되는 짭짤한 장사다. 더욱이 아르바이트생들은 시험 출제 경향을 모르고, 논술문 쓰기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도 없기 때문에 논지 전개보다는 맞춤법, 띄어쓰기, 문장구조에 대해서만 지적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의 논술교육에 적지 않은 비용을 쏟아 붓고 있는 부모라면 억장이 무너져 내릴 이야기요,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겠다.

저자는 <논술공부 99%는 잘못됐다>에서 이 같은 밀고(?) 후 공교육을 그 대안으로 제시한다. 학교에는 논술 교육의 주된 담당자인 국어 선생님뿐 아니라 철학적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윤리 선생님, 수리 논술 문제를 풀 수 있는 수학 선생님 등 통합 논술에 나오는 모든 주제를 다룰 수 있는 전공자들이 있다는 것. 과연, 지당한 이야기다.

이와 더불어, 책은 학생들에게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논술 시험을 준비할 수 있는 방법도 소개한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독서의 생활화가 핵심. 책을 통해 지식을 확장하고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것이 최고 학원의 최고 강사에게 수업을 받는 것보다 낫단다.

너무 정석적인 해법인가? 하지만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은 예부터 전해 내려온 글쓰기의 비법. 기본부터 충실히 다지는 것 만한 최선이 어디 있겠는가.

http://www.bookdaily.co.kr/site/data/html_dir/2006/10/31/200610310033.asp

* 개 같은 놈들이다. 이런 책은 극히 네거티브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이렇게 누워서 침 뱉기 식의 전략이 한국의 상황에서 너무도  잘 통한다는 것이다. 음. 정말 논술을 잘할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정말 답이 나오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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