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來而 > * 논술의 기초체력 다지기

‘논술교양’생각의 밭을 갈아주마
족집게 논술 벗어나 사고의 기촉체력 다지기
맞수 사상가가 엮어내는 ‘지식인 마을’ 시리즈
‘열정적 고전 읽기’ ‘철학 청바지 시리즈…
일반인 교양서로도 손색없어 출판 장르 분화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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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학시험에서 논술의 비중이 점점 커지면서 출판계에 논술서 출간 바람도 거세지고 있다. 학생들의 사고력과 상상력을 길러주는 청소년용 책시장은 1990년대 말 이후 꾸준히 커졌지만, 논술에 초점을 맞추어 수험생을 1차 독자로 삼은 책들이 뚜렷한 출판 흐름을 이룬 것은 최근 2~3년 사이의 일이다.

그 중에는 ‘논술, 이것만 알면 문제없다’ 식의 쪽집게형 길잡이 책들도 많다. 논술이 입시 당락을 좌우하는 현실에 즉발적으로 대응하는 책들이다. 이런 책들이 논술서 시장의 지류라면, 흐름의 본류를 이루는 것은 논술의 기본을 튼튼히 해주는 기초 교양서들이다. 인문·사회·과학을 넓게 이해함으로써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요즘 대세로 등장한 논술 교양서들은 말하자면 사유의 근력, 생각의 기초체력을 길러주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김영사에서 최근 출간한 ‘지식인 마을’ 시리즈는 논술 대비용 교양서 시대의 풍경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책으로 꼽을 만하다. 1차분 15권이 한꺼번에 나온 이 시리즈는 철학·역사·과학 분야에서 중요한 변곡점을 이룬 동서양 지식인·사상가들을 두루 끌어모았다. 이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해당 분야의 학자 두 사람을 한데 엮어 명확한 논점을 제시한 뒤 이들의 치열한 논전을 보여주고, 사상의 계승과 변화를 살핀다는 점이다.

가령, <몽테스키외&토크빌>(홍태영 지음) 편에서는 두 프랑스 정치사상가가 논쟁의 당사자로 입장한다. 몽테스키외는 프랑스혁명에 앞서 민주주의 사상을 설파한 사람이며, 토크빌은 프랑스혁명 이후 민주주의의 진화 양상을 탐구한 사람이다. 그들의 토론과 고민을 통해 민주주의의 장점과 약점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지식인 마을’ 총 50권 예정

그런가 하면 <데카르트&버클리>(최훈 지음) 편에서는 철학의 기초라 할 ‘인식’의 문제를 둘러싸고 대륙 합리론의 대표자 데카르트와 영국 경험론의 대표자 버클리가 사유의 줄다리기를 벌인다. 데카르트는 철학자이기도 했지만 수학자이자 과학자이기도 했다. 과학자 데카르트는 <뉴턴&데카르트>(박민아 지음) 편에 출연해 근대과학 성립기의 쟁점을 뉴턴과 함께 고민한다. 시리즈 전체를 기획하고 집필에도 참여한 장대익(서울대 과학사 박사)씨는 “마음 속에 있는 정직한 질문들을 용감하게 던질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재미있게 읽고 삶에 거름이 되는 지식을 얻어갈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지식 교양서 시리즈를 만들어보려 했다”고 밝혔다. ‘지식인 마을’ 집필자는 모두 국내 각 분야 학자들이다. 전체 50권으로 기획된 이 시리즈는 내년 상반기에 완간될 예정이다. 백지선 김영사 편집팀장은 “시리즈 편제를 짜고 집필하는 데 2년 남짓 시간이 들었다”며 “글의 완숙미가 떨어지는 필자들의 경우 원고를 여러 차례 다시 쓰게 해 가독성과 완성도를 최대한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백 팀장은 “고등학생에서부터 성인까지 다 염두에 두고 일반 교양서로 만들었지만, 특히 논술시험을 앞둔 학생들에게 쓸모가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프로네시스 출판사가 펴낸 ‘열정적 고전 읽기’ 시리즈는 ‘논술’이라는 목표가 더 뚜렷이 드러나는 책이다. 철학·과학·역사·예술 분야에서 지금까지 7권이 나왔다 이 시리즈는 필자 한 사람이 전체를 다 집필했다는 점이 먼저 눈에 띈다. 파리 3대학과 미국 예일대에서 철학·예술사를 공부하고 캐나다 토론토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조중걸씨는 그곳 대학에서 고전을 교양으로 가르치면서 쓰기 시작한 원고를 다듬어 책으로 완성했다.

이 시리즈는 역사상 중요한 사상가들의 고전적 작품을 골랐다는 점은 김영사의 ‘지식인 마을’ 시리즈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해당 고전에 대한 개설을 앞세운 뒤 고전의 중요 대목을 영문으로 보여주고 이어 그 원문의 번역문을 덧붙인 다음 거기에 필자의 자상한 해설을 곁들였다는 점에서 구성이 독특하다. 지은이는 “고전이야말로 풍부한 교양과 냉철한 판단력의 근원”이라며 “이 책의 목적은 고전을 제대로 읽는 힘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책을 편집한 프로네시스의 김정민 대표는 “논술시험 대비를 1차 목표로 했지만, 교양서로 읽어도 손색없다”고 말했다. 지난 9월 나오기 시작한 이 시리즈는 3종을 더해 오는 12월 10종으로 완간할 예정이다.

웅진지식하우스가 펴낸 ‘철학 청바지’ 시리즈는 지난해 가을 1차분 3권이 나와 논술 교양서로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경우다. 1권 <진리 청바지-내가 아는 것이 진리인가>, 2권 <세상 청바지-정의로운 사회는 가능할까>, 3권 <행복 청바지-즐거운 삶이 좋은 삶일까>에는 기획자 김창호씨를 비롯해 국내 학자 37명이 필자로 참여했다. 웅진지식하우스의 박재호 선임연구원은 “애초에 대학생들의 비판적 사고와 논리적 글쓰기를 돕는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는데, 시장에서는 논술 시험 대비용으로 더 인기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시리즈는 지금까지 2만5000부 정도가 팔렸다. 웅진지식하우스는 내년 2월 출간 목표로 동서양 사상을 비교하는 ‘가치 청바지’와 동양철학을 살피는 ‘전통 청바지’를 펴낼 예정이다.

살림 출판사의 책들은 제목에 아예 ‘논술’을 명시한 경우다. 이 출판사는 <교과서 속에 숨어 있는 논술1·2>를 펴낸 데 이어 <명작 속에 숨어 있는 논술> <문학 교과서 속에 숨어 있는 논술> <책꽂이 속에 숨어 있는 논술>을 잇따라 출간했다. 이 출판사 강신호 팀장은 “어렵고 골치아픈 지식을 주입하듯 강요하지 않고, 정말 필요한 것은 교과서 안에 다 들어 있으므로 거기서 주제를 찾아내 논술과 연결시키자는 것이 우리의 기획”이라고 발혔다.

출판사 자음과모음은 독일 대학입학자격시험 양식을 모델로 삼은 ‘아비투어 철학논술’ 시리즈 40권을 한꺼번에 펴냈다. 동서양 사상가들의 핵심 주장을 짧게 요약한 뒤 독자가 자기 생각을 써보도록 책에 여백을 남겨 두었으며, 뒤쪽에는 실제로 논술 답안쓰기를 해보도록 원고지 형태의 빈 페이지를 덧붙였다. 짧은 호흡의 논술 훈련서라 할 시리즈다.

논술교양 선구자 ‘세계의 교양을…’

출판사 휴머니스트는 ‘논술 교양서’ 시장의 개척자라 할 만한다. 이 출판사는 2003년 프랑스 대학입학시험(바칼로레아) 문제와 답안을 엮어 <세계의 교양을 읽는다>라는 제목으로 펴낸 뒤 이 책을 시리즈의 출발점으로 삼아 인문학편, 사회·자연과학편, 윤리학편을 내놓았다. <세계의 교양을 읽는다> 첫쨋권은 지금까지 5만5000부가 넘게 팔려 이 분야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여기에 힘입어 휴머니스트는 <한국의 고전을 읽는다> <서양의 고전을 읽는다> <동양의 고전을 읽는다> 등 3종의 ‘고전 읽기’ 시리즈 16권을 펴냈다.

» 김영사의 ‘지식인 마을’시리즈는 논술 대비용 교양서 시대의 풍경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책으로 꼽을 만하다. 해당 분야의 학자 두사람을 엮어 치열한 논전을 벌이는 형식을 취해 동서양 지식인 100인의 지도를 그리는 참신한 기획이 돋보인다. 그림은 디엔에이의 이중나선구조를 발견한 두 과학자인 제임스 왓슨(왼쪽)과 프랜시스 크릭. 김영사 제공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173894.html
논술시험을 직접적 목표로 한 책들 말고도 논술 대비용 교양서로 통하는 책들도 적지 않다. 휴머니스트에서 나온 <대담-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다>가 그런 경우다. 생물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와 영문학자 도정일 경희대 교수가 맞주앉은 이 책은 ‘자연과학과 인문학은 대화가 가능한가’를 비롯해 수많은 학제간 주제를 놓고 토론을 벌이고 있어, 결과적으로 논술 훈련서로 활용되고 있다. 이 출판사의 선완규 편집주간은 “지난해 11월 출간돼 지금까지 1만5000부 정도 팔렸는데, 논술 교재로 쓰인 것이 주효한 듯하다”고 말했다.

안광복(중동고 철학 교사)씨는 “논술책들이 본격적인 공부를 위한 안내서 구실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편하게 씹어먹기 좋은 형태로 제공되는 지식만을 받아들일 경우 진정한 내공을 갖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꾸준한 독서로 인문정신과 논술실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 소장은 “논술실력은 결국엔 얼마나 많이 제대로 된 책을 읽었느냐로 결판나는 것 아니겠느냐”며 “다양한 종류의 책들을 학교 도서관에 비치하고 학생들이 언제라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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