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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난도의 내일 - 내 일을 잡으려는 청춘들이 알아야 할 11가지 키워드
김난도.이재혁 지음 / 오우아 / 2013년 7월
평점 :
p16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스스로를 미운오리새끼라고 생각하고 생을 낭비하는 수백만의 백조가 있다.’ 나렌드라 자다브, <신도 버린 사람들> 중에서.
이 책의 프롤로그에 나오는 위 인용문 옆에 헉! 이라고 적었다.
p30 “세상에서 잠드는 게 제일 힘들다. 얼른 일어나서 내일 해야 할 일을 하고 싶어 조바심이 나기 때문이다.”
프로골퍼 리 트레비노의 이 말 옆에 또 한 번 헉! 이라고 적었다.
전자는 속마음이 찔리는 듯한 공감이 있어서였고 후자는 너무 공감하기 어려워서였다.
없으면 고통스럽고, 있으면 힘겨운 ‘일’에서 벗어나 정말 즐길 수 있는 ‘내 일’을 찾을 수 있을까. 20대 중반부터 줄곧 해왔던 고민이고 지금도 끝나지 않은 방황의 소용돌이 안에서 이 책의 프롤로그를 접하였다. 흡사 나에게 하는 말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지금 나의 현실 문제에 가깝게 닿아 있기에 더욱 기대감을 가지고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김난도의 전작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왜’ 우리가 내 일이 이끄는 삶을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동기부여를 해준 책이었다면 이 책은 내 일을 갖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라는 질문에 실제적으로 답하는 책이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이 책은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우선 세계 일자리 시장의 변화 양상을 ‘FUTURE’라는 여섯 개의 잡트렌드로 정리하고, 두 번째로 이러한 글로벌 잡트렌드의 흐름 속에서 나만의 일자리를 찾기 위한 다섯 가지 제안을 ‘MY JOB’이라는 키워드로 나열하고 있다. 이 내용은 김난도 교수님이 안식년 동안 세계 각국을 돌며 취재한 결과로 파노라마> 팀과 합작하여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관심이 있다면 7월 4일, 11일에 방영된 파노라마> ‘김난도의 내⁚일’ 1, 2부를 참고하면 되겠다.
본격적으로 책 내용으로 들어가서 이 책의 1부에서는 영국 집사학교나 네덜란드 말발굽 기술 전문가 같은 생소한 브라운칼라 직업부터 아직 우리나라에 도입하기엔 이르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근무조건을 자랑하는 프랑스 로레알, 미국 구글 등 세계각국의 다양한 일자리를 보여 준다. 물론 외국의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구직자에게 면접용 정장을 빌려주는 새로운 형태의 소셜사업을 창시한 ‘열린옷장’, 엄친아 증권맨에서 인력거꾼으로의 전향을 선택한 ‘아띠 인력거’ 등 우리나라에서의 사례도 함께 실려 있다. 이중에서 나에게 인상 깊었던 것은 ‘노마드 워킹’에 대한 사례였다. ‘9 to 6’로 불리는 고정된 업무시간을 할당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시간을 분배할 수 있는 새로운 근무체계, 양에서 질 중심으로 업무의 방점을 다르게 찍는 업무 형태이다. 이미 몇몇 회사에서는 탄력근무제라고 해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각 개인에게서 최대의 업무 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면 이것이 결국 회사에도 득 아닌가? 어떻게 보면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시대현실 속에 부족한 일자리를 풀어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일자리를 찾기 위한 전략을 제시하는데 직업에 대해 우리가 흔히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요점인 것 같았다. 나만의 브랜드는 만드는 것, 국경을 넘어 글로벌 잡마켓을 노리는 것, 풀타임 잡에 대한 환상을 버리는 것 등등. 흔히 말하는 성공의 안전가도로 나 또한 가는 것이 아닌 내가 새로운 길로 가는 첫 사람이 되는 것. 좋은 이야기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평범할 사람이 서 있을 입지는 점점 좁아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 이 땅의 많은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이유를 단순하게 바라볼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공무원은 평범하게 살고 싶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최고의 직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100:1 이상의 경쟁률을 뚫어야 되는 그 길에 결국 평범한 사람이 갈 곳은 없어 보인다. 사회적으로 보장된 길이 꽉 막혀 있다면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다른 루트를 개발해야 할 것인데 그러기에 우리는 너무 평범한 것일까. 이 책에 나오는 성공적인 사례들이 희망차 보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고독한 외침으로 들리는 것은 왜일까.
결론적으로 글로벌 잡트렌드를 살펴 보고, 다양한 사례들을 만나고, 세상에는 지금 이 길 말고도 다양한 길이 있고, 훨씬 더 다양한 사람들이 있구나 느낄 수 있게 하는 책이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렇게 다양한 길이 있다, 라는 사실은 이제 더 이상 안전이 보장되는 길이 없다는 말로, 나만의 특색이 없다면 살아남기 힘들다, 라는 말로 들리면서 평범한 내 자신이 더 작게 느껴지기도 했다.
(덧)
비슷한 시기에 고도원의 <위대한 시작>을 읽었는데 이 책에서도 ‘꿈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책의 주제가 비슷하게 느껴졌다. 타인의 시선 대신 내 안의 열정을 느끼고 나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일.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꿈, 직업을 찾아 가는 위대한 시작.
끝으로 두 책의 주제와 맞닿아 있고 삶으로서의 일을 제대로 보여준 스티브 잡스가 남겼던 2005년 스탠포드 대학교 졸업식 축사 중 일부를 기억하고 싶어 남기고자 한다.
때로 인생이 당신의 뒷통수를 때리더라도, 결코 믿음을 잃지 마십시오. 전 반드시 인생에서 해야 할, 제가 사랑하는 일이 있었기에, 반드시 이겨낸다고 확신했습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것을 찾아보세요. 사랑하는 사람이 내게 먼저 다가오지 않듯, 일도 그런 것이죠.
‘노동’은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런 거대한 시간 속에서 진정한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은 스스로가 위대한 일을 한다고 자부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일을 위대하고 자부할 수 있을 때는,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는 그 순간뿐입니다.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지금 하려고 하는 일을 할 것인가? 아니오! 라는 답이 계속 나온다면, 다른 것을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명심하는 것이 저에게는 가장 중요한 도구가 됩니다. 왜냐고요? 외부의 기대, 각종 자부심과 자만심, 수치스러움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들은 죽음을 직면해서는 모두 떨어져나가고 오직 진실로 중요한 것들만이 남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삶은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낭비하지 마십시오. 타인의 소리들이 여러분들 내면의 진정한 목소리를 방해하지 못하게 하십시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과 영감을 따르는 용기를 가지는 것입니다. 이미 마음과 영감은 당신이 진짜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