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금단 현상 - 초등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ㅣ 이금이 고학년동화
이금이 지음, 오승민 그림 / 밤티 / 2021년 7월
평점 :
#책간략소개
<꽃이 진 자리>, <한판 붙어 볼래?>(초판 수록작 <촌놈과 떡장수>), <금단 현상>, <십자수>, <임시 보호>(신작), 이렇게 다섯 편을 묶은 동화집이다.
각 이야기마다 주인공 아이는 삶이 격변하는 고비를 만나고, 그 산을 넘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더 나은 삶을 선택하고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감상
낯선 이웃과 말을 나누고, 나이를 초월해서 맺는 우정이 있다. 벚꽃 꽃송이 하나하나마다 은은한 불이 켜지는 것 같다고 느꼈던 아이. 그 불빛으로 상상하는 걸 꿈꾸던 아이. 처음에는 불퉁거리는 말투를 가졌던 아이가, 마지막에는 공손히 인사하고 나오는 모습에 나도 벚꽃 같이 마음이 환해졌다. _<꽃이 진 자리>
도시로 이사 오고 촌놈이라 놀림 받으며 힘든 도시생활을 보내는 아이는 시골에서 자신이 했던 행동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겪어보지 않고는 몰랐던 일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마음에 대해서 들여다 보게 되는, 세계관이 확장되는 경험을 한다. _<한판 붙어 볼래?>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은 욕구. 친구의 횡포에 당당하게 맞서게 되었을 때에야, 괘씸하게만 여겨졌던 성규 또한 자신과 비슷한 마음이 아니었을지 이해해 보게 된다. _<금단 현상>
다정했던 엄마, 아빠의 일상에 초강력 방향제 같은 할머니의 등장으로 집 안 공기가 달라지고..사과를 하지 못하고 있는 아빠에게 돈보다 정성이 들어간 선물을 해주라고 조언을 해주는 사람은 그 집안의 막내 아이였다. 어른들이 잘 하지 못하는 일들을 아이들은 쉽게 해낸다. _<십자수>
엄마, 아빠는 한 팀으로 행동하며 움직인다. 유기견 임시 보호 또한 아이의 빛나는 미래를 위한 입시 전략 중 하나일 뿐. 계획했던 경시 대회가 끝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 무엇이 최선일까 고민하는 부모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는 결심한다. 부모님은 나의 임시 보호자이고 영원한 보호자가 될 수는 없다고. 내가 정말 좋아서, 힘들어도 즐겁게 견디며 할 수 있는 걸 찾고 싶다고 부모님에게 말할 만큼 생각이 깊어진다 . _<임시 보호>
#인상깊은구절
p69 마음 밑바닥에서 뜨거운 무엇인가가 솟구쳤다. 처음엔 그것이 불길처럼 타오르다 연기처럼 흩날리고 말 질투 같은 건 줄 알았다. 하지만 뜨거운 무엇인가는 점점 단단해지더니 마음 한가운데 기둥처럼 곧추섰다. 그 기둥이 마음을 받쳐 주는 것 같았다.
p123 아빠 목소리도 행복하게 들리지는 않았다. 심장이 더 세게 뛰었다. 우리 모두 애쓰고 있었던 거다. 가슴속에서 피어오르는 불안과 회의를 외면하며 원 팀을 지키고자 노력했던 거다. (...)
나는 눈을 떴다. 그러고 엄마 아빠를 불렀다.
'나도 정말 내가 좋아서, 힘들어도 즐겁게 견디며 할 수 있는 걸 찾고 싶어요. 그때까지 지켜보며 기다려 주세요.'
이 말만큼은 부모님보다 내가 먼저 꺼내기 위해서였다.
#총평
따라서 배움의 방법론의 핵심은, 배우는 일이 자기의 정당성을 흔들고 머리를 아프게 하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기쁨을 준다는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이다. 그 기쁨이 골치 아픔보다 훨씬 더 크고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음을 경험할 때 사람은 배움에 기꺼이 나서게 된다. 이 경험이 있어야만 "선생님, 다시 한 번 해볼게요."라는, 가르치는 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을 배우는 이가 하게 된다.
287쪽, <유튜브는 책을 집어 삼킬 것인가>
어쩐지 독서 후에, 위 책의 구절이 떠올랐다.
배운다는 것. 성장한다는 것. '다시 한 번 해볼게요'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는 어디에서 오는가.
너를 알고 나를 아는 경험. 나의 세계가 확장되는 경험을 했을 때 기꺼이 도전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에 나오는 아이들의 성장 분투기를 읽으며 나의 성장 동력에도 불을 질러 본다.
마지막에도 작가의 말을 인용하며 마무리한다.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며 위로받고 성장하는 동화 속 아이들처럼 여러분도 그러길 바랍니다.
일상을 빼앗은 바이러스도 그 일은 막지 못할 거예요.
_작가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