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 수집 일기 - 오늘도 사랑할 준비를 한다
이화정 지음 / 책구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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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되면 낙엽수는 잎을 떨군다. 이때 건강한 나무들은 자신의 잎들을 버릴 줄 알지만, 병이 심했거나 여름에 바싹 말라 버렸던 나무들은 잎을 떨궈야 할 때를 잘 맞추지 못한다고 한다. 나무의 삶을 보면서 생각한다. 제때 자신의 잎을 떨굴 줄 아는 나무처럼 건강한 삶을 영위하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여기 한 사람이 있다.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거야, 라는 말을 더 이상 쓰지 않고 매일매일 작고 사소한 행위들을 성의 있게 반복하면서 오늘을 충실히 살아내려 한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반짝이는 것들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일상 속에서 날마다 나를 사랑해 주는 방법을 열심히 찾아낸다. 그리고 여기서 더 나아가 타인에게도 반짝이는 일상의 순간을 선물하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아름다운 것에 감응하며 기뻐하는 얼굴이 으레 그러하듯 저자의 환하게 빛나는 얼굴이 눈앞에 그려진다. 제때 자신의 잎을 떨굴 줄 아는 나무처럼, 나이 들어가는 삶을 긍정하고 온몸으로 용감하게 마주하는 사람을 이 책에서 만났다. 


진심에 진심으로 답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점점 더 어려워진다. 나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때로는 내가 받을 상처가 너무 아파서 타인의 진심에 적당히 응답할 때가 얼마나 많은가. 어떤 사람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실패나 굴욕감을 겪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보는 것이다. 이 책의 추천사를 써 주신 다정한 영국 언니이자 <랩걸>의 번역가이신 김희정 선생님이 저자를 참 강한 사람이라고 표현하셨는데 그 말이 정말 맞다. 그냥 혼자서만 알고 조용히 숨길 수도 있던 일을 당당하게 공개하고, 오히려 그 일을 계기로 새로운 일을 시도할 수 있는 사람. 온종일 책장을 뒤져서라도 마음이 환해질 구절을 골라 보내드리겠다면서, 지나가는 말이 아니라 영원한 약속으로 기록될 책에 메일 주소를 남기는 사람.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아름드리 큰 미루나무처럼 뿌리가 깊고 단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얼마 전 ‘고양이를 사랑하는 작가들’ 포스팅을 보며 저자를 떠올렸다. 물방울무늬 찻잔을 보다가도, 나무 그림을 보다가도 저자가 떠오른다. 이 책을 읽으며 더 자세히 알게 된 저자의 취향을 떠올리며, 나를 기쁘게 해 줄 수 있는 아름다움을 찾아서 주변의 일상을 더 애정 어린 시선으로 살펴보게 된다. 나의 50대가 두렵지 않고, 아니 오히려 기대되고 기다려지기까지 하는 이 마음의 8할은 저자 덕이다. 계속 자라고 싶고, 배우고 싶고, 삶을 잘 살아보고 싶게 만든다. 그렇게 ‘오늘도 사랑할 준비’를 할 수 있는 부지런한 의지를 품게 된다.   


그 일이 너무 무의미해 보이고 지겨워질 때, 그 시간을 먼저 거쳐 간 사람들의 말은 힘이 될 것이다. “당신이 하는 사소한 모든 일은 중요하고, 가치 있고, 의미 있다. 당신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 본문 중에서 


인생 선배의 따스한 말을 손난로 삼아 꼭 쥐고 간다. 나만 알았으면 좋겠다는 넘치는 애정을 고이 접어 넣어두고, 저자의 다정한 말들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퍼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진심과 사랑을 담아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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