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모니터에 뜬 김지영 씨의 이전 치료 기록들을 훑어 본 후, 모유 수유를 해도 괜찮은 약들로 처방하겠다고 말하 며 마우스를 몇 번 클릭했다. 예전에는 일일이 환자 서류 찾 아서 손으로 기록하고 처방전 쓰고 그랬는데, 요즘 의사들은뭐가 힘들다는 건지. 예전에는 종이 보고서 들고 상사 찾아다니면서 결재 받고 그랬는데, 요즘 회사원들은 뭐가 힘들다는 건지. 예전에는 손으로 모심고 낫으로 벼 베고 그랬는데, 요 즘 농부들은 뭐가 힘들다는 건지……라고 누구도 쉽게 말하지 않는다. 어떤 분야든 기술은 발전하고 필요로 하는 물리적 노동력은 줄어들게 마련인데 유독 가사 노동에 대해서는 그 걸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전업주부가 된 후, 김지영 씨는 살림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가 이중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 았다. 때로는 집에서 논다고 난이도를 후려 깎고, 때로는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고 떠받들면서 좀처럼 비용으로 환산하려 하지 않는다. 값이 매겨지는 순간, 누군가는 지불해야 하 기 때문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