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윤형, <키보드워리어의 전투일지> 서평
이 책은 두 번 읽었다. 한 번은 집에서, 한 번은 예비군 훈련장에서 읽었다. 예비군 훈련장에 읽을 때 더 깊이 읽은 기분이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크기에 있다. 책은 군복 건빵 주머니에 쏙 들어가서 휴대성이 높다. 텍스트 출판사에서 우리 시대 젊은 만인보 시리즈 독자층으로 군인도 포함시킨 것은 아닐지 생각하게 만들 정도로 군복을 입었을 때 가방 없이 휴대하기 편리하다.
이 책은 자서전이다. 자신의 삶을 서술한다. 한윤형에게 '나는 이렇게 살아왔다.'라고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단연 '글쓰기'가 주요 키워드다. 그의 글쓰기 역사를 살펴볼 때 영향을 준 사건으로 단연 '조선일보 논술 대상 인터뷰 거부'를 들 수 있다. 이 인터뷰 거부는 안티조선운동의 연장선상에 있다.
안티조선운동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논하기에 앞서서 한윤형이 정치평론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진중권에서 시작한다. 진중권의 책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를 우연히 읽게 된 저자는 그 책을 낸 출판사의 저작물로 독서가 이어지면서 강준만의 <인물과 사상>을 만나게 된다. 한윤형은 강준만을 알게 되면서 그의 인물비평이 고등학교 시절 내내 자신의 정치적 관심을 규정지었다고 말한다.
그럴 즈음, 1998년 <월간 조선>이 최장집 교수의 한국전쟁 논문을 문제 삼아 사상검증에 들어가는 사건은 강준만을 중심으로 조선일보에 대한 문제를 느끼는 사람들을 결집시키게 된다. 이는 안티조선운동으로 이어진다. 한윤형은 안티조선 우리모두 게시판에서 안티조선 관련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안티조선운동에 참여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한윤형은 제1회 조선일보 논술대회에서 대상을 받는다. 대상을 받으면 으레 인터뷰를 해야 하는데 그는 거부한다. 조선일보 인터뷰 거부는 안티조선운동 참여에 있어서 가장 눈이 띄는 대목이다. 안티조선운동을 하던 고등학생이 조선일보 논술대회에서 상을 받고 그 인터뷰를 거부한다는 건 왠지 모르게 통쾌하다.
한윤형의 대학생 시절에도 안티조선운동은 이어진다. 허나 안티조선운동이 노무현 대통령을 만들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면서 안티조선운동은 노무현 지지자를 위한 운동으로 이미지 메이킹됐다. 그 결정적인 책은 <노무현은 왜 조선일보와 싸우는가?>이다. 여기서부터 한윤형과 노빠와의 악연은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2004년 김선일의 피살은 결정적이었다. 김선일의 피살을 이유로 한윤형은 노무현 탄핵을 주장한다. 이 주장은 노무현이 우파들에 의해 탄핵되기 전에 제기됐다. 당시 노무현 탄핵을 주장하는 글을 올리자 노빠에게 시달린다. 한윤형은 학을 뗀다.
이후 2005년 군대에 입대 후 2007년 제대와 함께 그의 글쓰기는 지속된다. '88만원세대'가 이슈가 되면서 20대를 대표하는 필자로 거론되기도 하며 <판타스틱>, <드라마틱> 등에서 에디터로 일하며 판타지 소설에 대한 애착을 보이기도 한다.
동시대를 살고 있으며 비슷한 시기에 20대를 보냈던 저자의 삶을 보며 책을 읽고 있는 나와 비교를 하게 된다. 이 때 나는 무얼 하고 있었던가? 김선일이 피살 됐을 때, 안티조선운동이 일어나고 있을 때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이건 한윤형의 자서전이지만 이 책 덕분에 내 20대를 돌아보게 된다. 나는 그때 무얼 하고 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