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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헨 에세이
정해찬 / 도서출판 문원 / 1999년 4월
평점 :
절판
정해찬 씨의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도대체 한국의 어떤 남자가 저렇게 아름다운 감성을 가질 수 있을까하는 기분이 든다. 정해찬 씨의 아름다운 것을 향한 집착과 동화와 환상에 대한 애정은 그의 화려한 색체에서도 알 수 있다.
모든 색을 아낌없이 쓰는 그의 채색법은 그림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들이라도 다들 경탄할 정도로 그의 그림을 돗보이게 하는데 한 몫을 한다. 다만 개인적인 취향으론, 그다지 세련되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 좋아하는 것을 향한 열정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그 무언가를 초월한 감동을 준다고 해야하나? ...말이 너무 꼬였던 것 같다^^;
아무튼, 정해찬 씨의 색감은 솔직히 말해서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너무 화려하다-책을 받고나서는 '만족했다.'이 가격으로 이 정도의 책을 살 수 있는 우리나라가 이번만큼은 좋더라.(덧붙여 깎아주는 알라딘도 좋다^^) 정해찬 씨의 그림에 대한 나의 느낌은 돌피보다는 포세린 돌에 가깝다는 것이다. 약간 이상한 비유이긴 하지만 분명 정해찬 씨의 그림에서는 포세린 돌같은 느낌이 있다.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는 정확히 집어낼 수 없지만...장점으로나 단점으로나 포세린 돌을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는 환상을 추구하면서도 너무 현실을 비껴가지 않은 균형이 있다고나 할까.
그 균형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안정감을 준다. 자극적인 그림이 주는 저속한 감정이나, 그렇다고해서 고급 명화가 주는 까마득함(^^;)이 아니라 분명 내 안에 있는 그 어떤가를 일깨워주는 익숙한 감동을 이 책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 감정의 이름을 정확히 구사학는 힘들지만서두- -
화보집을 재미있게 봤다고 하면 조금 이상한 표현일까? 그것은 그림도 그림이지만, 바로 그 옆에 한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는 에세이 때문인데, 그의 그림에 대한 소재와 그에 얽힌 사연을 쓴 그 에세이들은 그림보다 더 시선을 오래 머물게 했다. 당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말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림이로써는 좋아하는 삽화가의 생활의 몇가지 면을 맛보았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고. 그림그리는 이란, 역시 자신의 그림만큼이나 아름다운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나 할까. 또 에세이 위에 있는 작은 삽화 또한 귀여웠는데, 어떤 곳은 본 그림보다 맘에 드는 것도 더러 있었다.
가장 좋았던 작품은 류장원의 삽화였다. 사연도 재미있게 읽었고 삐에로의 그림도 맘에 들었다. (본인도 삐에로라는 소재를 좋아하기 때문에 일련의 동질감도 느꼈다^^) 다만 한가지 흠이 있었다면, 표지 디자인이 썩 맘에 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그림만큼 훌륭한 디자인은 없지만 노골적인 한글폰트의 제목과 이름은 조금 별로였다. 폰트라도 좀 예쁜 것을 썼다면 좋았을 것을.
개인적으론 요즘에 나온 이런 계열의 다른 화보집(박희정씨나 권신아 씨 등의..)처럼 대단스러운 접힘표지는 아니더라도 금박이라도 박아주었으면 훨씬 더 고급스러워 보이지 않았을까 한다. 의외로 내용물보다는 겉면에 소장가치를 따지는 사람들도 더러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나같은...-_-;
소박해보이지만 단단하게 제본되어있는 하드커버는 썩 마음에 들었다. 펼치면 쩍벌어지는 불안한 하드커버가 아니라 상당히 고급스럽고 튼튼한 재질이다. 다만 너무 두꺼워서 보통사람들에게는 조금 둔탁하게 보일지도... 그런 것에 신경쓰지 않는 사람들에겐 정말 사소한 문제지만 말이다.^^
잠시 여유를 가지고 환상에 취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겐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또한 이것은 극히 개인적이고 검증되지 않은 시각에서 본 것이므로 느낌이 달랐다고 이상한 생각을 가지는 분은 부디 없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