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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도시 기행 3 -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리스본, 뽀르투 편 ㅣ 유럽 도시 기행 3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26년 7월
평점 :
70년대 해외여행 자체가 드물었던 시절에 세계일주 여행을 감행했던 김찬삼 교수는 고물 오토바이 한 대를 타고 세계 곳곳을 누비면서 갖은 고생을 다해가며 묵직한 여행기를 써냈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후진국 코리아에서 온 남자를 환대해 주는 나라는 드물었던 시대에, 김교수는 그나마 스치는 인연들마다 그들과 소통하며 삶의 애환을 그려내는 땀내 풀풀 나는 여행기로 감동을 주었다.
80년대엔 유럽에서 십수년 머무르며 유럽인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역사와 문화, 인생과 일상을 밀도 있게 써내려 간 이원복 교수가 있었다.
90년대엔 특이하게도 이슬람권에서 오랜 세월을 머무르며 우리에게 생소한 아랍인들의 삶과 인생관, 역사관을 그들의 시각으로 풀어주었던 이희수 교수도 있었다.
유시민의 <유럽도시기행 3>은 앞서 발간된 1, 2권과 마찬가지로 서구 도시를 소개하는 책이지만, 깊이와 시각적 균형이라는 측면에서 뚜렷한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이 <유럽도시기행>에는 김찬삼 교수나 이원복 교수, 이희수 교수 같은 현지인과의 소통이나 현지인의 삶의 애환이라고는 눈을 닦고 찾아 볼래야 찾을 수 가 없다. 그저 급조한 패키지 관광객의 시선으로 잠시 훑어 지나가는 도시를 보는 개인적인 감상의 나열 밖에는...
하루 이틀씩 잠시 스쳐 지나가는 도시를 이방인의 시선으로, 평소 가져왔던 정치사의 색안경으로 보는 느낌만 독자들에게, 그것도 계몽적 어법으로 가르치려고만 하기에 읽는 독자는 불편하기 그지없다.
책에선 도시의 공간을 거시적 역사 맥락에서 입체적으로 재구성하기보다, 인터넷이나 백과사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단편적인 연대기적 지식을 짜깁기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가우디의 건축, 프라도 미술관의 명화 등 세계적인 예술작품을 마주하면서도 입체적이고 다층적인 해석을 내놓지 못하고, '그저 좋았다' 또는 피상적인 '관광의 맛'을 언급하는 수준에 머물러 답사를 여행기로 포장했다는 인상을 준다.
도시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기보다, 본인이 가진 진보적 혹은 특정 정치적 세계관을 증명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시의 역사와 공간을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고 있다.
유럽의 역사적 건축물이나 도시 공간의 변천 과정을 오직 정치적 권력, 투쟁, 민주주의의 관점에서만 재단하려 함으로써, 도시가 지닌 본연의 예술적·문화적 가치를 훼손하고 작가 자신의 정치적 독백을 위한 배경으로 전락시켰다고 하겠다.
어려웠던 시절에 열악한 환경 하에서 맨몸으로 현지인들과 오랜 세월 부대끼며 인생과 현지 문화와 역사를 통찰했던 김찬삼 교수, 이원복 교수, 이희수 교수 같은 분들의 생생한 여행기에 비하면, <유럽도시기행>은 안락하게 패키지 여행으로 단기간 머물며 지나가는 관광객의 정치 감상문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