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육면체를 그리지 못하는 아이들 - 방치된 아이들을 위한 인지 지능 트레이닝 안내서
미야구치 고지 지음, 일본콘텐츠전문번역팀 옮김 / 이담북스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육면체를 그리지 못하는 아이들

학교 교육과 정육면체를 그리지 못하는 아이들

 

1.     학교 교육

학교란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일정한 목적ㆍ교과 과정ㆍ설비ㆍ제도 및 법규에 의하여 계속적으로 학생에게 교육을 실시하는 기관을 말한다. 쉽게 말해 교육을 위한 공간이다. 그런데 현대사회의 학교는 어떠한 목적을 지니고 있는 걸까? 근대 이래 학교 제도가 세계적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엄청나게 많은 수의 사람들이 학교를 필수적으로 다닌다. 의무교육 기간이 늘어나면서 점점 더 그러하다. 그런데 왜 우리는 학교가 무엇을 하는 공간인지 알지 못하는 걸까? 내가 왜 이 과목을 배워야 하는지 이유를 몰랐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학교는 배움을 위한, 배움에 의한 공간이라고 하면서, 이와 같은 이유에 대해서는 배우지 못했다. 질문을 하여도 질타뿐이었다. ‘다 나중에 써’,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공부나 해등 나는 잘 써먹고 싶어 물어보았지만, 아무도 답해주지 않았고, 어쩌면 아무도 어디에 써먹는지 몰랐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교사들은 학교가 어떤 곳인지 매우 잘 이해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면 더욱 의문이 든다. 학교의 핵심은 교사만이 아니라, 학생과 교사 모두 중심이 되는 곳인데, 왜 학생은 학교의 의의를 알지 못한 채 학교에 다녀야 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학교에서 한다는 교육이란 뭘까? 교육이란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지식과 기술 따위를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 준다는 의미이다. 지식과 기술을 학교에서 가르치기는 한다. 그런데 학교에서 배운 것만으로는 일상생활에 적용하기 애매하며, 그것 만으로 먹고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생각해보아라,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창업을 할 수 있을까? 어떠한 분야이든 말이다. 심지어 AI 시대가 도래하며 단순히 지식을 아는 것이 중요한 시대는 지나버렸다. 말 그대로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다 담고 있는 AI를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앞으로의 핵심이다. 하지만 학교 교육과정은 근대에 머물러있다. 1980년대 이래로 컴퓨터가 등장하며, 2000년대에는 컴퓨터 과목이 추가되는 등, 추가와 개정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근대에 정립된 체제를 변화시키려는 시도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2.     학교 교육과 정육면체를 그리지 못하는 아이들

정육면체를 그리지 못하는 아이들은 근대에 정립된 교육과정에 의해, 다시 말해 모든 학생이 일관된 교육을 받는 체계에서 배제된 아이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많은 부분에서 공평과 공정을 헷갈리고, 잘못 사용하고 있음을 느낀다. 학교 교육도 예외는 아니다. 모든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는 공평하게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기회를 줬다고 해서 공평했다고 합리화시키면 안 된다. 교육의 방식과 같은 사항은 개인의 성향과 배경, 재능 등을 고려하여 내용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해야 하지 않을까?

다른 한편 저자가 지적했던 것처럼 학교는 바라는 소양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각자의 학교 경험은 매우 상이하므로 일반화시킬 수는 없겠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한글과 숫자, 심지어 알파벳을 떼지 못한 것은 부모님과 면담해야 할 정도의 사안이 된다. 뿐만 아니라 음악 시간에 악보 보는 방법을 모르는 것 등 굉장히 사소해 보이는 많은 부분을 학교에서는 당연히 알고 있을 것으로 여기고 넘어간다. 학교는 대체 무엇을 가르치는 곳일까? 한국의 공교육은 학교 교육에 필요한 소양들을 가정의 일로 너무나 자연스럽게 전가하고 있다. 각자의 사정이 있기 마련이다. 교육을 위한 환경이 누구에게나 잘 갖춰져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게 보니 사교육이 계층 간 격차를 심화시킨다며 비판하는 공교육의 입장이 모순으로 느껴진다.

저자는 일본의 사례를 이야기 하고 있으나, 책을 읽으며 입시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적 없던 한국 사회는 어떤 지 돌아보게 되었다. 또한 저자는 인지 지능이 부족한 아이들의 교육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들에게만 학교 제도가 버거운 것은 아닐 것 같다. 나는 6학년 때 전개도가 처음 나왔던 것 같다. 나는 소위 느린 아이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상자가 해체되어 전개도로 펼쳐지고, 이를 다시 접는 것을 머릿속으로 그려내는 것에 애를 먹었다. 미술을 여전히 못하고 싫어하는 나는 전개도를 그림으로 그려내는 것은 더욱 어려웠다. 입체 도형을 그리는 것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를 따라잡기 위해 어머니가 손수 종이를 오려서 내가 따라할 때까지 보여주고, 함께 접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나의 정육면체를 완성시키기 위해 기다려주는 누군가가 있었다. 그것이 학교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우리의 학교는 왜 모두가 정육면체를 완성시킬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는 곳이 되어버렸는지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교육자, 학부모 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학생이었던 시절을 떠올리며 꼭 한번 읽어봐야 할 필요가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