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스파이
김숨 지음 / 모요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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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스파이

세 가지의 숫자

 

1.     나이

1세 아기 스파이. 이름도 없는 아기는 스파이라는 엄청난 명분으로 인하여 죽음을 맞이했다. 아기의 아버지가 스파이로 몰렸기 때문에, 모든 가족들이 연대책임을 져야 했다(81). 연좌제는 아직까지도 많은 논의가 일어나고 있는 문제이다. 대부분 이를 강력하게 부인하지만, 현실에서 죄인의 가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여전히 힘겨운 일이다. 주변 사람들은 그가 죄를 저지르는 것을 부추겼거나, 방관했거나, 어쩌면 동참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주변 사람들은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할까? 책임이 전혀 없으며, 그들도 피해자라고 보아야 할까? 책에서처럼 어린 아이일 경우에는 어떨까? 아이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할까?

 

2.     등급

 삼등시민 조선인, 이등시민 오키나와인 (과 훗카이도인, 대만인 정도였을까?), 일등시민 일본인. 대일본제국의 국민들은 출생성분에 따라 등급이 존재했다. 어떤 오키나와인은 멸시 혹은 동경으로 완벽한 일본인(40)’이 되고 싶어했다. 이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일본군들은 오키나와인을 보호해야할 대상으로도, 한 편으로도 여기는 것 같지 않다. 다만 반대로 오키나와인들만이 일본군들은 믿을 수 없는 존재이지만, 그럼에도 한 편(127)’으로 여겼다. 이 모순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등급은 섬이라는 닫힌 공간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을 것이다. 군인은 원할 때 오키나와 주민들을 부를 수 있다. 가라면 가고, 오라면 와야 하는 존재는 주민들이다(35-36). 여기서 일본군과 오키나와인들의 위계가 드러난다. 그런데 전쟁 중 차별은 곧 생존의 문제가 된다(380).’ 책에서 오키나와인을 두렵도록 위해를 가하거나, 분위기를 조성한 것은 일본군이었다. 하지만 오키나와 사람들은 조선인들이 스파이일 것이라고, 조선인들이 결국 문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끝까지 가지고 있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왜 이러한 생각을 갖게 되었을까? 그리고 오키나와 사람들의 믿음은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

 

3.    

책의 목차는 숫자이다. 죽은 자들의 숫자이다. 죽은 자들은 언제 어디서 죽었는지 숫자로만 표기되어 남아있을 것이다. 숫자는 우리에게 많은 맥락을 전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과오를 범하게 만들기도 한다. 숫자가 작으면 중요하지 않고, 크면 중요한 것처럼 느껴지고, 날짜에 따라 그 시절에는 다 그랬지와 같은 생각하지만 책에서 이들은 살아 숨쉬는 존재이다. 이들의 삶을 숫자 따위로 남겨둬서도 그렇게 기억해서도 안 된다. 참상을, 그들과 남은 자들의 고통이 어떠할지 다시 상상해보는 일이 필요하다. 전쟁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타의 어머니는 딸의 죽음 앞에 차라리 미쳐버렸으면(373)”이라고 처절하게 심경을 표한다. 살아남은 자들에게 전쟁은 평생동안 끝나지 않은 채, 삶과 함께 계속되고 있다. 전쟁이 절대 사라지지 않고, 계속 일어나고 있는 오늘날, 종전이라는 숫자에 대해서도 다시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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