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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셰에라자드 1 : 분노와 새벽
르네 아디에 지음, 심연희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8월
평점 :
『새벽의 셰에라자드 1』
한 여자와 한 남자
책의 소개글을 보았을 때, 아라비안 나이트를 여성 인물의
시각에서 재구성한 것인데 로맨스라고 하여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원작에서 주목하지 않았던 인물에 대해
재발견하고, 당시의 사건들을 다른 인물의 입장, 특히 다른
성별의 시각에서 생각해볼 기회를 가질 수 있는데, 재미까지 함께 가져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책을 수령하고 외출 전 기분전환을 위해 책을 펼치고 후회했다. 단숨에
읽을 수 있을 때 책을 펼쳤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식간에 50쪽
정도를 읽었고, 외출 후 밤에도 할 일이 있었지만 일은 하기 싫고 책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이 너무
커져서 책을 읽기로 결정했다. 피곤했지만 책을 읽는 동안의 몰입된 감각을 잃기 싫어서 단숨에 읽어내려
갔다.
인생에는 모든 것이 다 핑계 같지만 내가 뜻하지 않은 것들이 또는 내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는데, 예고 없이 닥쳐온다. 셰에라자드와 할리드 모두 자신들의 선택으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삶이 그들을 알 수 없는 곳으로 보내버리기도 한다. 두 사람은 선택과 운명의 간극 속에서 마주하게 되었다. 셰에라자드는
칼리프의 변덕에 기대 이야기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을 때, 자신이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에, 이야기 속의 아지브처럼 무력하고, 자신이 과연 누구인지, 무엇을 위해 여기에 있는지 혼란스럽고, 모든 것이 버거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할리드도 이와 비슷한 감정 속에서 몇 달간 살아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두 사람은 점점 자신들의 마음을 알아간다. 셰에라자드는
확신이 든 순간 마저도 부정한다. 그들 사이는 너무나 깊고 넓은 골이 패여있었기 때문이다. 인간, 사람과 사람 사이, 즉
관계. 관계는 인간의 삶에 필연적이다. 셰에라자드와 할리드의
관계는 복잡하다. 주종관계이자 부부이고, 원한 관계이었다. 여기에 연인 관계는 전혀 성립될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모든 지위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도 내려 놓으면, 일개 여자와 남자일 뿐이다. 두 사람은 이를 깨달으며 비로소 연인이 될 수 있었다. 한편 1권의 말미에서 두 사람의 만남은 할리드의 변덕 혹은 반항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의 삶을 뒤흔들 만남이 이토록 사소한 변덕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야 말로, 우리는 이를 운명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두 사람이 마음을 확인하며 모든 것이 순탄하고, 제자리로
되돌아 갈 것 같지만, 오히려 위기가 절정에 달한다. 하지만
‘해가 지면 또 반드시 떠오르기 마련이다(497).’ 두
사람에게 닥친 상황도 언젠가는 끝이 날 것이다. 1권은 이즈음에서 마무리가 되어, 앞으로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변하게 될지, 할리드의 유일한 약점이
셰에라자드라는 것이 어떻게 작용할지, 셰에라자드와 타리크의 관계, 아버지, 여동생과의 관계는 어떻게 바뀌게 될지… 2권이 너무나 기다려진다. 또한 이 시리즈가 작가님의 첫 작품이라는 것에 감탄하며, 작가님의
앞으로의 작품이 기대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