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사막이 들어온 날
한국화 지음, 김주경 옮김 / 비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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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사막이 들어온 날>을 읽고
풍성한 도시 속 사막 같은 결핍에 관하여

 번쩍거리는 도시 속을 거닐며 그 속에서 메마르디 메마른 곳을 생각하는 작가가 있다. 바로 <도시에 사막이 들어온 날>, 이 책을 지은 한국화 작가이다. 작가는 8개의 짧고 깊은 단편을 통해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는 결핍들을 한 겹 한 겹 들추어 낸다. 그 결핍은 아주 사소하기도, 너무 거대하기도 해서 우리는 종종 부족함이라고 채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물, 사랑, 사람의 소중함, 가족의 애정이 과도하게 부족한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래는 여덟 편의 단편을 읽어내며, 부족하디 부족한 내가 잠깐 잠깐 부풀려본 생각들이다. 돈을, 물을, 사랑을 갈망하는 사람들에 대해 가장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기 위해 모국어까지 버린 작가의 마음을 모두 파악하기란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남기고 싶은 것이, 깊이 생각하고 싶었던 것이 많았기에 몇 몇의 생각방울을 남겨보고자 한다.

❄️[눈송이] 사람이 소중하다는 인식의 결핍

 사람이 죽었다. SNS에서 알았다. 그리고 SNS에서는 무심하게 광고, 요리법, 돌고래 사진, 그리고 출처 불문의 정보를 주는 기사가 연이어 올라온다. 가 무심하게 스크롤함에 따라. 에게 소중했던 기억을 남긴 사람이다. 그 사람이 죽었는데 세상은 아무 상관없다는 듯이 돌아간다.

 이태원의 사고를 떠올렸고, 서이초의 선생님이 떠올랐다. 무심히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한 내 인스타그램도 곧 펜 광고, 고양이 릴스, 인스타툰, 다시 또 광고를 보여줬다. 그렇게 끔찍한 소식을 전하고, 같은 무게를 둔 게시물인 양 다른 사진들이 같은 크기로, 같은 속도록 전해졌다. 그들의 죽음은 갑작스러웠고, 충격적이었으나 가볍게 전해졌다. 이 단면적인 모습을 통해 사람의 목숨 값이 얼마나 가볍게 전해지는지 내쉬는 숨과 들이쉬는 숨마저 불편할 정도로 진하게 느껴졌다.

🔥[폭염]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기 온기의 결핍

여기, 뜨거운 여름에 뜨겁게 테니스를 치는 그녀가 있다. 이 단편 속 모든 것은 처음부터 뜨겁기만 했다. 여름 날 무더운 땀을 뚝뚝 흘리며 들어오는 그녀의 테니스도 뜨거웠지만, 연이어 테니스 유망주로 언급되는 그녀를 사모하는 학생들의 애정도 뜨거웠다. 그녀의 인기는 하늘로 치솟았고 그녀와 그녀의 팬과 그녀를 열렬히 사랑하는 는 더운 침을 뚝뚝 흘려댔다. 폭염 같은 사랑이 식은 건 한순간이었다. 테니스의 여신인 그녀가 성소수자임을 들켰을 때부터 여름은 불쾌하도록 냉랭해졌다. 악의로 찬 시선이 그녀의 몸에 칼날 자국을 내는 동안, 의 시선은 오직 그녀만을 바라본다. 사랑엔 조건이 없어야 하거늘. 재고 따지고 판단하는 사람들의 냉정한 시선이 폭염과 격하게 대립하며 나는 함께 뜨겁고, 함께 추위에 떨었다.

 이 책에서는 위 두 단편에서 드러난 존재의 가벼움, 온기의 결핍 말고도 6가지의 결핍을 더 이야기한다. 물리적 급수의 결핍, 살아갈 이유의 결핍과 이어지는 감정의 부재, 소통의 결핍 등, 우리가 느껴온 다양한 결핍을 짧고 자극적으로 드러낸다. 감각적인 커버에 반하고, 짧은 길이에 속도의 호흡을 조절하고, 문장 문장에 담긴 생각의 깊이에 감탄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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