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메론 - 10일의 축제 100개의 이야기 고찬찬(고전 찬찬히 읽기) 시리즈 4
구윤숙 지음 / 작은길 / 201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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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기독교에 푹 빠져있던 시기에 데카메론은 왠지 터부시 되는 책이었다.

에로스, 성 이야기로 하니 일단 거부...

그리스로마 신화도 거부했으니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편협적이었는지 웃음이 나네요.


데카메론을 이제서야 만나니 그 진가가 더욱 빛을 발하는듯 해요.


 



데카메론은 1348년 페스트가 만연한 피렌체의 대성당에서 시작됩니다.

가족이 모두 죽고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상황에서

우울함을 달래려고 미사에 참석한

7명의 부인과 3명의 청년이 모여서 죽음의 마을을 떠날 것을 제안,

교외로 떠납니다.


만나서는 오직 즐거움만을 위해 살기로 약속하죠.

느긋하게 일어나 산책하고, 식사하고, 낮잠자고, 각자 그날의 주제에 맞는

이야기를 펼쳐내는데

매일 이어지는 이야기 축제는 성금요일과 주일을 제외한

10일간 이어집니다.


열명이 열 흘 동안 쏟아낸 이야기를 모은 것이

[데카메론]이죠. '데카'는 열을 나타내는 말이고 즉 열흘간의 이야기랍니다.



위 그림을 보면 담넘어 열들으면 적는이가 보카치오입니다.

당시엔 엄청난 충격적 책일테니 검열의 무서움이 있었을 테고

그래서 남의 이야기 엿 듣고 기록하는 방법으로 진행합니다.




중세 내내 죽음은 중요한 화두였고, 그러다보니 죽음과 부활이라는 기독교 교리가 잘 먹혀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페스트는 일시에 죽음을 던져주었고,

살아남은 자들의 계급이나 역할이 변하기도 하는 주요 계기가 됩니다.


예측 불가능한 삶의 가능성, 이것이 페스트가 전하는 죽음의 본질이라고 하네요.

그러하기에 예측불가능한 삶을 즐겨야 할 이유가 있답니다.




중세 초기, 수도원의 시초는 대부분 빈민들의 공동체였다고 합니다.

그안에서 순결이나 투철한 종교적 신념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죠.

함께 모여 집약적 노동을 하면서 생산력이 발전, 기술이 발전, 수도원이 번창햇답니다.

다만 혈연적 사회조직으로 세습되는 걸 막기위해 독신 서약이 있었을 뿐.

향락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죠.

중세 민중들도 성은 음란한 것이 아니었답니다.


그럼 언제부터 성은 금기시되고, 음란한 것이고 육체는 숨겨야 되는 것으로

의식적인 변화가 있었을 까요?



 

교회는 당시 과학과 문화와 산업의 중심지였답니다.

그러다보니 권위가 서죠... 처음엔 썩을 음식과 곡식에 대해 욕심이 없었답니다.

먹을 만큼 먹고 나누었죠.

그런데 화폐가 등장하면서 수도원은 무한한 부를 축척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온갖 도덕적 계율을 주장하고, 헌금을 걷고

더 나아가 도덕적 계율은 성의 금기시까지 확대하며

교회의 절대권력과 권위가 만들어간답니다.


이런 시대에서의 당당한 성의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어찌보면 당시 풍속을 이야기로 전해줘요.


 

간통죄로 법정에 선 여인이

법이란 마땅히 보편적이어야 함에도 여성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에 비판과

남편이 감당하지 못하는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한 것에 대한 당당한 소신 발언을 진행한다.

공개재판을 통해 시민들의 동의속에 법도 바꿔내고 자신의 목숨까지 구한다.



법을 두려워하지 않고, 도덕을 전복할 수 있는 힘을 야생적 성욕이라고 보면

제도, 사회, 국가로부터 가장 탄압받고 있는 것도 성이다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아내의 성은 가족애로 협소해진다.

중세 후기에는 국가의 태동이 시작되는데 국가는 먼저 가장 단일적인 조직관리. 매개로써 성의

흐름을 다스려야 합니다.

법을 통해 형벌로 다스리고 교회를 통해 성을 더러운 것으로 위장해왔죠.

이렇게 성이 점점 가둬지는 가운데

여성들의 당당한 , 인간의 신체에 내재한 자연의 법칙을 솔직히 드러내는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워낙에 파격적인 이야기인지라 두고두고 회자되는 데카메론

생명의 위협까지 느낄 때도 많았겠죠.


이럴 때 보카치오는 논리적 반박, 논리적 따지기가 아니라

우스운 이야기 하나로 변론을 대신한다고 하네요.


특히 마지막에 이들이 멀리 떠나는 게 아니라

10일에 걸쳐 자신들의 이야기를 모두 풀어낸 주인공들은

다시 집으로 돌아갑니다.

내 답답함을 실컷 들어주는 청중앞에서 풀고 나니

스스로 일상을 극복할 힘이 생기는 것을 보여주네요.


어쩌면 이래서 데카메론이 지금까지 전해질 수 있었다고 하네요.



 

보카치오가 우리에게 증언하는

양생(養生) 의 비법이

1단계. 타인의 이야기를 잘 듣고 잘 전하기

2단계. 들은 이야기를  잘 전하려면 반복, 반복

3단계. 나의 서사를 발견하기 라고 합니다.


나의 서사가 매일 특별할 수 없는데,

일상에서 청중을 흡입할 수 있고, 집중과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자기가 속한 공동체와 밀착해서 생활하면서

관심과 애정을 갖고  일상을 돌봐야 한다고 합니다.



14세기의 암흑의 시대에

보카치오는 데카메론이라는 이야기를 통해

자유로운 풍속을 당당하게 얘기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단지 자유로운 성이야기를 주제로 하는 듯 하지만

결국은 내 일상의 공동체, 애정, 자유로움, 누구로부터 억압받지 않는 자유

또한 평등이 또 다른 발전이라고 얘기합니다.


 




왜 위의 문구처럼

르네상스 최고의 걸작이라고 하는지,

단테의 [신곡]에 비견되는 [인곡]이라고 하는지

인문주의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하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다시 한번 읽어볼 책이다.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공급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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