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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육아 - 내가 가장 좋아하고, 기분 좋은 방식으로
이연진 지음 / 웨일북 / 2022년 2월
평점 :
아이와 엄마의 잔잔하고 소박한 일상이 담긴 따뜻한 책을 만났습니다. 보통의 육아서와는 달리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마음의 부대낌 없이 공감하며 편하게, 그리고 몽글몽글한 마음으로 읽어내려갔습니다.
작가님은 문학과 그림을 좋아하시는거 같아요. 이번 책에서는 시와 소설과 영화와 그림을 일상에 녹여낸, 작가님만의 단어와 문체로 쓰여진 글들이 많았습니다.
아, 그리고 전작인 <내향 육아>를 읽으며 작가님을 알게 되었기에 이번 신간 서평 이벤트에도 응모해 보게 되었답니다.
프롤로그에 적혀진 심심함을 사랑하는 마음, 고전취미, 서정, 낭만. 내 마음이 향하는 곳. ... ... 좋아하는 것들로 아이와 함께 공유하고 공감하며 일상을 채우는 일은 아이 삶의 밑그림이 된다고 하는 작가님의 표현에 저 역시 큰 공감을 하였습니다. 저와 비슷한 마음을 품고 있는 이 책을 다 읽고는 프롤로그 부분을 다시 한번 읽어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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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얼 하든 좋은 기분이 먼저, 숙련은 다음이라 정했다. 일상이 완벽하고 조심스럽기보다 따스하고 유쾌하기를 더욱 바라게 되었다. 아이의 어린 날,속도와 효용은 잠시 미뤄둔 채 삶이 주는 순수한 감각들을 담뿍 맛보기를. 저를 둘러싼 시간과 공간의 온도를 기탄없이 느껴보기를. 그리하여 훗날 자신에게 다가오는 좋은 것들을 성큼 알아채고 웃으며 끌어안을 수 있기를. p.27
언제라도 접속할 수 있는 내면이 있다는 것, 견고한 일상 중에도 꿈에 젖을 수 있다는 것. 그렇게 모은 사소한 조각들로 비단처럼 보들보들한 행복을 자아낼 수 있다는 것. 나 같은 이가 받은 최고의 축복일 테다. p.43
가정이 일정한 리듬을 가질 때 아이의 안정감은 무럭무럭 싹을 틔운다. 고르고 평온한 마음 밭에선 습관과 성격도 한결 곱게 여물 것이다. 일상에 스며 있는 사소한 것들, 그러니까 하원 후 아이가 갖는 또렷한 여유, 일정한 취침 시간, 잠들기 전 도란도란 읽어주는 한두 권의 책, 식탁에서 피어나는 따스한 대화. 이런 것들의 반복으로 가정은 공감이 머무는 안락한 곳이 되어간다. p.90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과 가치관은 눈송이의 모양만큼이나 다양한걸. 조금은 다른 속도와 호흡으로 사는 사람도 있는걸. 뭘 하든 한 번에 하나씩 해내는, 느려도 둔하지는 않은. 오래 더듬어 찾은 자기 방향으로 타박타박. 서서히 나아가는 사람. p.93
생활을 대하는 자세와 표정, 곁에 두고 매일 쓰는 사소한 것들을 고르는 마음가짐이야말로 부모가 자식에게 남겨줄 무형의 유산이 아닐까. 결국, 작고 따스한 것들이 남는다. 지금 나보다 젊었던 부모님이 한때 곁에 두셨던 물건들이 번지고 스미어 마침내 여기, 내 안에 안착했듯이. p.100
육아의 속도에 대해 생각해본다. 혹시 어른의 보폭과 성미를 아이에게 보채고 있는 건 아닌지 자신을 돌아본다. 아이는 이방의 땅에 갑자기 떨어진 여행자다. 불과 며칠, 몇 달, 몇 해 전 밀쳐지듯 여기에 왔다. 위대한 존재가 되기 위해, 부모가 바라는 어떤 모습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지어진 대로 '살아내기 위해' 무수한 적응을 겪어내고 있다. p.115
아이와 처음 만난 봄으로부터 몇해의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아이가 혼자 노는 일은 아직 거의 없어서 "엄마 뭐해?"나 "엄마 이것 좀 봐요!"의 순간이 여전히 많다. 종종 귀찮고 특히 무언가에 집중해야 할 때는 화도 난다. 하지만 생각한다. 이 많은 사람 중에, 이 넓은 우주에서, 나에게 이토록 순수하게 다가와주늕이가 있음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p.140
그러니 포기하지 말아요.
고집을 부리지도, 초조해하지도 말아요.
이 순간이 지금 내게 건네는 좋은 것들을 놓치지 말아요.
시간만이 약인 시절도 있답니다. p.202
나는 여태 살림이 아득하고 수시로 육아가 버거운, '삼류 주부, 이류 엄마, 일류 팬'이다. 아, 이렇게도 말할 수 있겠다. 마침내 '덕업일치'의 꿈을 이루었노라고.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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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여전히 어설픈 살림과 나날이 어렵다 느끼는 육아가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님을 읽고 많은 위로가 되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초등 입학을 앞둔 딸아이와 함께 문학, 예술, 계절, 아름다움 등 아이와 함께 나눌 수 있는 것들을 천천히, 조금씩 만들어 우리집만의 문화를 만들고, 천천히 가더라도 단단하면서도 따스한 아이와의 일상을 만들어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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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카페 <도치맘>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쓴 개인의 솔직한 후기입니다.